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똑똑히 보아라, 우리가 바로 평화다 / 김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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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9 19:12 | 최종 업데이트 2016-08-19 19:12

똑똑히 보아라, 우리가 바로 평화다

김수상

기가 찬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우리는 기가 차서 뭉쳤고 억울해서 뭉친 사람들이지만
기가 찬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우리가 피땀으로 키운 참외를 왜 사드참외라고 부르는가.
사드참외가 아니라 평화의 참외라고 이름 붙이자.
평화는 성주의 상표다.

참외도 놀라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촛불을 들고 우리에게 옛날의 평화를 달라고 애원도 해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짐승의 말들을 한 것인지
너희들이 짐승인지 우리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결심했다.
한꺼번에 머리를 민 사람이
별고을의 여인 11명을 포함하여 908명이나 되었다.
별고을의 푸른 하늘을 함께 이고 머리를 민 그날은
성밖숲의 왕버들도 숨을 죽이며 흐느끼고
미사일이 온다는 별의 산 성산도
식은땀을 흘리며 우리를 지켜보았다.
머리를 밀면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속아온 것들도
한꺼번에 밀었다.
밀면서 우리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제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이다.
콩이 메주가 된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
양의 탈을 쓴 이 늑대의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유림의 땅에서 머리를 민 것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기심을 위해 머리를 민 것이 아니다.
우리는 건강문제를 따지는 전자파의 논쟁을 뛰어 넘고
외부세력이라는 분열책동을 뛰어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를 열망하고
전쟁을 반대하고 폭력을 반대하고
미사일을 반대하기 위하여 머리를 밀었다.
우리는 성주의 평화결사대다.

보았는가, 별고을 성주에서 날려 보내는 평화의 나비 떼들을.

우리는 36일째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드만 물리칠 수 있다면 360일도 우리는 견딜 것이다.
폭정 같은 폭염의 여름이 가고
우리들 생계 같은 엄동설한의 겨울이 오더라도
우리는 기어이 촛불을 밝힐 것이다.

우리는 사드 덕분에 세계적인 사람들이 되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성주의 사람들이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자랑스러워 평화의 파란 리본을 만들었다.
군청 앞마당은 이제 평화나비광장이 되었고
파란 리본은 평화의 나비가 되었다.
우리 성주는 이제 성지가 되었다.
반전평화운동의 성스러운 땅이 되었다.
너희는 우리를 함부로 대했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평화의 채찍으로 매질하며
강철처럼 단련되고 있는 중이다.
성주가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성주가 되었다.
성주가 평화가 되었고 평화가 성주가 되었다.
똑똑히 보아라, 우리가 바로 평화다.
사드는 가고 평화는 오라!
전쟁은 가고 평화여 오라!

▲7월 25일 사드 배치 철회 성주 촛불문화제에서 김수상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7월 25일 사드 배치 철회 성주 촛불문화제에서 김수상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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