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도, ‘홍준표 친구’ 대구미술관장 선임두고 “독재적, 경악” 비판

예술가 320여 명 포함 시민 560여 명 반대 성명 연서명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도 "철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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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홍준표 시장 고교 동기를 대구미술관장으로 선임한 일을 두고 대구 미술인들이 성명을 내고 항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중기 신임 미술관장 임용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번 인선 결과는 독재적이고 ‘경악’, ‘상식이하’”라고 비판했다.

4일 오전 지역 일부 미술인들은 중구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중기 관장 임용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회견에는 김옥렬, 김미련, 이교준, 정종구, 조덕연 등 전시기획자 및 작가 5명이 참석했다. 지난 3일 저녁, 성명서 발표 연명 참가자 모집을 위해 개설한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선 예술가 약 320여 명을 포함해 시민 56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역 예술계 인사들이 노중기 신임 대구미술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구미술관에서 지역작가 조명전으로 ‘노중기’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이 전시 기획에 고교 동기인 홍준표 시장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이 전시는 오픈 일주일 후 시장이 다녀가면서 전시 중이던 일부 작품을 내리고 홍 시장의 초상화로 교체돼 더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에 그 당사자인 노중기 화가가 대구미술관 새 관장으로 뽑혔다. 이 모든 사건은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없고 부도덕한 지역자치단체장이 자신과 친분을 공공연히 내세워 저지른 예술계에 대한 만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인선 결과는 독재적이고 ‘경악’, ‘상식 이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술관 전시와 운영, 소장품 구입의 전문성은 도덕성과 연결된다. 미술관 종사자의 윤리 강령도 있다”며 “전문성과 도덕성의 미비는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홍준표 시장이 그토록 타파를 강조하던 카르텔의 온상이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이 예술계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봉건주의 왕조시대가 아니다. 예술계가 정치권의 놀이터는 아니”라며 “영남고 동기, 초상화와 그림을 선물로 그려주는 ‘단체장 바라기’가 관장이 되는 사태는 시장의 의중에 따라 아부하는 문화예술진흥원장과 행정관료들이 암묵적으로 형성한 카르텔”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런 식이면, 모든 기관의 예비 기관장은 단체장에게 초상화를 가져다 바치고 공공 전시회에 초상화를 출품하여 노골적인 아부를 하고, 학연, 혈연에 목을 매어야 한다. 실력과 경험과 인품은 뒷전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덕목이 진정 이런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예술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정계에서도 노 신임 관장 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대구참여연대가 각각 입장을 내고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4일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내고 “노중기 화가는 홍 시장과 동기이고, 지난해 12월 취임한 변태현 대구메트로환경 사장 또한 동기”라며 “대구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에 전문성 여부와 관계 없이 홍준표와 인연 있는 ‘동창회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홍 시장은 진정으로 대구굴기를 원한다면 실력을 갖추고 원칙을 지키는 전문가로 채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