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이게 전문성이 아니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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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답시고 쓰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 특히 노동 분야를 담당하게 되고선 건설, 지하철, 마트 등 현장마다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재차 물어볼 때 부끄러웠다. ‘직접 일 해보고 현안에 대해 쓰겠다’ 회사에 건의했는데 규모가 작다 보니 며칠을 비우는 게 쉽지 않았고 겨우 급식실 조리원을 3일 해본 데 그쳤다.

작년 가을, A 초등학교 대체 조리원으로 일했다. 동료들은 ‘젊으니 영양사 시험을 알아봐라’, ‘임시니까 이것(힘든 일) 말고 저것(수월한 일)을 해라’고 했다. 김치를 5분 썰고는 팔목이 아팠고, 배식판을 5번 나르곤 어깨가 아팠다. 국이 눌어붙지 않게 젓다가는 연기에 눈이 시려 몸을 뒤로 뺐다.

‘나이가 어리니 잘할 것’이라는 건 내 착각이었다. 요령과 기술이 필요했다. 물론 힘도 필요했다. 십여 년 넘게 필요한 근육을 기른 이들을 책상에 앉아 손가락만 움직이던 내가 따라갈 순 없었다. 나는 깔짝대다 옆으로 치워졌다.

오전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을 해내는 시간이다. 11시 30분 급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모든 작업이 마무리돼야 한다. 종종 변수도 생긴다. 내가 일한 3일 동안은 특별한 일이 없었으나, 20년 차 조리원 김경아 씨(가명)는 보일러가 터졌을 때를 덤덤하게 회상했다.

“보일러가 노후화돼서 터진 적이 있지. 일단 솥이 안 돌아가. 가스레인지 위에 하나 있던 튀김솥을 올리고 전판에도 굽고 쇼를 했어. 지지고 볶고 삶고를 솥 하나로 해야 하니까 ‘오늘 진짜 밥 못 나간다’ 그랬어. 그래도 애들 밥은 먹여야 하니까 뛰어다니면서 시간을 맞췄지. 밥 먹으러 학교 오는 애들도 있으니까”

이게 전문성이 아니면 무엇인가.

지난 14일 교육부는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와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폐 이상소견을 받은 노동자는 4명 중 1명꼴이다. 아직 검진을 진행 중인 서울·경기·충북교육청 결과가 빠진 통계라, 폐 이상소견을 받은 급식노동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번 검진에서 급식종사자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고, 이와 별도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급식 종사자는 29명이다.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리흄은 오늘도 발생하는데, 정부 대책은 느긋하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성을 느끼는 ‘인원 충원’에 대해선 구체적인 확답 없이 필요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속도도 늦다. 이달 기준 환기설비 개선 대상 학교는 전국 8,274곳인데, 올해까지 개선 예정인 곳은 1,889곳에 불과하다. 나머진 2027년까지 개선을 완료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일터의 변화가 더뎌도, 노동자는 ‘일이 되도록, 매일 아이들의 밥이 나가도록’ 한다. 김 씨는 말했다. “노동조합 조합원으로서 미안하지만, 파업 때도 아이들 밥은 나가야 한다고 했어. (파업에 참여 못 해서) 미안하다고, 대신 다른 거라도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밥 나가는 건 못 놓겠더라고” 이 책임감이 전문성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국회는 ‘밥하는 아줌마’라고, 언론은 ‘죽음의 급식실’이라 떠들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급식 노동자가 짓는 밥은 사회를 지탱한다. 우리 모두는 그 밥을 먹고 자라서 내 아이의 밥을 맡긴다. 그래서 이들의 밥과 몸은 공적 재산이다. 급식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건 정부와 우리의 의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