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희망원 비자금 문제 “검찰 수사에 맡긴다” 미온적 입장

송년 기자간담회 열어···시정 성과 자화자찬
개혁보수신당 합류설엔 “새누리당 남는다”

14:53

권영진 대구시장은 27일 2016년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 성과를 설명하고, 새누리당 분당 사태와 관련한 본인 거취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에 남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립희망원이 대구시 보조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문제에 대해선 “검찰 수사에 맡긴다”며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 남는다” 잔류 의사 확인하고
“희망 대구 만드는데 8년 필요” 재선 의지 피력

▲권영진 대구시장이 27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 시장은 개혁보수신당으로부터 합류와 관련한 질문에 “새로운 정치 신당에 참여하라는 요청은 많이 받았다. 새누리당 분당이 안타깝지만, 당을 나가는 분도 분열을 목표로 나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금 움직이지 않는 것은 한쪽 편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며 “새로운 보수혁신의 길 속에서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대구 시장이란 자리가 간단한 자리가 아니”라며 “국회의원 움직일 때 휩쓸려 움직이는 건 대구 자존심 지키는 길이 아니다. 대구 미래와 대구 시민 이익에 큰 울림이 있을 때, 저는 어떤 길이 됐든 주저없이 움직일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권 시장을 포함한 대구지역 국회의원 3~4명이 보수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지만 이를 일축한 셈이다.

권 시장은 대신 “시민들께서 권영진이가 한번 맡아 변화와 혁신으로 희망을 만들어보라고 중책을 맡겼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한 희망 대구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8년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재선 도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구희망원 비자금 조성 문제, “검찰 수사 따라 단죄”
희망원대책위, “대구시는 대구시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지난 10월 13일, 박강수 대구희망원 총괄원장신부(가운데 발언자)를 포함한 직원 24명이 희망원 사태에 사죄하며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최근 대구희망원이 대구시 보조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드러났다는 검찰 수사에 대해 대구시 차원에서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진호)는 지난 26일 비자금 내역 등이 담긴 파일 분석 과정에서 대구희망원이 대구시 지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 23일 대구지방법원은 대구희망원 전 총괄원장이 비자금 조성 폭로 협박에 겁을 먹고 입막음하기 위해 1억 2천만 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권 시장은 “시청 감사를 훨씬 넘어서서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지우고, 단죄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대구희망원 문제를 맡긴다고 전했다.

권 시장은 또 “대구시가 해야 할 일은 희망원을 어떻게 개혁하느냐 문제”라며 “희망원 개혁 문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비대위와 혁신안을 만들고 있다. 혁신안대로 희망원이 지금까지 오명을 벗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대구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권 시장의 미온적인 입장이 못 미더운 눈치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대책위(희망원대책위)는 대구시와 혁신안을 협의 중인 건 사실이고 일부 진전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대구시와 상당 부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민제 희망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희망원을 중장기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기계획에서 입장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조민제 집행위원장은 “혁신안에 대해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희망원 관계자 관련 처벌 문제는 대구시가 책임 있게 집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집행위원장은 “가톨릭 압력이 너무 커서 검찰 수사가 영향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에서 검찰 수사 결과만 두고 보면 권 시장이 말하는 단죄가 될지 부정적이다”며 “희망원 직원 24명이 사표 낸 것 수리하고, 천주교재단 수탁 철회 절차 밟으면 된다. 그건 대구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박강수 대구희망원 총괄원장 신부 등 간부 직원 24명은 희망원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2달이 지난 현재까지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고, 여전히 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권 시장은 ▲친환경 첨단산업도시로 전환 기반 조성 ▲경쟁력 있는 우량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스포츠-문화 인프라 확장으로 인한 역동적이고 신명나는 도시 조성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성공 개장 등 세계로 열린 도시 조성 ▲소통과 협치의 시정 추진 등을 2016년 주요 성과로 꼽으며 “앞으로 변화와 혁신 희망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으며, 이 길에 시민 여러분께서도 적극 동참해주시고 성원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