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맞춤형으로 내부 기준 변경?

시상금 지급 불가→‘시상품’ 지급 가능으로 변경
심판비는 최대 7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급증
1개 동호회 행사에 특별활동 지원비 26% 사용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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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 공무원 골프대회를 진행하면서 내부기준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샀던 대구시가 골프대회를 앞두고 골프대회 맞춤형으로 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민>이 지난해 4월 18일 정보공개청구 이후 행정심판, 간접강제 등을 거쳐 9개월 만인 지난달 17일, 대구시로부터 등기로 수령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다. <뉴스민>은 대구시로부터 수령한 ‘2023 직원 동호회 계획’ 문서 뿐 아니라, 대구시가 공개하고 있는 이전 직원 동호회 문서를 모두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대구시 직원 동호회 계획 공개

직원 동호회 가이드라인되는 계획 문서
2016년부터 대국민공개 자료로 관리
2023년 돌연 비공개 자료로 전환

<뉴스민>이 대구시가 매년 2월경 수립하는 ‘직원 동호회 계획’을 확인하려 한 것은 해당 계획이 대구시 직원 동호회의 기본적인 활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원 동호회에 지원하는 세금의 사용 기준도 포함되어 있다. 2022년 직원 동호회 계획 문서를 보면 대구시는 직원 동호회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민간보조금에 준해 집행하도록 했고, 국외행사비, 기념품구입비, 시상금 등의 명목으로 집행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기준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확인 가능한 직원 동호회 계획에서 동일하게 확인된다.

지난해 5월 9일 <뉴스민>은 ‘대구시 골프대회 지원 1,300만 원···집행기준 위반 논란’ 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시상금 등의 명목으로 쓴 대구시 지원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뉴스민>은 2023년 계획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대구시가 정보를 비공개하면서 확인할 수 없었다. 동호회 업무를 담당하는 총무과 등을 직접 찾아가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고도 했지만 과장 등이 대답을 회피하면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이후 <뉴스민>은 대구시의 정보 비공개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를 거쳐서 9개월 만에 ‘2023년 직원 동호회 계획’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9개월 만에 확인한 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수년 동안 유지한 세금 집행기준들을 여럿 변경한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시가 해당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되는 시점은 2023년 2월 8일로, 이때는 홍준표 시장이 골프대회 개최를 시사한 이후다.

지난해 3월 3일 <스픽스>가 보도한 ‘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추진’에 따르면 홍 시장은 그해 1월 대구시 실국장들과 만찬을 하면서 8개 구·군청이 포함된 공무원 골프대회 개최 의사를 통보했다. 실제로 홍 시장은 그해 1월 31일, 대구 수성구 소재 한정식점에서 실국장 만찬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152만 6,000원을 업무추진비로 집행한 사실이 확인된다.

<스픽스>는 “홍 시장의 느닷없는 지시에 일부 참석자들은 당황하기도 했으나 이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한 공무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홍 시장의 의지에 따라 대구시는 골프대회를 열기 위해 구·군청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골프장 섭외와 대회 방식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열린 제1회 대구광역시 공무원 골프대회에서 홍준표 시장이 티샷을 치고 있다.

이전보다 완화된 예산 집행 기준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규정 수준 준수’ 삭제
심판비도 최대 7만 원 수준에서 20만 원까지 급증

홍 시장의 골프대회 개최 지시가 내려진 후 수립된 직원 동호회 계획을 보면, 이전까지 포함되어 있던 예산 집행 규제 조항은 다수 빠지거나 항목별 집행 기준금도 높아졌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2018년 계획부터 포함된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규정 수준 준수’ 지침이 빠진 점이다.

대구시는 2016년, 2017년까지는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맞게 지원 및 집행’한다고 했다가, 2018년부터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을 이유로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규정 수준 준수’를 동호회 운영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참고자료로 ‘민간보조금 집행기준’을 첨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2023년 계획에선 해당 내용이 빠졌고, 대신 ‘집행 원칙 및 기준 준수’로 회귀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부터 포함되어 있던 ▲국외행사비 ▲기념품구입비 ▲시상금 지원 불가 규정도 수정됐다. 국외행사비와 기념품구입비는 여전히 집행이 불가하지만, 시상금은 ‘물품형태의 다양한 선물적 보상(문화상품권, 모바일상품권 등 포함)은 총 행사 경비의 30% 이내 지원’할 수 있다며 수정됐고, 항목 명칭도 시상금에서 ‘시상품’으로 바뀌었다.

심판비도 대폭 인상됐다. 2016, 2017년엔 1인당 4만 원이 원칙이었던 심판비는 2018년 7만 원까지 늘어서 2022년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2023년엔 종목별 특성을 감안해 최대 20만 원까지 지급 가능하도록 인상됐다. 2016, 2017년 대비 5배, 2018~2022년 대비 약 3배다.

공교롭게도 골프대회서 문제 될 항목들 변경
1개 동호회 행사에 전체 특별활동비 중 26.1% 쓰고
시상품 700만 원 지급, 심판비는 최대치 20만 원 지급

공교롭게도 골프대회를 개최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항목들이 콕 짚어 변경이 된 셈이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마찬가지로 지난해 5월부터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심판, 간접강제 절차 등을 거쳐 8개월여 만에 공개 받은 대구시 제1회 공무원 골프대회 정산서에 따르면, 대구시는 대회에 1,174만 2,000원으로 특별활동 명목으로 지원했다. 특별활동으로 동호회 배분할 수 있는 예산 4,500만 원의 26.1% 수준이다. 23년 1월 기준 대구시 직원 동호회는 21개로, 1개 동호회가 5개 동호회 분량을 사용한 꼴이다.

정산서에 따르면 1,174만 2,000원 중 가장 큰 항목은 시상품 700만 원(59.6%)이고, 급식비 267만 2,000원(22.8%)이 뒤를 잇는다. 진행요원경비로도 176만 원을 썼고, 행사운영경비로 31만 원을 썼다. 진행요원경비에는 골프대회를 운영한 심판 경비와 캐디비(롱기스트, 니어리스트) 일부가 포함됐다. 심판비는 20만 원씩 6명 120만 원이 지출됐고, 캐디피는 14만 원씩 4명 56만 원이다. 2023년 변경한 계획대로 시상품 경비로 쓰고, 심판비 최대치 20만 원을 쓴 것이다.

<뉴스민>은 2023년 직원 동호회 계획의 변경 사유 등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15일 오전까지 수차례 이재홍 대구시 행정국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이 국장은 ‘나중에 연락하시라’는 문자만 반복해 보내며 통화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