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 검단파크골프장 편의시설 ‘나몰라식’ 행정 도마

북구파크골프협회, “사전 협의 후 만든 시설, 철거하라 해”
북구, “협의 사실 없어···민원 때문에 철거하고 다시 마련”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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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구청장 배광식)가 검단파크골프장 운영을 두고 행정 난맥상을 보여 논란이다.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를 방치해 쓰지 않아도 될 예산 수억 원을 쓰게 됐지만, ‘민원’ 탓만 하는 ‘나몰라식’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북구가 나몰라식 행정을 하는 사이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되고, 골프장 위탁 운영 기관은 기관대로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됐다.

최근 북구는 약 2억 원을 들여 검단파크골프장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에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고, 지난 1일에는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고 복구·수리 수선하는 사업 명목으로 1,300여만 원 짜리 계약도 체결했다. 편의시설을 만드는 데는 1억 7,000만 원 가량을 쓸 계획이다.

문제는 1,300여만 원을 들여 철거하려고 하는 기존 시설물이 만들어질 당시 북구도 용인한 정황이 확인된다는 점이다. 검단파크골프장 운영 위탁을 맡은 북구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경 협회장 개인 경비 약 1억 원을 들여 휴게실, 연습장 등 편의시설을 만들 때 북구 관계자와 구두 협의 과정이 있었다.

이들은 그 근거로 편의시설이 놓여진 바닥재 작업을 북구가 해줬다고 설명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당시에 북구청 직원이 협회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이러저러하게 하자고 했다. 함께 목격한 사람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때 이야길 했다면 법적으로 문제 없는 편의시설을 만들었을 것인데, 지금와서 민원과 낙동강유역청 탓을 하면서 시설을 철거하라고만 한다”며 “경기도 어렵다는데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예산을 쓸 필요가 무엇인가. 하천 범람 등의 문제가 있다면 자체적으로 시설을 보수하고 북구청에 기부해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이외에도 검단파크골프장에서 그간 여러 차례 행사가 있었던 만큼 북구가 시설물 문제를 인지할 수 있었지만 다른 설명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협회 설명처럼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12회 북구청장배 파크골프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배광식 구청장이 직접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북구는 시설물이 만들어진 후 해당 지역 일대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공사점용허가를 연장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설물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북구는 별도 조치 없이 해당 시설물을 제외한 내용으로 점용허가를 받았다.

골프장 입구에 마련된 ‘하천점용공사 공사 허가 현황’ 표지판을 보면 2022년 6월 7일부터 2027년 6월 30일까지 점용기간을 설정해 골프장을 조성하도록 했고, 이동식 화장실 2개소와 잔디, 급수관로 체계만 기존 시설물로 기재했다. 때문에 협회 측은 뒤늦게 북구가 시설물을 문제 삼는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검단파크골프장 전경. 검단파크골프장에는 협회장 개인 사비로 마련한 휴게실, 연습실 등이 만들어져 있다.

반면, 북구 측은 바닥재 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편의시설 때문에 한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현미 북구 체육진흥과장은 “원래 모래 바닥이었는데, 어르신들 이용에 불편이 있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바닥재 작업을 한 것”이라며 “시설물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편의시설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오 과장은 “낙동강환경유역청에 점용 허가를 받기 위해 시설을 재편할 필요가 있고, 해당 시설은 이미 민원에 따라 위법한 시설물로 확인된 상황에서 시설물 보수를 해서 사용할 수 없다. 기부채납도 이야기하지만 절차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도 많다”며 “철거 후 새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업무적으로도 확실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구는 올해 본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탁 운영하던 파크골프장을 직영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별도 마련했다. 북구파크골프협회와 북구가 맺은 위탁운영 협약에 따르면 위탁 운영 기간은 올해 연말까지다. 북구는 애초 직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인건비 명목으로 3억 6,000여만 원을 편성했다가 위탁 기간이 남았다는 의회 지적을 받고 절반으로 감액했다.

2023년 북구 체육진흥과 본예산을 보면 파크골프장 관련 예산은 기간제 근로자 인건비 1억 8,222만여 원, 사무관리비 552만 원, 공공요금 840만 원, 시설유지비 1,000만 원 등 약 2억 원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