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공공도서관 위탁이 사서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서울·부산·대구 48개 구·군 도서관 사서 근무현황 분석
서울 89.1% 위탁 운영···사서 96.1% 비공무원 신분
부산 91.3% 직영 운영···사서 67.2% 공무원 신분

23:19

[편집자 주 : 뉴스민은 서울, 부산, 대구 3개 도시 도서관에서 준사서 이상 자격을 갖고 근무하는 사서 노동자들의 근무 연한과 신분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31일 현재까지 서울 구로구를 제외한 모든 구·군이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확인한 결과 48개 구·군 소재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는 1,016명이고 평균 근무 연한은 4.8년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립도서관 근무 직원, 본청 근무 직원, 육아휴직 직원을 제외한 결과다. 도서관 위탁이 사서 노동자 노동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우리가 사서 협회 토론회를 할 때 3년 만에 계약 해지된 사서가 토론회에 왔더라. 그 사람은 3년 계약을 하고 서울 모 도서관에 개관할 때부터 모든 준비를 했다. 3년 뒤에 도서관이 정상화 됐을 때, 위탁 단체에서는 이제 나가라고 했단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친구더라. 토론회 와서 이야길 하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길 하더라. ‘위탁은 정말 아니다. 도서관을 위해 일하고 싶은데, 위탁 도서관은 그럴 수가 없더라’면서. 이야기 들으면서 대부분이 같이 울었다. – 전충곤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현장지원사업단장

<뉴스민>이 서울(25개), 부산(16개), 대구(8개)의 49개 구·군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자체가 만든 공공도서관을 문화재단 등 다른 기관에 위탁 운영하면 도서관 사서의 근무 연한이 짧고, 신분도 불안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북구(청장 배광식)가 문화재단을 설립해 구립도서관 위탁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된 사서들의 전문성 담보 문제나 노동조건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울·부산·대구 48개 구·군 도서관 사서 근무현황 분석
서울 138개 도서관 중 123개(89.1%) 위탁 운영
서울 사서 716명 중 688명(96.1%) 비공무원 신분

<뉴스민>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서울은 138개 도서관에서 사서 716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672명은 123개에 달하는 위탁 운영 도서관에서 근무했다. 전체 사서 중 93.9%가 문화재단이나 시설(도시)관리공단, 대학 등 위탁 운영 도서관에서 근무 중이다. 조사 대상 도서관 중 89.1%를 위탁 운영해서 부산(8.7%), 대구(38.9%)보다 위탁율이 월등하게 높았다.

그 때문인지 서울은 3개 대도시 중 사서의 근무 연한이 가장 짧은 4.53년에 그쳤다. 3개 대도시 평균(4.8년)보다도 짧다. 또 사서 716명 중 공무원 신분은 28명(3.9%)에 그쳤다.

▲서울, 부산, 대구 도서관의 위탁, 직영 여부에 따른 사서 숫자와 평균 근무 연한

위탁 도서관에 근무하는 672명 중 671명이 비공무원이고, 직영 도서관에 근무하는 44명 중 17명이 비공무원이다. 무려 96.1%에 달하는 사서(688명)가 비공무원 신분으로 불안한 노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는 전체 사서 195명 중 131명(67.2%)이 공무원인 부산과 비교하면 도드라진다.

부산과 서울을 비교하면 사서의 근무 연한이나 신분 구분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도서관 직영 비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부산, 대구에서 일하는 사서 노동자들의 평균 근무 연한(년)

부산 46개 도서관 중 42개(91.3%) 직영 운영
사서 195명 중 131명(67.2%) 공무원 신분
대구 18개 도서관 중 11개(61.1%) 직영 운영
사서 105명 중 32명(30.5%) 공무원 신분

부산은 46개 도서관 중 42개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사서 195명 중 188명이 직영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 중 128명이 공무원이다. 위탁 도서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신분 사서 3명을 포함하면 전체 131명(67.2%)이 공무원이다.

근무 연한을 보면 서울과 차이는 더 벌어진다. 부산 사서 195명의 평균 근무 연한은 5.81년이다. 직영 도서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평균 근무 연한이 8.28년까지 늘어난다. 전체 평균(4.8년)보다도 3년 이상 길다.

부산보단 낮지만, 서울보단 직영률이 높은 대구도 마찬가지다. 대구는 18개 도서관 중 11개를 직영으로 운영 중이다. 사서는 105명이고 이 중 32명이 직영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32명의 평균 근무연한은 6.99년으로 대구 사서 전체 평균 4.8년보다도 2년가량 길다.

반면 비공무원 73명은 평균 3.84년 근무했다. 대구는 비공무원도 도서관 직영 여부에 따라 근무 연한이 차이가 났다. 위탁 도서관에 근무하는 62명은 평균 3.32년 일했고, 직영 도서관에서 일하는 11명은 평균 6.76년 일해서 2배 가까이 길었다.

▲서울, 부산, 대구 사서들의 신분(공무원/비공무원)별 비율. 푸른색이 공무원 비율이고, 붉은색은 비공무원 비율이다.

서울, 부산·대구와 달리 비공무원이 더 길게 일해
도서관 대부분 위탁 운영하는 특수성 반영된 듯
28명에 불과한 공무원 중 27명이 임기제인 것도 영향

서울은 비공무원의 평균 근무연한이 4.64년(688명)으로 공무원 1.84년(28명)보다 3년가량 길었다. 이는 위탁 비율이 매우 높고, 비공무원 사서가 대부분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공무원 사서 28명 중 27명이 임기가 정해진 임기제 공무원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부산, 대구 도서관의 위탁, 직영 여부에 따른 사서 노동자들의 신분(공무원/비공무원) 현황.

전충곤 도서관현장지원사업단장은 “결국은 위탁이 되면 사서들 신분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사람들 심리가 안정적인 걸 찾게 되는 것처럼 더 나은 곳으로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분석 결과를 해석했다.

전 단장은 “대구도 동구문화재단이나 수성문화재단에서 근무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북구로 오고, 북구에서 계약이 끝나면 다른 데로 가는 식”이라며 “그러다 보니 계약 기간만 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다. 자기 앞가림하기 바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재단을 설립해 구립도서관을 위탁할 계획인 대구 북구는 현재 근무 중인 사서의 신분은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추가로 도서관을 건립하거나, 결원이 생길 때도 공무원으로 사서를 채용할지는 미지수다.

▲북구 주민들이 지난 27일 문화재단에 구립도서관을 위탁하는 문제를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지난 2월 북구의회가 수성문화재단을 방문했을 때, 김대권 수성구 부구청장은 문화재단 설립이 총액인건비제를 우회해서 도서관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을 지내면서 문화재단 설립 문제를 많이 다룬 김 부구청장이 강조한 장점인 만큼 북구가 이를 묵과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더구나 북구는 대형 도서관은 사서직이 있지만, 6개 공공 작은도서관은 사서 없이 사회복무요원과 공공근로노동자를 배치해둔 상태다. 사서직 고용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구 평생교육과 관계자에 따르면 북구는 오는 5월 태전도서관 개관 후 작은 도서관을 하나 더 개관할 계획만 있을 뿐 한동안 도서관을 늘릴 계획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