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王국 1년] 3-3.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장의 ‘공개’ 의견도 무용지물

③ 후퇴하는 민주주의
최근 3년 기준, 홍준표 취임 후 비공개율 상승세
골프대회 열린 5월부터 비공개율 유의미한 변화
대구시 비공개 이후, 바로잡기 쉽지 않아
대구시 입맛대로 운영되는 정보공개심의회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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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왕국 1년]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는 왕국과 민주공화국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민중의 집회와 시위는 한국 근현대사를 민주주의에 더 가깝게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반대로 이에 대한 제한과 탄압은 민주 사회를 퇴행시키는 힘으로 작동했다. 때문에 집회·시위의 자유는 없으면 아쉬운 권리가 아닌, 공화국 시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권리가 된다. 더해서 권력기관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노동조합의 그것보다 더 중요한 민주 사회의 신뢰 확보 배경이다. 정보의 폐쇄성이 높은 권력일수록, 외부의 의구심을 사고, 권력의 당위도 상실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뉴스민>은 지난 1년 대구시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공개 투명성을 어떻게 후퇴시키고 있는지 짚어본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은 항상 정보의 독점적 소유를 원했고, 국민에 대해선 비밀주의를 고집해왔습니다.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의 활동을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데 정보를 활용했습니다. 결국 정보공개의 역사는 정보를 독점하던 권력과 권한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노력의 역사와도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 20년을 맞아 2017년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정보공개제도 20년 백서’에서 김부겸 당시 행안부 장관이 정의한 정보공개제도의 의미다. ‘권력은 정보의 독점적 소유를 원하고, 그 권한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민주주의 확립’이라는 정의에 따르면, 지난 1년 대구시의 민주주의는 퇴행했다.

홍준표 시장 취임 후 1년 동안 대구시 정보공개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대구시 정보공개 현황을 보면 올해 2분기(4~6월) 비공개율은 3년 중 가장 높다. 반면에 공개율은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낮다. 3년치 중 두 번째로 낮은 셈인데, 홍 시장 취임 후인 2022년 3분기부터 꾸준한 하락세다. 비공개가 늘고 있는 대구시의 정보공개 퇴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보공개심의회도 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3년 기준, 홍준표 취임 후 비공개율 상승세
골프대회 열린 5월부터 비공개율 유의미한 변화

대구시는 분기별로 정보공개청구 현황을 취합해 공개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의 현황을 토대로 살펴보면, 대구시 정보공개청구 총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비공개는 느는 모습이 확인된다. 분기별로 공개(부분공개 제외)와 비공개 현황을 보면, 지난 4월부터 6월에 해당하는 2023년 2분기에 비공개율이 4%로 급증했다. 3년 동안 평균적으로 2% 안팎을 기록했지만, 최근 3개월 동안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반대로 공개율은 홍 시장 취임 초반인 2022년 7월부터 9월(3분기) 사이 31.8%를 기록했지만, 4분기 28.5%, 2023년 1분기 28.6%, 2분기 27.7%로 하락했다. 3년 동안 가장 낮은 공개율은 24.5%(2022년 1분기)이지만, 이 시점엔 비공개율도 0.8%로 가장 낮다. 이는 청구된 정보가 대구시 관리 정보가 아니어서 이송하거나, 종결로 처리된 사안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시기 이송 등 기타 처리된 사안은 685건(51.2%)으로 3년 중 비중이 가장 크다.

홍 시장 임기 중 비공개율이 높아진 게 2023년 2분기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뉴스민>이 확보한 2023년 월별 현황을 보면, 4월까지만 해도 528건 중 비공개는 15건(2.8%)이었지만, 5월 들어 494건 중 22건(4.5%)으로 늘었고, 6월엔 542건 중 26건(4.8%)으로 더 늘었다.

▲홍준표 시장 취임 후 1년 동안 대구시 정보공개 행정의 비공개율은 높아지는 반면, 공개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5월부터 비공개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달에 대구시가 제1회 공무원 골프대회(5월 7일)를 열었다. 이 무렵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여러 건 진행했지만, 대구시는 대부분 비공개 결정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과 뉴스민은 비공개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대구경실련, ‘제1회 공무원 골프대회 정산서 공개하라’ 행정심판 청구(‘23.7.21), [#053/054] 대구시 정보 비공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23.6.12))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5, 6월 비공개 결정이 늘었다는 것을 볼 때 이 무렵 대구시에 공개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공개 요청이 여러 건 있었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대표적인 사건이 골프대회”라고 짚었다.

공개한 것도 법률에 부합하지 않아
국제통상과·총무과, 업무추진비 원문 공개 거부
정책기획관, 기획조정실장, 행정부시장 원문은 사전 공개로

이 기간 공개 처리된 사안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보면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된다. 뉴스민은 이 기간 대구시 총무과와 국제통상과 업무추진비 집행 문서 원문 공개를 청구했지만, 두 과는 원문 공개 대신 대구시가 별도로 공개하는 업무추진비 집행 현황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원문 문서에는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시각과 장소, 대상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지만, 대구시가 안내한 자료에선 구체 정보가 제외된다.

대구시 국제통상과 관계자는 “원문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업무추진비 열람 방법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보공개법 14조는 공개 정보와 비공개 정보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 공개 청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비공개 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 취지에 따라 원문에서 비공개 정보를 가리고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는 “그렇게 공개하면 ‘원문’이 아니지 않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국제통상과는 개인정보 때문에 원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대구시 다른 부서는 관련 문서를 원문 공개하고 있다. 2014년 도입된 원문 공개 제도에 따라 공개된 정보 목록을 보면 홍 시장 임기 1년 동안 대구시는 업무추진비 집행 문서 634건을 공개한 상태다.

지난 6월 29일에는 정책기획관이 세종시 모 식당에서 기획재정부 국유재산협력과 직원 등 10명과 점심을 했다는 정보를 ‘비공개 없이’ 공개했고, 6월 28일에는 정책기획관이 수성구 모 횟집에서 모 언론사 기자 등 16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는 기록이 비공개 없이 공개됐다. 4월에는 행정부시장이 중구 모 식당에서 김지만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 등 16명과 점심 식사를 했다는 문서도 공개됐다. 국제통상과의 설명이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대구시 국제통상과나 총무과 등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원문 공개를 거부했지만, 이미 대구시 다른 부서에선 원문 공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자이크는 편집자)

대구시 비공개 이후, 바로잡기 쉽지 않아
대구시 입맛대로 운영되는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장이 ‘인용’ 결정하더라도···키맨은 내부위원

문제는 대구시가 비공개 결정을 하고 나면, 부당한 비공개 결정이더라도 바로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공개되면 법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은 정보공개심의회 심의 등을 통해 인용 여부가 결정된다. 2020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정보공개심의회는 이의신청 41건을 심의했고, 이 중 1건만 인용했다. 인용율이 0%에 수렴한다.

정보공개심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어 온 문제다. 정보공개제도 20년 백서를 보면 전진한 서울시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알권리연구소장)은 “불복제도라도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정보공개심의회는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심의위원들도 전직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협조적인 인사들이 대부이었다. 심의회를 서면으로 개최해 사실상 불복절차는 요식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시 정보공개심의회는 외부위원 5명과 내부(기관)위원 2명으로 구성되는데, 3년 동안 한 차례도 대면 회의가 열린 적은 없다. 개별적으로 외부위원 중 일부가 비공개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더라도 ‘기관 협조적’인 외부위원과 내부위원이 뜻을 같이 하면 결과를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는 개별 위원의 서면 결정서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대구시는 2023년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 문건을 비공개했지만, 2022년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 문건을 보면, 이번 골프대회에 대구시가 지원한 예산이 집행기준을 위반했을 것으로 의심된다.

물론 비공개 결정이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사례를 몇 건만 살펴보면 정보공개심의회 결정에 의문이 생긴다. 지난 5월 제1회 공무원 골프대회 이후 뉴스민과 대구경실련이 제기한 관련 자료 공개 요청이 대표적이다. 대구시는 직원 동호회 제도를 활용해 공무원 골프대회에 예산을 지원했다. 직원들로 구성된 골프 동호회가 대회를 개최하고, 동호회가 개최하는 대회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뉴스민과 대구경실련은 그 근거가 되는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 문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대구시는 ‘내부검토’나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다. 정보공개심의회도 마찬가지 결정을 했다.

그런데 대구시가 해마다 생산하는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 문서는 작년까진 사전공개 자료로 공개됐고, 대구시 산하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는 같은 내용의 문서를 올해도 공개하고 있다. 당시 정보공개심의회 서면 결의서를 보면 위원장을 비롯해 외부위원으로 추정되는 위원들은 정보공개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2023년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에 대한 정보공개심의회 의결서를 보면 7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은 인용 또는 부분 인용 결정을 했다. 이우덕 위원장은 “내부검토 중 문건으로 보기 어렵고, 내부검토 중이라고 하더라도 신청인의 공개 청구로 국민의 알권리, 세금 사용의 투명성 확보, 시민의 감독 기능 강화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동호회별 활동계획서 및 기본·특별활동비 지원신청서’에 대한 대구시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도 받아들였다. 이 위원장은 “해당정보가 공개되더라도 법률과 조례 등에 정해진 바대로 업무처리를 하면 되므로 직원 동호회 지원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신청인의 비공개 결정이 법의 취지 및 판례 태도에 비춰 부당하다고 판단되므로 신청인의 청구를 인용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건 역시 심의위원 중 이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인용 또는 부분인용 결정했다.

외관상으론 7명 중 3명만 비공개가 문제 있다고 했으니 비공개 결정이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부 5명과 내부 2명으로 구성된 심의회 구성을 고려하면, 외부 5명 중 과반(3명)이 인용 결정하더라도, 대구시 공무원(이재홍 행정국장, 권오환 도시주택국장)인 내부위원 2명이 반대하면 인용은 이뤄지지 않는다. 대구시 입장에선 외부위원 5명 중 2명만 기관 협조적인 위원으로 구성하면, 모든 심의를 입맛대로 결정할 수 있다.

조광현 처장은 “정보공개심의회 조차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실정에서,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오히려 대구시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될 수 있다”며 “홍준표 시장 이후 대구시가 정보공개제도 입법 이전으로 돌아가 버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