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정책토론청구 개정 반대 의견 모두 반영 않기로

    시민 82명 청구인 수 조정, 청구 대상 확대 반대 의견 제출
    대구시, “15년간 정비 없어, 합리적으로 재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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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정책토론청구 제도를 손질하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대구시는 예고 기간에 제출된 개정 반대 의견을 모두 미반영하고,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구시의회 임시회 상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진행된 ‘대구광역시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 시민 82명이 조례안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82명은 동일하게 ▲청구인 수 조정 반대 ▲과거 1년 내 대시민 토론회·공청회·설명회 등을 실시한 사항 및 해당 사무처리 종료일부터 2년 지난 사항을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대구시가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대구시는 기존 300명이던 청구인 수를 1,500명까지 늘린다. 또 5개였던 청구 제외 대상에 ‘해당 사무처리 종료일로부터 2년 지난 사항’을 추가하고, 기존 제외 대상 중 ‘청구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미 이 조례에 따라 정책토론을 개최한 정책’을 조례와 상관없이 1년 이내에 토론회·공청회·설명회를 실시한 것으로 수정했다.

    개정안이 공개된 후 청구인 수, 청구 제외 대상을 늘려 정책토론 청구 허들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가 최초에 마련한 입법예고문에는 특정집단 주장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돼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평가가 포함돼 대구시가 정책토론 청구 제도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개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덧붙었다. (관련기사=‘특정집단 주장’, ‘행정력 낭비’···대구시, 정책토론제 유명무실화 시도(‘23.3.20))

    ▲10일 대구시민단체들은 지난달 대구시가 입법예고한 정책토론청구 제도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 82명은 “편입되는 군위군 인구는 대구시 인구의 1% 정도에 불과하므로 청구인 수를 5배나 조정하는 이유가 될 수 없고, 대구시 청구인 수가 전국 최저 수준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전국에서 가장 문턱이 낮아 가장 우수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초 입법예고 공지에 ‘정책토론청구가 특정집단 주장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행정력이 낭비되고 시민 이익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라고 명시했다가 삭제한 것은 정책토론청구를 귀찮은 제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공청회 등과 특성이 달라 서로 대체할 수 없고, 근거 없이 주민 청구건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청구 제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두 미반영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정책청구토론제도는 시행 이후 토론문화 확대 및 많은 사회 변화에도 15년간 정비된 적이 없었고, 타 특별시·광역시·도 뿐 아니라 기초지자체보다 청구인 수가 적어 인구대비 청구인 수가 0.01%로 전국 최저수준이다. 적절한 대표성을 지니기 위해 전국 평균 수준인 0.07%인 1,500명으로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례 개정은 청구인 수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려는 것이며 주민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영남권에선 대구시만 정책토론청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제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정책토론제도는 시민들이 안건을 지정한다는 점에서 공청회 등과 다르지만, 시민들이 지정한 안건이 공청회 등의 안건과 같을 경우 그 효과가 같을 수 있으므로 서로 대체할 수 있다”며 “사무처리 종료일부터 2년이 지난 사항은 타 지자체에서도 합리적인 이유로 조례에 반영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책토론청구 제도를 운영하는 다른 9개 특별시·광역시·도 중 대전, 광주, 세종, 전북, 전남 등 5곳이 사무처리 종료일로부터 2년이 지난 사항을 토론 청구 대상에서 제외했고, 서울, 경기, 충북, 제주 등은 별도 제외 규정이 없다. 청구인 수도 서울, 경기, 전북만 1,000명이 넘고 다른 6곳은 500명 이하로 운영 중이다.

    한편 12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성명을 통해 “청구인 수 요건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점과 군위군 편입 등을 고려해 1,500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며 “군위군 인구는 대구시 인구의 1% 수준인데, 청구 인원수는 5배나 늘린다? 도대체 어느 나라 계산법인가. 얼토당토않은 숫자의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홍준표 시장 취임 후 대구의 시계는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주의 퇴행과 권위주의의 발흥으로”라며 “대구에서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고 시민 권한을 축소해 ‘대구 왕’이 되어 군림하고만 싶은 못된 영감쟁이 심정이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