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퀴어축제 방해 손배소···재판부, “피고는 사건 진행 늦는게 좋나?”

피소 후 3개월 묵묵부답하던 대구시
무변론 판결 기일 잡히자 서면 제출

11:38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지난 6월 축제 당시 홍 시장이 행정대집행 시도로 축제를 방해했고, 축제를 앞두고 홍 시장이 축제와 성소수자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취지다. 재판 첫 날 대구시는 조직위가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 없어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항변했고, 재판부는 대구시의 서면 제출이 늦어진 이유를 짚었다.

8일 오전 11시 대구지방법원 제21민사단독(재판장 전명환)은 조직위가 홍 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첫 기일을 열었다. 애초 재판부는 지난 7월 피소 이후 대구시가 3달 가까이 아무런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무변론 판결로 종결하려고 했다. 지난 10월 재판부는 대구시 측에 무변론 판결선고기일 통지서를 송달했고, 그제서야 대구시가 준비서면을 제출해 변론기일이 잡혔다.

재판부는 대구시 측 변호사(법무법인 제네시스)를 향해 “피고는 준비서면을 내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며 “형식적이고 사실상 아무런 내용이 없는 원고 적격을 다루고 있다. 피고 측은 사건을 늦게 진행하는 것이 좋은가”라며 물었다.

대구시 측 변호사는 “아니다. 업무가 많아 늦어졌다. 본안에 대해서도 주장을 다 검토했고 반박할 내용이 준비돼 있지만, 피고 입장에서도 그렇고 법원에서도 당사자적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안에 대해 심의할 것이 불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서면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당사자적격이 없다며 소송 각하를 요구했다.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조직위원회가 당사자능력을 입증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구시 측은 “원고를 법인으로 볼 자료가 없다. 원고가 비법인사단으로서 소를 제기했다면 자료를 통해 비법인사단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할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비법인사단으로서 소를 제기했다면 비법인사단으로서 규약과 의사결정기관, 집행기관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자료를 통해 비법인 사단임을 증명해야 한다. 비법인 사단이라면 사원 총회의 결의를 거쳐 소를 제기해야 한다.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점에 대해 조직위는 고유번호증이 있는 단체로 관련 자료를 입증할 수 있으며, 총회 결의는 없었지만 사후 추인 과정을 거쳐 보완하겠다고도 설명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1월 19일이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대구시가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고 있다. 트집잡기와 시간끌기”라며 “답변서도 제출이 늦었고 내용도 정작 재판 쟁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에 성실히 임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조직위는 홍 시장과 대구시가 오로지 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시도했으며, 축제를 앞두고도 홍 시장이 축제와 성소수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과 모욕을 당했다며 홍 시장 개인과 대구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총 4,000만 원이며, 3,000만 원은 위법한 행정대집행, 1,000만 원은 홍 시장의 개인 SNS 등을 통한 지속적인 혐오 차별에 대한 청구 금액이다.

현재 대구시는 민사소송 외에도 조직위 측을 공무집행방해, 교통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며, 조직위도 대구시를 집회방해죄로 고소해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