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노동인권조례 무산 후···"더 가까이 법 있었으면"

"그분들 자식이 임금 못 받으면 알지 않을까요?"
달서구의회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무산..."노어이"
청소년 노동자, 몰라서 당하고, 알아도 신고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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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09:15 | 최종 업데이트 2017-02-17 10:06

대구에서 처음으로 '생길 뻔한' 달서구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이 상위법보다 사업주를 구속한다는 논쟁으로 허무하게 무산됐다. 조례 무산 소식을 들은 청소년 노동자들은 심정은 한마디로 "노 어이(어이가 없다)"였다.

"그분들 자식들도 (임금 제대로) 못 받으면 알지 않을까요?"

달서구 송현동에 사는 황소유(가명, 20) 씨는 달서구의회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무산 소식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근로기준법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조례가 필요 없다는 반대 주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유 씨는 지난 2015년 수능을 치고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시 최저시급은 5,580원. 하지만 황 씨가 처음으로 받은 시급은 3,000원 남짓이었다. 수습 기간이었기 때문에 최저시급을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에 수습 기간이라고 거기서 부르는 대로 받았어요. 돈은 필요하니까 덜 줘도 하는 거예요"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수습 기간에도 원래 시급의 일정 비율만큼만 적용할 수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사장들이 나이 어린애들은 이용하는구나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최근 대구시청 인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유 씨는 처음으로 근로기준법 교육을 받았다. 그는 "일 시작하기 전에 1시간 정도 근로기준법 교육을 시켜주더라고요. 그때 다들 '이런 걸 왜 몰랐을까' 놀랐어요"라며 "돈을 제대로 못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런 걸 알려주는 게 진짜 필요한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6(청소년 노동인권 사업) 구청장은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대구 달서구의회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 중)

▲지난해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실시한 설문조사(사진-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 노동자들이 제대로 임금을 못 받는 경우는 흔하다. 소유 씨처럼 제값을 못 받아도 몰라서 지나치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도 신고하는 것이 두려워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울기만 하고 항의도 못 했어요. 신고하면 너무 큰일 되는 것 같아서"

달서구 소재 한 어린이 체험장에서 일했던 김윤아(가명, 20) 씨는 3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시급 5,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시간외수당, 주휴수당은 물론 없었다.

윤아 씨는 "일주일에 월화수목금토일을 일하고, 한 달에 한 번 쉬었어요. 그러면 주휴수당 줘야 하잖아요. 마감 찍고도 정리하느라 1~2시간 더 일할 때도 많았는데, 한 번도 챙겨준다는 말을 안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3개월이 지나 매장 내 CCTV를 증거로 제출하고, 받지 못한 시간외수당을 챙겨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은 그만둬야 했다.

윤아 씨는 "CCTV 다 돌려서 돈 달라고 했더니, 왜 가게 물건에 손을 대느냐고 그러더라고요. 결국 돈을 받기는 했는데, 일은 그만뒀죠"라며 "처음에는 울기만 하고 항의도 못 했어요. 지금은 그런 일 당하면 바로 신고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부당한 걸 느껴도 경찰서에 신고하기엔 너무 큰 일이 되는 것 같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기도 좀 그래요"라며 "근로기준법 교육도 중요하긴 한데, 알고도 신고를 못 하잖아요. 전용 신고처나 상담 부서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8(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의 지원)  ② 구청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 민간단체와 연계하여 청소년이 노동인권 상담과 피해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전용전화를 둘 수 있다.
(달서구의회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 중)

"돈 달라고 신고했는데 소송하래요. 우리가 무슨 힘으로 소송해요"

청소년 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둘 것을 각오하고 못 받은 임금을 받아야 했다. 오히려 고용노동부에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형사소송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노동자를 겁주기도 했다.

달서구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했던 안지영(가명, 23) 씨 역시 최저시급을 제대로 못 받았다. 주간 알바보다 300원 많은 시급 4,500원을 받았다.

지영 씨는 "3개월 정도 일했는데, 최저시급을 못 받아서 (신고하려고) 알아봤어요. 하루에 9시간을 일했는데 1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빠져서 8시간만 쳐줬더라고요"라며 "몰랐는데 4시간 일하면 30분 쉬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주휴수당도 못 받고, 야간수당도 못 받은 거였어요"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신고를 위해 알아보다 지영 씨는 실제론 휴게시간이 없는데도 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을 알았다. 지영 씨는 "근로감독관이 그걸 증명하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화장실도 안 갔어?', '손님 없을 때 안 쉬었어?' 이러는 거예요. 진짜 말문이 턱 막혔어요. 어이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알바노조 대구지부는 청년 노동자 임금체불 사건에 미온적인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뉴스민 자료사진)

지영 씨가 돌려받은 금액은 130만 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사업주는 금액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돈을 받으려면 형사소송을 하라고 했다.

지영 씨는 "결국 형사소송을 할거냐 말거냐까지 이야기했어요. 사장이 돈을 안 주면 소송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무슨 힘으로 소송을 하겠어요"라며 "진짜 그 때 이후로는 다시는 알바를 안 하려고 생각했는데 지금 또 알바를 하고 있네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고용노동부가 아닌 지역 청년 단체였다. 대구청년유니온에 도움을 청했다. 대구청년유니온과 함께 문제제기하겠다고 맞대응을 한 것이다. 결국 사업주는 밀린 임금을 줬다.

"더 가까이에 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윤아 씨는 현재 외국계 프랜차이즈 식당 면접을 준비 중이다. 일한 시간이 전산으로 입력되는 곳이라 임금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어서다.

그는 "전산으로 입력해서 시간외수당이나 주휴수당도 자동으로 계산된다 하더라구요. 월급 때문에 싸울 일은 없다고 해서요"라며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주변에서 지켜지는 곳이 없고 감시하는 데도 없잖아요. 아무도 처벌받지 않으니까 '원래 그런 거 구나' 생각하는 거죠. 더 가까이에 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달서구의회 복지문화위원회는 긴 시간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을 두고 토론하고 심사보류 했다.

윤아 씨는 달서구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생기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을 구에서도 조사하거나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아 씨가 보기에 근로기준법은 너무 멀리있는 법이었기 때문이다.

윤아 씨는 학생인권조례를 예로 들면서 "원래도 학생들을 체벌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데, 서울에서 먼저 조례가 생기고, 전국적으로 조례가 생기면서 체벌이 이제 거의 없잖아요. 그런 것 처럼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달서구의회 김귀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소년 노동자를 직접 만나며 청소년 노동권을 보호할 조례 필요성을 절감했다. 김 의원은 "기존 법에 있는 청소년 노동권을 조례로 한 번 더 명시하자는 취지다. 결국 있는 법을 지키라는 것인데 (중소기업청이나 의원님들이) 저렇게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는 3월 돌아오는 회기에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달서구의회 한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처럼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사업주에게 한 번 더 족쇄를 채우는" 일일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다. 지켜지 않는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몰라서 못 지켰다면(또는 그렇게 핑계를 댄다면) 배워서라도 지켜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대구 달서구의회, "사업주 부담" 이유로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심사 보류('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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