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불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위 두 여성···고용승계 방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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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집하장 옥상에 두 여성이 올랐다. 천막농성 345일 차, 공장 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고용승계를 위해 마지막 수단을 택한 것이다. 옥상에는 옷을 갈아입을 작은 텐트, 밤이슬을 피할 텐트가 펼쳐졌다. 지상 9m, 옥상 아래에 서면 이목구비도 뚜렷이 보일 거리지만 이곳은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들에게는 막다른 곳이 됐다.

지난 8일 새벽부터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옵티칼 철수의 마지막 단계인 공장 철거를 막고 고용승계를 이루기 위해 옥상에 올랐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라도 난로는 쓸 수 없고 핫팩에 의존해야 한다. 식사와 물은 동아줄에 바구니를 매달아 전달받는다.

▲9일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

9일 오전 11시, 고공농성장 아래에서 금속노조 구미지부와 민주노총 경북본부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해고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공장 화재에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이 때문에 한국옵티칼의 모회사인 니토덴코가 남은 해고노동자 11명의 고용승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부장은 50여 명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들은 한국옵티칼과 공장 철거를 승인한 구미시를 규탄하다가도, 9m 높이 옥상 아래 모인 사람들을 향해서는 흐린 목소리로 말한다.

“구미시가 공장 철거를 승인했다. 법원도 가처분 결정을 곧 할 것이다. 그런데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나. 특혜만 누리고 가는 건 괜찮고, 노동자 생존권을 짓밟는 것도 괜찮나. 잘못은 회사가 저질렀는데 왜 우리가 벼랑으로 내몰리나. 아무도 우리의 생존을 지켜주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 올라왔다. 우리는 반드시 이기고 싶다. 저희 걱정은 마십시오. 춥고 외롭지만 잘 버티겠다.”

(박 수석부지회장)

공장 아래 모인 사람들은 기운을 전달하려는 듯, 옥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여전히 노동자가 공장 지붕에 올라가야 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다. 공장 불이 났다. 불 난 건 노동자 잘못이 아니다. 불났단 것을 핑계로 공장을 철수해 버렸다”며 “구미시청은 노동자가 싸우고 있는 공장을 철거 승인을 해주는 야만적 행태를 보였다. 이 현실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되고 10년째 투쟁하고 있다. 옵티칼 투쟁이 우리 투쟁과 다르지 않다. 외투기업이 국내 들어와서 불법을 자행하고 먹튀해도 우리 사회가 이 제도가 하나도 노동자 권리를 찾아주지 못하고 있다”며 “어제 두 명의 여성 동지가 손배 가처분에 맞서 온몸으로 가처분을 받겠다는 결의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가장 어려운 투쟁이 폐업 투쟁이다. 자본이 철수하는 걸 11명이 동지들이 남아서 싸우겠다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사람이 옥상에서 농성하고 있는데 철거를 승인한 구미시의 그 잔인함의 끝은 어디인가. 회사는 물량을 평택으로 빼돌리면서 법인이 달라 고용승계는 안 된다고 한다. 그 뻔뻔함의 끝이 어디인가”라며 “이제 곧 철거를 위해 나설 것이지만 두렵지 않다. 피하지 않고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니토덴코의 평택 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의 고용승계가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