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신청사 빚 내선 안 짓는다’ 여론조사 통해 재확인

1,600만 원 들여 여론조사 실시
“두류정수장 부지 외에도 매각 검토”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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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시민 여론조사까지 진행하면서 ‘빚 내서 신청사를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 매각뿐 아니라 대구시 보유 다른 유휴부지를 매각해 건립 비용을 마련해 신청사 건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재산의 일반재산 전환 및 의회 매각 동의 절차 등을 고려하면, 홍준표 시장 임기 중에 신청사 건립 첫 삽을 뜨긴 어려울 전망이다.

▲신청사가 들어설 옛 두류정수장 부지(사진=달서구)

11일 오후 대구시는 기자 브리핑을 통해 1,600만 원을 들여 지난 5일부터 8일 사이 대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청사 건립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 인지도 ▲건립 시기 ▲재원 대책 등을 물었고,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재원 대책 없는 신청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고 분석했다.

대구시는 ▲건립 시기에 대한 물음은 ‘빚을 내서라도 최대한 빨리 지어야 한다’, ‘대구시 재정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보류’, ‘모름’ 등 3개 답변을 두고 설문을 진행해 80.7%가 재정상태 호전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는 답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재원 대책은 ‘빚을 내어서’, ‘신청사 예정지 옆 유휴부지를 매각해서’, ‘한해 200억 원씩 적립해 20년 후 그 적립금으로’, ‘모름’ 등 4개 답변을 두고 진행해 60.5%가 유휴부지 매각을, 25.9%가 20년 적립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홍준표 시장이 빚을 내선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만큼 신속한 신청사 건립을 위해선 불가피한 채무 발행 문제에 대한 시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여론조사로 풀이된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도 “빚을 낼 수 없다는 부분이 쟁점이었는데, 일단은 부지를 매각하는 부분에 대해 시민 대다수가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신 대구시는 그동안 매각 대상을 신청사가 들어설 옛 두류정수장 부지 중 청사 건립에 직접 쓰이지 않는 일부에 한정했던 것을 성서행정타운 등 다른 유휴부지까지로 확대해 살필 예정이다. 대구시 계획대로 추진하면 신청사는 2030년경에야 건립될 전망이다.

황 실장은 “역대 최악의 대구시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유휴부지를 매각하여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신청사 예정지 옆 두류정수장 유휴부지 매각을 포함해 다른 시 소유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 공모에 1년 정도 소요되고, 실시 설계하는데도 통상 짧아도 2~3년, 공사 기간이 3~4년 소요되기 때문에 예상대로 추진된다면 TK신공항과 후적지 개발이 되는 2030년 즈음 또는 그 직전에 새로운 대구시청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304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두류정수장 부지 매각 계획에 우려 뜻을 밝혔다. 이 의장은 “두류정수장 부지 매각은 논쟁의 여지가 짙다. 이에 대한 행정절차를 준비하겠다는 시 집행부의 일방적 발표에 아쉬움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두류정수장 부지 매각을 반대하며 신청사가 원안대로 설립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