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년정책에 ‘청년’이 없다? 행정편의, 수치 중심 운영 우려

대구청년유니온, “청년정책 고민 과정에 청년과 좀 더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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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7:48 | 최종 업데이트 2016-08-05 17:48

권영진 대구시장이 올 초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을 ‘청년 대구 건설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권 시장은 취임 이후 청년 관련 정책에 관심을 보이며 전임 시장들보다 청년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는 청년소통팀을 신설했고, 올해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청년정책TF팀도 만들었다.

하지만 권 시장의 청년 문제 접근법이나 정책 방향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년을 정책 수혜자로만 상정해서 보여주기식 사업이 되거나 수치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년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상향식 소통이기보다는 대구시로부터 시작되는 하향식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구청년유니온 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구청년유니온 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일 오전 대구청년유니온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치화’하는 대구시의 청년 정책을 규탄한다”며 “시가 청년도시 건설의 원년을 위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앞으로 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청년들과 좀 더 소통할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 49개 청년 정책, 489억 원 사용
청년 실업 해소 정책만 31개, 429억 원

구체적으로 대구시가 추진 중인 청년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청년유니온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청년정책TF팀은 49개 청년 정책을 추진 중이다. 49개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489억 1,200만 원에 이르고, 이중 시비가 249억 4,700만 원(51%)이다.

창업, 일자리, 소통, 문화 등 정책 주관 반별로 정책 현황을 보면, 창업반 정책이 18개로 가장 많고, 일자리반 13개, 소통, 문화반은 9개 순이다. 예산도 창업반 정책 18개에 336억 3,900만 원이 배정돼 가장 비중이 높고, 일자리반 정책 13개에 93억 2,900만 원이 책정됐다. 창업, 일자리 등 청년실업 문제 해결 정책이 중심인 셈이다.

하지만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제로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우선 창업 정책 18개 중 7개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시비 10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창업실패자 재도약 특례 보증지원 정책, 시⋅국비와 민자 투자금 14억 원을 들여 시행하는 벤처창업보육센터 지원사업 정책, 대구엔젤투자매칭펀드 운영(50억 원), 콘텐츠코리아 랩(24억 원), 스마트창작터(10억 원), 콘텐츠 창업기업 지속성장 프로젝트 지원(7억 원), 섬유패션디자인 창업보육 센터(1.7억 원) 등은 정책 대상자를 청년으로 특정할 수 없다. 일부 사업이 정책 대상자를 39세 미만으로 특정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 사업들은 나이 제한 등의 명시 조항이 없다.

정책 대상자를 청년으로 특정하는 몇 개 정책은 실효성에 물음표가 생긴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국⋅시비와 민자투자금 805억 원을 들여 시행하는 청년 창업 펀드 사업은 현재까지 405억 원을 펀드로 조성했다. 하지만 이 중 240억만 39세 이하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펀드에 사용했고, 165억 원은 구분 없이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현재까지 13개 업체에 186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중 청년 기업은 5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금은 26억 원으로 기투자금 중 14%에 그쳤다.

또,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개최 사업은 오는 11월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박람회 방식의 일회성 사업에 불과하고, 대구 패션창조거리 조성 사업은 내년 6월까지 진행되는 토건사업 이어서 현재로선 청년 실업 해결 사업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창업 정책 중 절반 이상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예상되거나 관계없는 사업인 셈이다.

대구청년유니온

창업반 정책, 청년 정책으로 특정하기 어려워
청년유니온, “정책 세부적인 측면 고려할 때 부실”

일자리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청년유니온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의 개수만을 고려해볼 때 청년 일자리 정책은 준수해 보인다”며 “그러나 시비의 비율이나 정책의 세부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실상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대구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은 시비가 전혀 들지 않고, ‘지역특화 청년무역전문가 양성사업’은 시비 비율이 25%가 되지 못한다. ‘청년이 모이는 산업단지 패키지 사업’도 시비가 20% 정도밖에 안 된다”며 “정책에 투입되는 시비 비율이 높아야 비로소 대구시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시비 비율은 시가 그 정책을 지속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반 정책 13개, 93억 2,900만 원 중 시비는 57억 6,100만 원으로 전체 일자리 정책 대비 시비 비중은 낮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이 지적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나 ‘청년이 모이는 산업단지 패키지 사업’처럼 10억 이상 예산이 쓰이는 사업은 상대적으로 시비 사용 비중이 적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은 국비공모사업으로 현재까진 2016년 운용 계획만 나온 상태라서 청년유니온이 지적한 것처럼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진 않는다. ‘청년이 모이는 산업단지 패키지 사업’ 역시 2016년 운용 계획만 나온 상태다.

이상민 팀장은 “대구시가 시의 정책만으로 대구 청년을 고용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청년도시의 건설 원년의 해라고 선포할 정도의 의지라면 되도록 많은 청년들이 그 대상이 되어 수혜를 받거나, 시에서 최대한 직접 고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해야 하지 않느냐. 20세에서 29세 사이 인구 33만 명 중 많아야 고작 수천 명 정도가 정책의 수혜자라면 청년들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정책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년유니온, “청년정책네트워크 자발성 잃어”
대구시, “청년유니온 지적은 오해에서 비롯”

대구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은 올해 대구시가 청년 소통을 위해 야심 차게 시작한 청년정책네트워크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최유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위원회나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선발되지 않은 일반 청년들이 목소리 낼 수 없는 길이 없다”며 “대구시의 청년 소통정책은 대구시가 소통하기 쉽도록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청년 당사자가 직접 청년 정책을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도 “각 분과 대표들이 이미 내정되어 있었고, 오리엔테이션 당시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됐다. 행정 편의를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청년들의 자발적으로 모여 정책을 만들어 낸다던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시작부터 자발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구시 청년소통팀 관계자는 “청년정책네트워크의 경우 분과 대표가 내정됐다는 건 오해”라며 “지난해 운용한 청년위원회의 성과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청년위원회 위원들을 주축으로 운영하려 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사업을 발굴해서 청년의 창업과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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