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일방적 노점상 ‘양성화’ 논란⋯부천시는 협의만 200차례

노점상인 당사자 의견 청취 미흡, 7월 2차례가 전부
부천, 애초 노점 영업 지역 그대로 허용구역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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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1 19:59 | 최종 업데이트 2016-09-01 20:00

대구 수성구가 지역 내 노점상 ‘양성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노점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성구는 지난 4월 ‘대구광역시 수성구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거리가게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 내 노점상 ▲운영자격 ▲노점상 잠정허용구역 ▲운영 자격의 갱신 및 제한 ▲금지 행위 ▲허가 취소 규정 등을 명문화했다.

조례에 따르면 수성구에서 거주하고, 중위소득 80% 이하, 자산 가액 2억 원(임차보증금, 현금, 보험자산 등) 이하인 구민 중 잠정허용구역제 시행공고일 기준 1년 이전부터 해당 구역에서 노점영업을 한 사람에 한해서 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때 되면 거리 미관 및 통행 불편 민원 등으로 논란이 된 노점을 규격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민원 제기나 논란의 원인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수성구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노점 하시는 분들도 잘살아야 하고, 수성구청도 조례를 통해서 모범이 되어서 노점과 지자체가 다 잘 되자는 취지”라고 조례 취지를 설명했다.

노점상인 당사자 의견 청취 미흡, 7월 2차례가 전부
벤치마킹한 부천시, 노점상 당사자 협의 200여 차례

하지만 수성구 의도와 달리 조례 제정 과정에서 노점상인들의 의견 청취가 미흡했고, 이후 노점상 잠정허용구역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노점상인들의 의견 청취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반빈곤네트워크, 민주노점전국연합되 등은 1일 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성구의 일방적인 노점상 양성화 정책을 규탄했다.
▲반빈곤네트워크, 민주노점전국연합회 등은 1일 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성구의 일방적인 노점상 양성화 정책을 규탄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민주노총 대구본부, 반빈곤네트워크 등은 1일 오후 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전혀 되지 않은 거리가게 조례를 통해서 노점상 생존권을 옥죄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례 제정 과정에서 노점상인 당사자 입장 배제 ▲거리가게 운영 심의, 의결 기구(상생위원회) 노점상인 당사자 참여 제한적 ▲목련시장 주변 노점상의 이전 전제 등을 이유로 수성구 정책이 노점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수성구 사업 추진 상황을 경기도 부천시의 관련 사업 추진 사례와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수성구 관계자는 부천시의 유사 조례를 참조하고 부천시 관계자의 의견 청취도 하면서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우선 부천시는 2015년 1월, ‘부천시 노점판매대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제정 등 노점상 양성화 정책을 진행하면서 노점상인 당사자와 많은 갈등을 겪었다. 부천시는 이 과정을 200여 차례에 달하는 당사자 실무협의를 통해 풀어냈다.

부천시 가로정비과 관계자는 “당시에 반발이 굉장히 심했다. 그래서 당사자분들이랑 실무협의를 200여 차례 거쳤다. 말이 쉬워 200여 차례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합의점을 찾으려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성구는 현재까지 당사자들과 2차례 협의를 진행한 것이 전부다. 수성구 관계자에 따르면 조례 제정 이후인 지난 7월 노점상인 당사자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2차례 간담회를 진행했다.

▲수성구청이 노점상 '양상화'를 시행하려 하는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수성구청이 노점상 '양상화'를 시행하려 하는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부천, 애초 노점 영업 지역 그대로 허용구역지정
수성구, 허용구역지정 문제 상생위원회에 전가

또, 부천시는 당초 상인들이 영업하던 지역도 허용구역으로 지정해 해당 구역 내에서 영업하는 노점상 수를 협의를 통해 줄였다.

부천시 관계자는 “애초 영업하던 공간을 잠정허용구역으로 지정해서 최소의 필요 수를 협의했다”며 “시에서는 주민 편의를 위해서 적게 놓으려 했을거고, 노점상에서는 많이 놓으려고 했지 않겠나. 단번에 결정되지 않았고 협의 끝에 몇 개를 놓자고 결정했고 그 결정에 따라 현재 노점상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성구 목련시장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노점 운영 여부가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노점상인 당사자들은 목련시장에서 내쫓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부정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대구지역장은 “조례 제정 이후 구청은 노점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었다”며 “이전하는 자리가 장사가 되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를 이전시키려면 상권이 보장되는 곳으로 해줘야 할 텐데, 우리 상인들은 정상적인 상행위를 해도 생계유지가 암울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수성구 관계자는 “아직 허용구역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며 “5일 상생위원회와 당사자,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간담회를 통해 논의될 것”이라고 허용구역 설정 문제는 상생위 소관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가장 큰 갈등이 유발될 잠정허용구역 결정 문제에서 수성구가 한발 빠지는 모습을 보인 것.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부천 사례와 비교하면 당사자들과 협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상생위원회 구성 역시 노점상 당사자들 참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생위원을 15명까지 둘 수 있는데 현재 12명이 위촉됐고, 빈자리에는 목련시장이 정리되면 시지동 노점상을 한 명 넣고, 시지가 해결되면 또 다른 곳의 노점상을 넣겠다고 한다”며 “처음부터 각 지역 노점상 대표를 뽑아 같이 논의하는 게 아니고 한 명씩 넣어서 갈라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 대구시당도 1일 논평을 통해 수성구청의 일방적인 행정을 비판했다. 정의당은 “조례 제정 시 벤치마킹했다는 부천시만 해도 부천지역 4개 노점상 단체 등과 4년여 동안 200회 이상 상생방안 모색 자리를 가졌다”며 “수성구청은 벤치마킹했어야 할 과정은 무시한 채 조례 몇 자 따오는 탁상행정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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