구미 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1천억짜리 박정희 기념관

박정희 기념사업 반대했던 전직 구미시의원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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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1천억 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숭모관을 건립한다고 발표하면서, 대통령 기념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안팎에서 다시 가열되고 있다.

기자는 구미시의회의원으로 재직(2010-2014/전반기 무소속, 후반기 녹색당 소속. 현재 당적 없음)하면서 박정희 기념사업을 반대하거나 억제하는 활동을 했다(한겨레, 2010.11.12, [왜냐면] 박정희 찬양론에 드리워진 전체주의 /김수민). 2010 9 시내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한 지자체 보조에 반대했다. 절대 다수 의원에게 막혀 대부분 뜻을 이루지 못했고 몇몇 예산만 삭감에 성공했다. 당시 “구미가 남한의 평양이냐?(구미가 지도자를 숭배하는 지역이어야 하는가)”라는 발언으로 지역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고, 친박세력 일각에서는 “김수민은 사퇴하라”, “주민소환하자”는 요구까지 나오기도 했다.  

2014 구미시의회의원선거에서는박정희체육관구미시민체육관으로 개명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재선 도전에 실패했으나 이 공약 때문은 아니다). 직업정치를 그만 둔 뒤로는 한겨레신문 연재 칼럼을 통해 몇 차례 박정희 기념사업의 문제를 지적했다. 

2018 민주당 소속 장세용 시장으로시정 교체 이뤄지며 비로소 박정희 기념예산의 증가세는 멈칫했지만, 이렇다 할 기념사업 재조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시정 교체가 이뤄진 이후 끝내 다시 불거진 이번 논란에 유감을 표한다.

박정희 홍보관, 역사자료관, 870억짜리 새마을 테마파크 이미 건립

기자는독재와 인권 탄압 같은 뚜렷한 과오도 있는 까닭에 역사적으로 논란이 인물을 기념하는 사업을 지자체가 보조하는 것은 그르다 견해를 피력해왔다. 다만 역시 시민 일부의 생각이며,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해도 곧바로 원칙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구미시민 다수가 박정희 대통령을 기념하는 긍정적이라면시장이나 시의회 다수파를 통해 다수 의견이 관철되는 것을 마냥 비민주적이라고 수는 없다

▲2018년 진행한 박정희 탄신제

그러나 현재 구미시가 추진하는 기념사업은 가지 차원에서 명백히 전적으로 그르다.

첫째, 구미시는 지금까지 거대한 규모의 박정희 기념사업을 연달아 추진해왔다. 그간의 사업에도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따라붙었는데 이번에 벌이는 숭모관 건설 사업은 더더욱 그런 비판을 면할 없다.

둘째, 다수 구미 시민은 박정희 기념사업이 과도하게 진행되었다고 평가했으며, ’박정희 구미시의 브랜드나 대표 이미지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지역 여론은 반분되어 있다. 구미시는 독재자를 기념한다며 현존 시민의 민주주의까지 짓밟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관련 대표적인 구미 시내 유적지는 상모동에 소재한 생가. 가난한 농민 집안이 지은 집이기 때문에 공간이 협소한 곳이다. 구미시는 추모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조성할 목적으로 인근에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고, 홍보관 목적의 민족중흥관(50), 박정희 역사자료관(160억원) 지었다. 870억원이 투입된 새마을운동 테마파크 역시 부근에 지어져 거대한박정희 성역화 이뤄졌.

▲구미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새마을운동 테마파크의 경우 이미 사업의 타당성, 경제성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무리한 사업임이 드러났.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0.850였다. ‘1 미만 경제적인수익성이 없다는 뜻이다. KDI 공원 완공시 경북 지역의 경제활성화 수준이 지역 총생산액 대비 0.038% 불과하다고 계산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 테마파크가 검토되던 시기 직전인 2008년에 실시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42개의 지역경제활성화 지수 평균은 0.1789%였다.

물론 경제성만으로 사업 타당성을 재단할 수는 없다. 예타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1 미만으로 나타났는데도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새마을운동 테마파크는 전문가 6인이 벌이는 정책적 종합분석(AHP) 조사에서도 정확히 하한선인 0.500 받았다. 전문가 6 절반인 3명만 ’사업 시행의견을 냈고, 나머지 절반인 3명은미시행 의견 냈다.

2016년 구미시민 여론조사, “박정희 기념사업 과하다” 76.8%

과도했던 것은 시설 건립에 그치지 않았. 2006-2018 재직한 남유진 구미시장은 2009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를 새로 개최한 이래, 매년박정희 대통령은 반인반신(반은 인간이고 반은 )”이라고 발언하며 지역 안팎에서 논란을 불렀. 지역내 일부 단체는 “KTX김천(구미)역의 명칭을 박정희역으로 하자 가세했. 구미 바깥에서도구미시의 이름을박정희시 하자”(박승호 포항시장)  망언이 잇따랐다.

쌓고 쌓기식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한 구미 시민 여론의 거부감은 이미 팽배해 있었다. 구미YMCA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2016 526 구미 거주 성인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RDD방식 유선전화 면접 조사 모바일 활용 웹조사). 그해 10월에 대대적으로 터진최순실 게이트 영향이 반영되기 전이었다.

무려 응답자의 76.8% 박정희 기념 예산 규모를과하다 평가했다. 당시 쟁점이 예산은 뮤지컬 제작비 28 원을 포함해 40 정도였다. 8천만 원이 소요되던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 추모제에 대해서도 52.4%검소하게 진행돼야 한다 답했고,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29% 달했다.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긍정적이라는 응답자는 70.9% 높게 나타났고, 대통령을 소재로 역사 관광상품 사업에 대해서는 찬성(51.2%)반대(41.4%)보다 다소 높았다. 그러나 박정희 브랜드 사업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48.8%) 반대(46.7%) 오차범위내에서 팽팽하게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중론은 1)구미시에서 박정희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자체는 찬성할 있으나, 2)기념사업은 절제해서 진행하면서  이상의 예산 지출을 억제해야 하고, 3)박정희 대통령을 구미시의 대표 이미지로 삼는 것은 신중히 진행하거나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면 여러 차례 대규모 시설을 건립하고 나서 또다시 숭모관 건립에 1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시민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이미 시민들의 신중론 내지 반대가 작지 않았던 현실부터 이해해야 한다. 구미는 산업화 선행 지역으로 비교적 청년층, 장년층 그리고 외지 출신 인구의 비중이 높다. 공업단지 조성 초기의 노동자들은 자신이 취업할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는 이유에서 개발독재 정권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지만, 노동자로서의 요구와 성향,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거치며, 개발독재를 청산하고자 하는 여론 역시 높아지는 법이다. 구미는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지역 주류 정치세력의 박정희 찬양은 구미의 이러한 진면목을 가리면서 도시 이미지를 심각히 왜곡하고 있다.

구미시의회 국민의힘 20석, 민주당 5석
’박정희 체육관‘ 개명은커녕 박정희 숭모관에도 제동 걸지 않아

구미시는 오히려 시민 일부에게 획일주의적 폭력을 행사하는 문화부터 청산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박정희 체육관과 정수도서관이다. 시설은 박정희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시설도 아니고  지지자들이 만든 시설도 아니다. 구미를 대표하는 시립 체육관,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으로 시민 혈세로 지어졌다. 대통령 관련 시설이나 행사장의 경우, 반대하는 시민들은 접근하지 않고 돌아가면 그만이라고 치자. 그러나 범시민용 공공시설은 그렇게 피할 수 없구미시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공공시설에 시민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명칭을 붙여야 한다.

오늘날 구미는 자본과 인구의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을 소환해서 해결할 있는 일은 없다. 지금의 구미시장과 지방의원들,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 주민들 다수도 박정희 기념사업을 우선순위로 꼽지 않는다. 하지만 구미 지역정치는 2022 6.1지방선거가 치러진 8개월만에 박정희 기념관 건립 계획으로 입길에 올랐다. “구미는  그러냐 지역 바깥의 수군거림을 이끌어내 시민들을 욕 보였다. 박정희 기념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과 기념하더라도 절제해서 기념하기를 당부해온 다수 시민들을 배반했다. 구미 시민에 대한 명예 훼손이다.

그럼에도 구미 지역 국민의힘 인사 누구도 구미시의 사업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경북도당과 중앙당, 국회의원들도 어떤 길라잡이 역할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훌륭한 2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내 소수의견을 올곧게 대변하지 않는다. 2018~2022 불가역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도 없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다수당답게 굴어야 한다. 소수파를 존중하며 자신을 지지한 다수 역시 모두 의견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 다수파의 책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 김일성 세습정권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구미를 신전으로 만드는 작태는 중단하라. 구미가 평양 같지는 않다고? 겨우 북한보다 조금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수많은 시민들이 민주화와 산업화에 헌신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도 어설픈 수권정당 놀음을 걷어치우고 짓밟힌 의견들을 대변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다시는 어디 가서 민주화운동 코스프레하지 말라. 

지난해 연말 구미시의회 회의록을 뒤져보면,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비 5천만 원이 어떤 의원의 저항도 없는 상태에서 통과했음을 있다. 구미시의회는 국민의힘 20, 민주당 5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7년 전쯤 구미 시민 8할 가까이가 박정희 기념사업이 과하다고 인식했지만, 25명 중 누구도 이를 대변하지 않았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