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낙연 신당 지지율 부진…대구경북은?

민주당에도 크게 못 미쳐…비전과 지역 전략에서 역부족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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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제3지대 정치권에서 몇몇 신당이 만들어지거나 추진되면서 이들의 지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정당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이지만 이마저 한자리수 지지율에 그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항간에서 ‘파죽지세’라고 표현했던 것이 무색해졌다.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월 21일~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상대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선 비례대표에서 투표할 정당’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7%, 국민의힘이 2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준석 신당은 9%, 이낙연 신당은 4%, 민주당 탈당파(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가 추진하는 신당은 1%, 정의당은 3%, 기타 정당은 5%였고 ‘지지 정당 없다’ 21%, 모름 및 무응답이 6%였다(응답률 13.4%, 가중방식은 셀가중,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p. 이 조사를 포함해 이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합쳐도 전국 지지율 15% 미만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투표를 가정했을 때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은 더 낮아졌다. 민주당 28%, 국민의힘 26%였고 이준석 신당은 7%였다. 이낙연 신당과 민주당 탈당파 신당의 지역구 투표 지지율은 각각 4%, 1%로 비례대표 지지율과 같았다. 정의당 1%, 기타 정당 4%, ‘지지정당 없다’ 21%, 모름 및 무응답은 8%였다. 3개 신당의 지지율 총합은 비례대표에서 14%, 지역구에서는 12%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신당 지지율은 부진했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1월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15명을 상대로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44.4%, 국민의힘 35.1%, 이준석신당 5.2%, 이낙연 신당 4.3%, 정의당 1.1%, 기타 다른정당 3.7%, 지지정당 없음 5.0%, 잘모름 1.1%으로 나타났다(응답률은 7.3%, 가중방식은 셀가중,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p).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10%에 미치지 못한다.

인터넷매체 ‘뉴스피릿’ 의뢰로 에브리리서치가 1월 20일부터 21일까지 만 18세 이상 1천명을 상대로 무선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각정당 후보에 대한 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민주당 39.5%, 국민의힘 28.8%, 이준석신당 8.1%, 이낙연신당 4.6%, 원칙과상식의 신당 2.7%, 정의당 2.4%, 자유통일당 1.5%으로 나타났다(응답률은 4.6%, 가중방식은 림가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3개 신당의 지지율 총합은 15.4%로 YTN-엠브레인퍼블릭의 비례대표 지지율 조사 결과(14%)와 비슷했다.

이준석 신당도 대구경북에서 부진…한자리수 지지율 나오기도 

대구경북 지역은 어떨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꾸준히 대구에 공을 들였고 대구 출마설까지 나오면서 지역 정치 구도가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회자된 바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도 신당들은 침체를 보였다.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대구경북(가중값 적용기준 사례수 98명/전체응답자의 10%)의 지역구 후보 기준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4%, 민주당 10%, 이낙연 신당 6%, 이준석 신당 4%, 기타 정당 7%였고 민주당 탈당파 주도 신당과 정의당은 지지율이 잡히지 않았다. 비례대표에서 투표할 정당으로는 대구경북 응답자들의 43%가 국민의힘을 꼽았고, 민주당은 7%,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은 각각 4%, 정의당 1%, 기타 정당 10%였다. 민주당 탈당파 주도 신당은 지지율이 잡히지 않았다.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의 대구경북 결과는 신당들에게 매우 충격적이다. 대구경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절반에 못 미치고, 민주당 지지율이 10% 이하인데도 두자리수 지지율을 올린 신당은 없었다.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을 합쳐야 겨우 10%에 근접했다. 게다가 이준석 신당은 지역구 지지율에서 이낙연 신당에게 뒤처지기까지 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대구경북(가중값 적용기준 사례수 98명/전체 응답자의 9.7%)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52.9%, 민주당 24.9%, 이준석신당 10.2%, 이낙연신당 4.1%, 정의당 1.7%였다. 이준석 신당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전국 지지율의 2배 가량이었지만, 국민의힘에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며 민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뉴스피릿-에브리리서치 조사의 대구경북(가중값 적용기준 사례수 97명/전체 응답자의 9.7%)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0.7%, 민주당 28.5%, 이준석 신당 7.9%, 정의당 3.5%, 원칙과상식의신당 3.2%, 자유통일당 2.3%였다. 대구경북에서 이준석 신당은 전국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했고, 이낙연 신당은 원칙과상식(민주당 탈당파)의 신당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해 ‘제3정당의 필요성’이나 ‘다당제 지지’, ‘신당 지지 의향’을 놓고 적지만은 않은 응답자들이 호응하는 현상이 있었지만 막상 제3지대의 판이 벌어지고 난 이후 각 신당은 정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뚜렷이 드러났고 이것은 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당의 흐름을 이끄는 지도자, 이낙연과 이준석은 한때 집권여당의 당 대표였다. 이낙연은 유력한 대선 주자였으며 이준석은 촉망받는 차세대 정치인이었다. 지도자의 인지도가 낮아서 신당들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력이 작은 것을 궁극적 원인으로 보기도 어렵다. 세력이 작으면 국민의힘, 민주당에 비해 지지율이 낮을 수밖에 없기는 해도, 그것으로 한자리수에 머무는 지지율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차별성 부족하고 정치 리더의 독자적 지지율도 낮아

신당의 지지율은 ‘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아니고 그 당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에 달려 있다. 인물로 치환하자면 ‘왜 윤석열이나 이재명이 아니라 이준석이나 이낙연이어야 하는가’를 짚어볼 수도 있다. 요컨대 신당의 성패는 ‘차별성’에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성 정당의 주류에 해당했던 이낙연과 이준석은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비주류로서 싸우다 결국 황야로 나온 인물’이 아니라 ‘한때 핵심에서 누릴 것 누리다 밀려난 인물’로 비쳐지는 것이다.

더구나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정치 리더로서 독자적인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이들의 지지율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3% 이하로 나타났다. 신당의 지지율은 이들 리더의 지지율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합 15% 미만의 정당 지지율조차 그나마 반사이득으로 가능했다고 해석할 수 있고, 따라서 그 지지율조차 굳건한 것은 아니라고 전망할 수 있다.

신당 세력들은 창당 과정에서도 별다른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개혁신당과 이준석 대표는 몇 차례 정책 발표를 했지만, 많이 회자된 공약은 ‘공영방송 사장 임명동의제’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였고, 이 공약들은 민생경제 대책을 바라거나 후련한 사회개혁을 원하는 대중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새로운미래(이낙연 신당)나 미래대연합(탈당파 의원 3인방)의 경우 아직까지 두드러지는 정책이 없다시피하다.

신당 인사들의 이력적 한계와 능력 부족은 총선이 ‘정권 심판/정권 지지’의 이분법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더 촉진한다. 뚜렷한 차별성과 비전 제시가 없다면,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정권 심판론은 민주당 중심의 정권심판론으로 흡수되고,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도덕적 타락을 질타하는 것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두고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전 법무부장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

한동훈 등장과 이준석의 머뭇거림, 이낙연의 예정된 실패

한동훈 위원장의 등장도 신당들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어차피 민주당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다’는 시민들을 어느 정도 국민의힘으로 되돌려 세우는 데 한 위원장이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의 차별성이 떨어지는 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간의 사소한 차이도 대중에게는 크게 비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 위원장의 등장으로 이준석 신당이 타격을 받은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공교롭게도 이준석 대표의 대구 출마 시사가 잦아들기 시작한 시점도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취임하는 시기와 겹친다.

이 대표가 대구 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가 불리함을 깨닫고 발을 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당 대표로서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구 출마에 대해 온도가 달라진 것은 그 자체로 실망이나 조소를 초래하기 쉽다. 한 위원장의 등장과 이 대표의 ‘간 보기’ 혐의가 포개어진 것은 대구경북 개혁신당에게 큰 악재다.

그동안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대구경북을 찾았다가 오래지 않아 떠난 정치인들이 있었다. 2008년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낙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수도권으로 갔다. 2012년 대구로 터전을 옮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4년 노력 끝에 의원이 됐지만 의원 활동 4년만에 낙선한 다음 ‘대구 정치인’ 범주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고비고비 대구를 찾았던 안철수 의원은 대선 막판 국민의힘 품안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까지 이 대열에 서게 된다면, 학습 효과가 있는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개혁신당의 신뢰도는 더욱 하락할 것이다.

이낙연 신당의 경우 대구경북에서 부진한 원인은 그가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 집권 당시 민주당의 대표를 지내면서도 인상적인 행보를 하지 못했던 데 있다. 한때 이 전 총리는 중도층의 호감을 크게 받았고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세가 있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의 다변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외형적인 진중함을 유지했을 뿐 묵직한 결단과 실행력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이재명이 나와서 안 찍었지, 이낙연이 나왔으면 찍었다’는 유권자들 상당수에게도 그는 꼭 있어야 하는 정치인은 아니다. 그러니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과 ‘윤석열에 대한 실망’이 형성돼 있는 대구경북에서도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