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동네 촛불’ 600여 명 모여…청소년 대거 참가

달서구 주민 3명이 자발적 촛불집회 준비

12:47

박근혜 대통령 고향 대구 곳곳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600여 명 시민이 모여 대구 동성로에서 매일 열리는 촛불집회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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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7시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홈플러스 상인점 앞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달서구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내려와라 박근혜 달서 촛불 시민들’ 주최로 열린 이번 집회는 정의당 대구시당이 피켓을 마련했고, 시민들이 직접 간식과 촛불을 준비했다. 대구는 동구 율하동, 북구 구암동에서 촛불집회를 연데 이어 세 번째 동네 촛불집회다.

사회를 맡은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는 “달서구에 사는 몇 분이 우리도 동네에서 촛불을 들자고 해서 준비했다. 처음에 3명이 모여서 웹포스터도 만들고 SNS로 홍보도 했다. 나흘만에 준비한 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주변 학원가와 상가가 몰린 탓인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청소년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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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청소년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학생 4명은 “대통령이 잘못해서 나왔다”며 촛불과 피켓을 들었다. 한 학생(진천동)은 “뉴스를 보니까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저희가 이런거 밖에 할 수 없잖아요”라며 “대통령이 최순실만 믿고 따라가서 이렇게 된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곧장 “세월호 사건”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냥 다 최순실 때문인 거 같아요. 단원고 언니, 오빠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죄송해요. 빨리 대통령이 하야했으면 좋겠고, 우리나라가 좋아졌으면 좋겠고, 국민을 따르는 대통령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청소년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이 모(18) 씨는 “지금 시험기간인데 공부 안 하고 여기에 나왔다. 우리나라가 잘못됐다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낭비가 아니도록 대통령은 무조건 사퇴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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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인근 상인들은 핫팩을 후원하기도 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양초 400개와 피켓 900장은 모두 동이 났다. 앉을 자리가 모자라 사회자를 가운데 둘러싸고 동그란 모양으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행진을 시작하려는 오후 8시께에 막 도착한 시민들도 양초와 피켓을 받아갔다.

대구시 달성군에서 온 전명현(19) 씨도 발언에 나섰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15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지낸 곳이다. 전 씨는 “더 많이 노력해서 경쟁에서 이기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최순실 일당은 노력없이도 사회의 윗자리로 올라갔다. 어른들이 강조했던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아니라는 걸 보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집회 후, 달서구 상인동 새누리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국회의원 사무실 앞까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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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소년이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리본 귀걸이를 하고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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