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70세 이상 무임승차 조례 통과될까···대법원 판결례는 ‘효력없다’

1996년, 노령수당 70세 이상으로 정한 복지부 지침 ‘무효’ 판결
대구 중구는 무임교통카드 발급 문제로 반대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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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70세 이상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대법원이 노인복지법 개정이 아니라 하부 규정 개정을 통한 대상 연령 변경은 불가하다고 판결한 전례가 있어서 개정되더라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달 9일 단계적으로 버스와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일치시키기로 한 대구시는 같은날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14일부터 시작된 299회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상정됐고, 16일 건설교통위원회가 심사할 예정이다.

개정 조례안의 골자는 버스와 도시철도의 무임승차 연령을 올해부터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일치시키는 것이다. 당초 무임승차 규정이 없던 버스는 7월부터 만 75세 이상부터 시작해 해마다 1살씩 연령을 하향하고, 현행 65세 이상으로 규정된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내년부터 1살씩 해마다 상향하는 내용이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의지에 따라 조례 개정을 통해 정책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상위법이 여전히 장애물로 남은 상태다. 무임승차를 포함한 경로우대제도는 노인복지법을 통해 규정된다.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제 대상은 만 65세 이상이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관련 논란이 일자 법제처로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로 했고, 법제처는 이달들어 유권해석을 위한 법령해석위원회 구성 절차에 들어갔다.

법제처, 유권해석 절차 시작···대법원 판결례도 변수
“법령보충적인 규칙, 규정은 위임한계 벗어날 수 없어”

이미 한 차례 법원이 판단이 내려진 것도 변수다. 1996년 대법원은 보건사회부가 노인복지사업지침을 통해 만 70세 이상에게 노령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법이 정한 위임한계를 벗어나 효력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했고 정부는 1997년부터 노령수당 지급대상을 65세로 낮췄다.

당시 대법원은 “법령보충적인 행정규칙, 규정은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그것들과 결합하여 법규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며 “노인복지법 규정에 따른 시행령은 지급대상자의 연령범위에 관하여 법 조항과 동일하게 ‘65세 이상의 자로’ 반복 규정한 다음 지급대상자의 선정기준과 구체적인 지급수준 등의 결정을 장관에게 위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관이 지급대상자에 관하여 정할 수 있는 것은 65세 이상의 노령자 중에서 지급대상자에 대해 매년 예산확보 상황 등을 고려한 구체적 지급수준과 지급시기, 지급방법 등일 뿐이지 최저연령을 법령상 규정보다 높게 정하는 등 지급대상자 범위를 법령 규정보다 축소·조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에 기대면 도시철도 무임승차의 경우도 마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경로우대 규정이 담긴 노인복지법 26조는 “65세 이상의 자”로 지급대상자 범위를 정하고 있고, 시행령(19조) 역시 반복적으로 “65세 이상의 자”로 대상 범위를 정해뒀다.

1996년 사건은 당시 만 67세 였던 한 시민이 소를 제기하면서 법원 판단을 받은 만큼, 조례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될 65세 이상 70세 미만의 시민이 소를 제기한다면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수 있다.

홍 시장은 “65세 ‘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 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법률이 강행 규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조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정할 수 있도록 정한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어서, 위헌 시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례 개정이 완료되면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은 65세부터 1살씩 해마다 올라가게 된다.

대구 중구, “대중교통행정 관련 사무는 광역시 일” 반대
대구참여연대, “초고령화 시대 역행하는 복지 축소, 법령 위반”

조례 개정에 따라 제도가 시행되면, 실제 일을 해야 하는 구군의 업무 과중은 다른 측면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조례에 따르면 무임교통카드를 발급 받아야 무임승차를 할 수 있는데, 카드 발급이 구·군 행정복지센터 업무다. 때문에 구·군에선 카드 발급 업무에 따른 대책 마련 없는 대구시의 정책 추진에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구 중구가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개정 반대 의견을 낸 주요 이유도 그것이다. 중구는 지방자치법상 대중교통행정 관련 사무는 광역시 사무임에도 행정센터에 카드 발급 업무를 넘기면서 구·군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삼았다.

대구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조례 개정을 반대했다. 13일 참여연대는 “지금처럼 노인빈곤률 1위인 나라에서, 노인복지 확대는커녕 축소하는 정책을, 법률까지 위반하며 강행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대구시의회는 홍 시장의 비민주적 일방독주, 초고령화 시대에 역행하는 복지 축소, 옳지 않은 정책을 위해 법령까지 위반하는 행위를 용인하고 동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