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11月호] 전자발찌가 해결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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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다. 지난 10월부터 전자발찌 부착 명령, 보호관찰 명령의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자가 추가되었다. 2008년 제정된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그 대상자를 2012년 강도 범죄자 추가, 2020년 특정범죄 이외의 범죄로 가석방되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도록 하는 등으로 확대됐다. 올해 스토킹 범죄자까지 확대하도록 개정 시행된 ‘전자장치부착법’은 가해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전자발찌를 스토킹 가해자에게 장착한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물리적 분리 조치를 원활히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전자발찌의 긍정적 효과 중 재범률을 낮춰 준다는 부분은 특히 재범위험이 높은 스토킹 범죄에 적합한 제도적 장치로 보인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에 있어 전자발찌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최근 전자발찌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10월 20일 강도 전과로 보호관찰을 받던 50대 A씨가 오후 6시경 대명동 대구남부시립도서관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달아났다. 근처는 초등학교를 포함해 원룸 빌라가 많은 곳이었다. A씨가 25일 안산에서 잡혔다는 소식이 있기 전까지 이 인근 주민들은 밤길과 골목길을 피하는 등 두려움에 떨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강화가 거듭된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레탄 재질의 외형 안에 금속판 7겹을 넣어둔 6세대 전자장치에 이어, 고위험군 범죄자(강도, 성폭행, 미성년자 유괴, 살인)를 우선적으로 올해 초부터 ‘강화형 전자장치’를 중심으로 부착하고 있다. 7세대 전자장치인 강화형 전자장치는 금속 외형 안에 15겹의 철판을 겹쳐 넣는다고 알려졌다. 전자발찌 훼손은 곧 전자감시를 벗어나겠다는 악의를 가진 계획적인 행동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고도로 지능화되는 범죄나 온라인으로 일어나는 온라인 스토킹은 전자발찌가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발전하는 범죄에 대항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전자발찌는 수많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제도지만, 우리나라에서 온전히 효용을 발휘하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전자발찌는 범죄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추적 관찰할 수 있어서 재범률을 감소시킨다고 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문제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로는 관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1년 통계청의 ‘특정 범죄자 위치추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는 이미 1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반해 관리 인력은 그 증가가 미미하여 관리자 1인당 담당하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전국 평균 12.8명을 넘어선다.

이미 업무량이 과중한 환경에서 스토킹 범죄자가 대상자로 포함된 것은 우려를 불러올 법하다. 미국 테네시주의 경우 관리자 1인당 5명의 대상자를, 영국의 경우 1인당 9명의 대상자를 담당한다. 게다가 스토킹 범죄의 신고 건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22년도의 대구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1,268회, 스토킹 범죄 전담 경찰관은 11명으로, 전담 경찰관 1명당 약 115건의 사건을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다.(용혜인 의원실-경찰청 제공)

신고율과 업무량은 점차 늘어가는데 정작 관리할 인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제도가 그 효용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정 인력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2023년도 대구광역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서 대구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토킹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으로 ‘스토킹 전담 경찰관 운영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37.2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시민들도 인력 부족을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정확한 대책을 요구한다. 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정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탁상행정이 아니라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아닐까. 실무자들은 몰아치는 업무량에 버겁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스토킹 범죄자들로 전자감시 해당 범위가 늘어난다면 전자감독제도는 그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전자발찌가 소용없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법적, 제도적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지만 지금껏 꾸준히 조금씩 바뀌어 온 모습을 보면 희망이 있다. 우리는 이 변화의 가속을 위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글_표출지대 김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