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정책토론제도 개악안’ 일부 수정 처리·· “제안 설명 궤변에 그쳐”

기존 300명 청구 인원 1,500명 확대안→1,200명으로
청구 제외 사유 확대안은 모두 삭제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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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추진하는 ‘정책토론제도 개악’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대구시는 기존 보다 토론 청구 가능 인원수를 5배 늘리고, 청구 제외 대상도 늘리는 내용의 수정 조례안을 발의했고,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는 인원수 증가는 4배로, 청구 제외 대상 확대는 모두 삭제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1일 오전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임인환)는 300회 임시회 2차 회의를 열고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 의결했다. 위원들은 대구시가 15년 동안 잘 운영되던 제도를 한순간에 대폭 수정하면서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내용에서 집행부 안보다 완화된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했다.

지난 3월 대구시는 2008년 이후 15년 동안 운영된 정책토론 제도를 시민 참여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 시도해 논란을 낳았다. 대구시가 마련한 개정안의 핵심은 ▲청구 인원 300명→1,500명 확대 ▲6개월 이내 조례에 따라 개최된 토론 주제 불가→1년 이내 개최 토론회, 공청회, 설명회 불가로 확대 ▲사무처리가 2년 전에 종료된 정책 제외 신설 등이다. (관련기사=‘특정집단 주장’, ‘행정력 낭비’···대구시, 정책토론제 유명무실화 시도(‘23.3.20))

대구시는 개정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주장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문구를 입법예고문에 담았다고 삭제하는 등 정책토론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의회 심의 과정에서도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제도를) 정상화”한다거나 “토론 청구 집단의 대표성이 있느냐”는 둥 기존 제도가 ‘비정상적’으로 대표성 없는 이들에 의해 운영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1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김대현 의원(국민의힘, 서구1)은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홍준표 시장님 만큼 토론에 경험이 많은 분도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토론하기 좋은 친구인가, 방송국 토론에 참여해 좋은 말씀도 많이 했는데, 시장님의 이런 행보와 이번 조례 개정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운을 뗀 후 대구시 제출 개정안이 시민 참여 문턱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청구 인원을 늘리는 것을 두고 “300명으로 15년 동안 운영했다. 행정의 비효율, 전국 평균, 형평성 이런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급격한 변화”라며 “숫자가 너무 갑자기 늘어나니까 일부 시민들께선 못하게 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의 대원칙은 명확성의 원칙”이라며 “그런데 (청구 제외 대상 중) 토론회, 공청회, 설명회 등이라고 하니까, 이걸 어디까지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또 신설한 부분 중 사무처리 종료 2년이라고 했는데, 사무처리 종료일을 누가, 어떻게 어떤 형태로 정하는지, 실제 종료일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되나?”라고 덧붙였다.

임인환 위원장(국민의힘, 중구1)도 “대구시가 좋은 정책을 마련해 놓고 조례를 개정하면서 실제로 차단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게 아니냐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민들이 직접 시정에 참여하고 접목하고자 하는 15년 전의 목적이 있다. 당초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시민 참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저희가 최초로 300명으로 조례를 만들었는데, 다른 지자체는 300명은 너무 낮다는 자체 판단을 해서 서울, 경기는 5,000명, 기초지자체도 500명인데, 인구 250만인 대구시가 20만인 기초지자체보다 적다”며 “대구가 제일 먼저 제정해 하다보니 모범 사례가 되어 전국에서 정책토론회를 제일 잘 되는 것을 뛰어넘어 이번에 정상화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15년 동안 해온 걸 종합적으로 검토, 분석해 보니, 저희 집행부는 토론해야 할 주제도 경제, 산업, 물, 신천 개발, 교통 등 많은데 어찌보면 복지에 치우친 부분이 있다”며 “정책 토론을 청구하는 집단의 대표성이 있느냐는 것에도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5년 정도 제도가 되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여 답했다.

기획행정위는 질의응답과 토론 끝에 대구시 제출안 보다 다소 완화된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 의결했다. 기행위는 1,500명으로 늘어난 청구인원수를 1,200명으로 줄이고, 덧붙여진 청구 제외 사유 2개는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1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관계자 일부가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항의 피켓팅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명은 회의 전 회의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회의 방청을 이어갔다.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집행부의 조례안 제안 설명도 사실 관계가 틀린 이야기로 궤변에 불과했고, 제도를 활성화시킨다면서 청구인수를 늘릴 근거가 전혀 없다. 토론하지 않겠다는 걸 분명히한 것”이라며 “근거 없는 내용을 시의회가 그대로 받아 약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시의회가 거수기 역할을 반복하며 식물 의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