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징역 2년’, 죄질에 비해 무거운가 가벼운가

[해설] 업무방해죄 양형 기준만으로 징역 1~5년…형량 하한선에 가까워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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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끝났고, 대법원은 형량을 조절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법리 적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면 조 전 장관은 최종판결과 함께 구속되어 그날부터 2년의 징역이 시작된다. 

조 전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던 2019년 8월 이후 벌써 4년 6개월이 흘렀다. 재판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었는데도 판결에 대한 이견이 자주 발견된다. 1심과 2심 판결에 대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스펙 부풀리기 수준을 갖고 징역형에 처해야 하는가?”, “유죄 가짓수가 상당히 많은데 징역 2년이면 너무 약하다”라는 정반대 의견이 맞서 있다.

사실심이 완료된 이 시점에 조 전 장관의 형량을 분석해본다. 이것은 그저 하나의 사건에 대한 해설로 그치지 않고, ‘사법부가 어떻게 판결을 내리는지’ 그 과정과 기준을 알아볼 수 있는 한 사례가 될 것이다. 

법정구속 피한 것은 대법원 예규 개정 때문
스펙 ‘부풀리기’ 아닌 ‘조작’…
조국이 꾸민 증명서도 있어
유재수 감찰무마(직권남용), 부정청탁금지법에서도 유죄

먼저, 조 전 장관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정구속을 피한 이유부터 살펴보겠다. 결정적 요인은 대법원 예규의 개정이다. 과거 대법원의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57조는 실형을 선고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법정구속한다는 원칙을 명기했다. 그러나 2021년 예규가 개정되면서 법정구속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더 좁게 제한되었다. 범죄 사실이 인정되고 실형 선고가 내려져도,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보이면 불구속한다는 취지이다.  

불구속이 피고인에게 꼭 좋은 일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형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구속이 된다고 해도 구속 수감된 기간은 징역 기간에 포함된다. 법정구속이 늦어질수록 석방되는 날도 더 멀어진다.

조 전 장관의 형량을 짚어보자. 조 전 장관 혐의에서 가장 중대한 것은 입시비리다. 입시비리는 ‘허위 작성되거나 위조된 공문서와 사문서를 행사해 입시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요약된다. 인맥을 통한 스펙 품앗이나 이력을 다소 부풀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허위 이력’이 핵심이다. 

 

조 전 장관은 입시비리 일부에 대해선 소극 가담했지만 범죄 사실을 인지하거나 공모하고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범행을 주도한 일원이었다. 또, 일부 사건에서는 조 전 장관 본인이 직접 입시 관련 문서에 허위 내용을 담았다.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물증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를 발급 권한이 없는 본인이 직접 서울대 연구실에서 꾸몄다. 호텔 아쿠아펠리스 인턴증명서도 본인이 작업한 허위 문서다. 저장된 PC와 저장자명이 모두 조 전 장관을 가리킨다. 고유명사인데도 ‘펠’을 ‘팰’이라 표기한 것도 그의 덜미를 잡은 단서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 관련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딸이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에게 부당하게 받은 장학금에 대해서는 ‘뇌물 수수’는 아니라며 무죄 판단이 내려지는 동시에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는 인정되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권고 기준 살펴보니
위조공문서 행사 하나만 봐도 기본 양형 범위 기본 8월~2년

그렇다면 조 전 장관처럼 유죄가 여러 개인 사람의 경우 어떻게 형량을 계산할까. 법관은 우선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일정한 범위의 형태로 ‘처단형’을 정한다. 그런데 이 범위가 너무 폭 넓어서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선고가 결정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법원 양향위원회는 범죄 유형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게 양형 범위를 정해두었다. 그리고 3개 이상의 유죄를 받은 사람의 경우, 양형이 가장 높은 제1범죄의 형량에 제2범죄 형량의 절반을 더하고 그 다음 제3범죄 형량의 1/3을 더한다는 법칙을 세워두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그런데 조 전 장관의 경우 이런 계산이 불가능하다.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범’의 경우 범죄별 형량을 합산할 수 없다. 입시비리에 얽힌 위조공문서행사죄,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 위조사문서행사죄 등이 그런 경우다.

그리고 직권남용죄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법률상의 기준만 있을 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따로 권고한 기준이 없다. 조 전 장관의 형량을 계산할 기준인 3가지 범죄를 추리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조 전 장관이 선고받은 형량이 죄질에 비해 무거운지 가벼운지 따져볼까. 필자는 우선 각 범죄별로 양형 기준을 살펴보고 그중 가장 형량이 무거운 범죄 하나를 분석했다. 조 전 장관의 범죄 중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기준이 있는 범죄는 다음과 같다. 이 내용은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https://sc.scourt.go.kr/)에서 일반 시민도 열람할 수 있다.

위조공문서 행사: 8월~2년 (이하 모두 기본 범위)
허위공문서 행사(적극적 목적): 8월~2년
위조사문서 행사: 6월~2년
위계공무집행 방해: 8월~1년 6개월
업무방해: 6월~1년 6월

다만 여기서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형을 감경하거나 가중할 사유가 없는지를 따져야 한다.

조 전 장관, 특별양형인자상 감경요소 해당 안 돼
위조공문서 행사 등 4개 범죄는 가중요소도 없어 기본 범위 적용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특별양형인자를 마련해놓았다. 특별양형인자는 양형 범위를 낮추거나 올릴 수 있는 가중/감경 요소다.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1개 이상 많으면 양형 범위는 가중 범위로 올라가고, 반대로 감경요소가 가중요소보다 1개 이상 많으면 양형 범위는 감경 범위로 내려간다.

특별양형인자 분석 결과 저 5개 범죄 중 조 전 장관의 양형 범위가 가중 범위로 변경되는 것은 업무방해 1개로 보인다. 나머지 4개는 기본 범위를 그대로 적용한다. 조 전 장관은 이 4개 범죄에서 감경요소와 가중요소 둘 다 발견되지 않는다.

업무방해죄를 제외한 4개 범죄의 특별양형인자 감경 요소를 살펴보면 ‘범행 가담 또는 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나 폐해가 경미한 경우’, ‘범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등이 있다.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는 불가피한 사정이 없다. 경미하지 않은 비리이며, 합격 처분을 받아냈으므로 범죄의 목적을 달성한 경우다. 또 조 전 장관은 ‘장애인’, ‘심신 미약’, ‘자수 등’ 행위자에 관한 감경 요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예시: 허위공문서 관련 범죄의 양형 범위와 양형인자(감경요소 및 가중요소)

가중 요소 중에는 ‘범죄로 인하여 중대한 사회적 경제적 폐해가 야기된 경우’가 눈에 띄지만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에 이를 적용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범행으로 인하여 대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거나, 대규모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질서를 교란하여 그 폐해가 중대하고 심각한 경우를 ‘중대한 사회적 경제적 폐해’로 규정하고 있다. 입시업무 방해 자체로 곧바로 발생하는 자신의 이득이나 타인의 손실이 대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입시비리로 합격했다 볼 수 있다 해도 그 직접적 피해자는 탈락자 1명인 셈이므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것은 아니다.

사문서 위조 관련 범죄에서는 ‘다량의 문서를 반복적으로 위조한 경우’가 눈에 띄지만 이 역시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에 적용될 수는 없다. 그들은 ‘다종’의 문서를 위조하거나 허위 작성했지만, 입시에 쓰이는 문서가 ‘다량’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로 업무방해죄 이외의 입시비리 관련 죄에서는 양형 기본 범위를 그대로 적용한다. 

조국의 업무방해죄는 ‘범행 주도’, ‘반복 범행’에 해당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2개 많아… 징역 5년이 상한선

한편 조 전 장관의 업무방해죄에서는 양형 가중 사유가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우선 특별양형인자의 감경요소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참작할 만한 사유나 동기가 없거니와, 노골적인 의도와 체계적인 반칙으로 저질러진 입시비리이므로 ‘업무방해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와 ‘미필적 고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한 업무방해죄의 양형 범위

반면 조 전 장관은 특별양형인자의 가중 요소 중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한 경우에 해당한다. 특별양형인자에서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1개 많으면 양형은 가중 범위인 1년~3년 6월로 올라간다. 이 중간선인 2년 3월만 해도 그가 선고받은 형량을 웃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는 여러 차례, 여러 기관에 걸쳐 이뤄졌으므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다. 이렇게 특별양형인자에서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2개 이상 많은 경우 가중 범위 상한선에 1.5를 곱해 새로 상한선을 정한다. 3년 6월에 1.5를 곱하면 5년 3월이다. 다만 법률상 업무방해죄의 최고 형량이 5년이므로 상한선은 5년이 된다. 조 전 장관은 업무방해 하나로 1년~5년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범위내에서의 형량 조정은 일반양형인자를 참고해 판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조 전 장관은 일반양형인자의 감경요소에서 ‘소극 가담’, ‘진지한 반성’, ‘상당한 피해 회복’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몇 보 양보해 오래 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형사처벌 전력 없음’에 준하는 것으로 본다 치자. 그렇다면 양형 범위내 중간선인 3년보다 조금 낮은 형을 선고하는 근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선고받은 징역 2년형은 업무방해죄 하나의 양형 범위 중간선(징역 3년)의 66.66% 수준에 불과하다. 조 전 장관은 입시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 이외에도 위조공문서 행사, 허위공문서 행사, 위조사문서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여러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직권남용,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서도 유죄가 나왔다.

조 전 장관의 선고받을 수 있는 형의 상한선은 업무방해죄 하나의 상한선 5년을 작지 않게 웃돌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조 전 장관은 양형 범위내에서 상한선보다 하한선에 훨씬 가까운 형량을 선고받은 것이다.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