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王국 1년] 3-2. 집회·시위 제한하려다 쓴 세금과 쓸 세금

③ 후퇴하는 민주주의
중구청 행정대집행 동원 공무원 수당만 650만 원
대구시는 비용 정보공개청구 "거부"
중구청 인원 비례로 대구시 비용 추산→2,300만 원
소송비용, 경찰 추가 비용 등 합하면 억대 세금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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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왕국 1년]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는 왕국과 민주공화국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민중의 집회와 시위는 한국 근현대사를 민주주의에 더 가깝게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반대로 이에 대한 제한과 탄압은 민주 사회를 퇴행시키는 힘으로 작동했다. 때문에 집회·시위의 자유는 없으면 아쉬운 권리가 아닌, 공화국 시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권리가 된다. 더해서 권력기관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노동조합의 그것보다 더 중요한 민주 사회의 신뢰 확보 배경이다. 정보의 폐쇄성이 높은 권력일수록, 외부의 의구심을 사고, 권력의 당위도 상실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뉴스민>은 지난 1년 대구시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공개 투명성을 어떻게 후퇴시키고 있는지 짚어본다.

홍준표 시장의 대구퀴어축제 행정대집행 시도로 시민이 얻은 편익은 불분명하지만, 지불한 비용은 분명히 확인된다. 행정대집행 시도로 인해 약 500명에 달하는 대구시와 중구 공무원이 휴일 근무를 해야 했고, 경찰 또한 대구시와 충돌이 예정되는 상황에서 경찰 병력 증원 배치에 따른 비용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중구청 행정대집행 동원 공무원 수당만 650만 원
대구시는 비용 정보공개청구 “거부”
중구청 인원 비례로 대구시 비용 추산→2,300만 원
소송비용, 경찰 추가 비용 등 합하면 억대 세금 예상

<뉴스민>은 행정대집행 시도로 인한 소모 비용 확인을 위해 대구시와 중구에 ▲행정대집행 인원 ▲지급 수당 내역▲특별휴가 지급 내역 ▲식비 지급 내역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중구는 이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 반면, 대구시는 ‘소송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행정대집행 인원조차 비공개 결정했다.

중구는 당시 공무집행에 공무원 154명이 참여했고, 6급 이하 직원 136명에게 초과근무수당 총 649만 8,680원을 지급했다. 1명당 4만 7,784원꼴이다. 또한 5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과 중구의회 직원 등 당일 근무자 154명 전원에게 특별휴가를 하루 지급했다. 특별휴가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직급별로 다른 시간외수당을 1만 원으로 가정해도 8만 원이며, 총 1,232만 원이 된다. 당일 지출한 간식비, 식비 등도 있지만, 여기서는 명확한 지출 금액인 초과근무수당만 따져본다.

대구시가 비공개 결정한 비용을 중구가 공개한 비용을 토대로 어림잡아 볼 수 있다. 대구시도 공무원 1인당 초과근무수당을 4만 7,784원 지급할 때, 350명(500명-150명)이 동원됐다고 가정하면 1,672만 4,400원이 된다. 다른 비용을 제외하고 초과근무수당만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2,322만 3,080원이다. 당일 출근한 경찰 1,500명 몫의 휴일 수당, 홍 시장의 행정대집행 결단으로 발생한 법률 비용까지 치면 못해도 수 천만 원~많게는 억 대 세금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억대 세금이 지출되더라도 행정 행위가 필요하거나, 불가피한 근거가 있다면 문제 없다. 하지만 대구시는 당시 상황이 행정대집행이었는지에 대해서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행정대집행을 하려면 대구퀴어축제 조직위원회가 대집행 대상이 되는 행위(무대 설치 등)를 먼저 해야 하고, 이 행위가 법률상의 문제가 있어 행정청(중구청)이 시정을 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행되지 않을 때, 중구청이 일정한 계고를 거쳐 조직위 대신 대집행에 나서야 하는 것이 법적 절차다.

중구는 당시 상황에 대해 행정대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명확히 했다. 중구 관계자는 “버스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정상 운행하는 상황에서 축제 행사 물품이 적치될 경우 버스와 충돌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공무집행 대기했으나, 실제 공무집행을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은 없었다는 중구청 입장에 대해 “관련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 공식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행정대집행이라 보기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 경찰하고 대구시가 그렇게 되다보니 복잡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 행정 행위에 대한 근거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공무원 사회 내 비판도 제기된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 중구지부는 “도로점용 허가권은 중구청에 있다. 행정대집행 조건이 선취 되지 않았고 중구청장의 행정대집행 명령도 없는데 신고된 집회를 불법집회로 호도하고 집회 차량 진입을 막는 위법한 무력행사를 지시한 대구시장은 헌법과 집시법 위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무원은 시장 개인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자세를 가져야 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감수성도 필요하다. 공무원을 사병처럼 동원해 많은 공무원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은 홍 시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또 하나의 손실, 시민의 자유
중앙대로, 대구의 ‘1호 광장’
집회와 시위는 민주공화국 핵심 가치

홍 시장의 행정대집행 시도는 비용 손실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이 광장에서 이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정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대구시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편찬해 2023년 3월 공개한 대구역사문화대전에서도 확인된다. 대구역사문화대전에 따르면 대구퀴어축제가 열린 장소인 중앙대로가 “대구의 1호 광장”이며, “대구광역시의 소통 공간”이라 설명한다.

대구역사문화대전은 “반월당네거리는 대구광역시 1호 광장답게 2022년 현재까지도 정치문화 1번지 역할을 한다”며 “도시 광장은 공공성이 특히 강조되는 공간으로 도시민의 커뮤니티 장이다. 대중 집회 행사, 사교 등을 위해 교통 중심지에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민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표현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광장이 각광받고 있다. 대구의 광장은 소통과 휴식의 공간으로 여겨지며, 민주시민을 위한 공공장소 중 대표 격으로 분류된다”고 기록했다.

그 의미에 걸맞게 중앙대로는 과거부터 단순한 도로가 아닌, 민주주의 실현의 장인 ‘광장’으로 기능해 왔다. 각종 집회가 열리기도 했으며, 대구시도 시민이 참여하는 대구컬러풀축제를 2005년부터 이 지역에서 단골로 개최했다. 시민은 문화예술 활동도, 소수자로서 목소리를 높여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도 과거부터 바로 중앙대로에서 영위해 왔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집회에 참석해 반월당 광장으로 행진하는 대구시민들. [사진=장은우]

그렇다면 이번 홍 시장의 축제 제한은 곧 시민의 자유와 대구시민이 일궈 온 민주주의를 후퇴한 조처라는 평가도 가능해진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1는 “집회는 민주주의의 핵심 권리인데 집회를 하게 되면 다중이 모이기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긴 한다. 그럼에도 집회의 자유는 소중한 권리이며, 이로 인한 약간의 권리 제한은 인정되는 것이 요즘 말로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퀴어문화축제 본질은 성소수자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집회 과정에서 주변에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다 하더라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이 도로점용허가를 안 받았다고 하는데, 대구 조례부터 법, 시행령을 다 찾아봐도 퀴어문화축제를 열려면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볼 근거 조항이 없다”며 “도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국민의 집회의 자유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는 대구시장 권한 밖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화의 역사는 민중의 역사였다. 시민들이 길거리에 나섬으로써 자기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집회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길거리와 떨어질 수가 없다. 다른 사람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길거리로 가야 한다. 광장을 통해 민주화를 이뤘다. 그것이 시민혁명이 이뤄지는 기본 틀”이라며 “집회의 자유는 그 어떤 논리를 대도 기본적으로 길거리를 점유할 수 있는 자유”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에서 홍준표 시장의 대구퀴어 축제 제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1. 7월 19일 오후 4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국가폭력,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던진 질문’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해 발표했다. [준표王국] 이번호에서는 당시 토론회에서의 오동석 교수, 한상희 교수 발언과 토론문 중 일부를 인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