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금고를 열다] ④ 노승권 말고도 ‘연말·임기말’ 특활비 몰아 쓴 검사장 더 있어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도 정황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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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처럼 연말과 임기 말에 특수활동비를 몰아 쓴 정황을 보이는 이가 더 있는 것으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의 검증 결과 확인됐다.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과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은 노 전 지검장과 마찬가지로 2018년 6월 해당 검찰청 지검장에서 물러나면서 특활비를 몰아 쓴 정황이 확인되고, 연말 몰아쓰기 형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14일 뉴스민을 비롯한 전국 6개 언론사와 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취재단이 전국 67개 검찰청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검찰 예산 검증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이 연말과 임기 말에 몰아 쓴 흔적이 확인됐다. (관련기사=[검찰의 금고를 열다] ② ‘이영렬 돈봉투 만찬 당사자’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 특활비 월급처럼 고정지급(‘23.9.14))

세 사람의 몰아쓰기 패턴은 유사하다. 먼저 연말 몰아쓰기의 경우 2017년 12월 대검찰청이 남은 특활비를 나눠 썼다는 의혹을 받는 시점에 대구(노승권)와 인천지검(공상훈) 특활비 집행량이 급증했다. 그해 12월 26일 대검이 전국 63개 검찰청에 4억 1,000만 원을 고르게 분배했는데, 당일 인천에선 2,050만 원이 21명에게 지급됐고, 대구에선 27일 20명에게 2,000여만 원이 지급됐다.

송인택 전 지검장의 경우엔 2018년 6월 22일부터 2019년 7월까지 울산지검장으로 재직했는데, 2018년 12월 한 달 동안에만 14명에게 특활비 1,975만 원을 썼다. 앞선 5개월(7월~11월) 특활비 지출 총액 2,072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송 전 지검장은 울산지검장 재직 전 전주지검장으로도 근무하면서도 2017년 12월 가장 많은 특활비 2,943만 원을 썼다.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 재임 기간 중 특활비 지출내역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 재임 기간 중 특활비 지출내역

임기 말 몰아쓰기 패턴도 마찬가지다. 2018년 6월 19일 고위 검사 인사가 발표됐는데, 이 시점을 전후해 몰아 쓴 흔적이 발견된다. 노 전 지검장은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새 2,825만 원을 몰아쓰며 여러 명에게 나눴고, 공 전 지검장은 14일부터 20일 사이 3,826만여 원을 몰아 썼다.

이 시점 전주지검장으로 있던 송 전 지검장도 6월 18일과 19일 이틀 새 18명에게 850만 원을 돌렸고, 울산지검장 퇴임을 앞둔 2019년 7월에는 19일 퇴임을 앞두고 1일부터 18일 사이 1,900만 원을 썼다. 7월 8일 하루에만 17명에게 1,450만 원을 썼는데 울산지검에서 앞서 6달 동안 쓴 총액 1,040만 원보다도 많은 규모다.

송 전 지검장은 이보다 한 달가량 앞선 6월 18일, 후배인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사퇴 의사를 밝혔고, 7월 6일에는 근무지 울산을 벗어나 경기도 분당 자택 인근 텃밭에서 포도를 따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검찰을 떠나기로 한 그가 몰아서 특활비를 써야 할 만큼 긴급한 기밀수사가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공동취재단에 참여한 언론과 시민단체는 특활비의 용도에 맞지 않는 지출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을 촉구했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자기 임기가 끝나기 전에 쓸 수 있는 돈은 다 쓴다라고 하는 게 대체적인 기관장들의 행태 중의 하나”라며 “그게 지검장, 지청장에서도 그대로 보여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이건 수사에 쓰라고 되어 있는 돈인데 퇴임 전이라고 갑자기 수사가 몰렸다,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