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모든 시설 폐쇄...발달장애인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해서는 안 돼”

로버트 마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 초청 강연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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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2:08 | 최종 업데이트 2017-05-18 22:48

로버트 마틴(Robert Martin)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이 대구를 방문해 발달장애인자기권리옹호운동에 대한 강연을 열었다. 로버트 마틴 위원은 지난해 발달장애인으로는 처음 선출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이다.

▲대구에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 옹호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로버트 마틴(왼쪽) 위원과 조력자 자넷 도티(오른쪽) 씨. 2017.5.15

15일 오후 2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 옹호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로버트 마틴 위원을 포함한 뉴질랜드 발달장애인 당사자·조력자 초청 강연회가 대구 MH컨벤션센터 5층 리젠시홀에서 열렸다. 강연회는 장애인지역공동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주관하고 ‘한국피플퍼스트’가 주최했다.

로버트 마틴 위원은 시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다가 스스로 파업을 벌이며 권리 옹호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틴 위원은 “권리협약 만들 때 전 세계 다양한 장애인들이 자신들 주제만 이야기했다. 발달장애인은 제가 유일했다. 지적 장애(intellectual disability)라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데 안 좋은 단어다. 대신 learning disability(배우는데 어려움이 있는)라고 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틴 위원은 “권리협약에 장애여성, 장애아동은 개별 조항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발달장애리나는 내용은 명확하게 언급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12조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발달장애에 중요한 조항”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이 사법시스템 앞에서 불리한 게 많은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제공해서 의사결정을 도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틴 위원은 “어떤 형태의 시설이든지 왜 21세기에도 남아 있을까. 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살면서 계속 사회로부터 분리되고 있다. 사회 속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시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되는 것이 없는지,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서 장애인이 지역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위원회에 포함되면서 발달장애인도 포함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계기가 됐다.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의사결정 지원, 자립생활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뉴질랜드는 지난 2006년 마지막 시설이 문 닫으면서 모든 시설을 없앴다. 발달장애인에 대해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진행은 발달장애인당사자 단체인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이 맡았다. 김정훈 한국피플퍼스트 위원장은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도 이 분들 강연을 들음으로써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활동가는 “시설발달장애인과 집에 있는 발달장애인은 시설교사나 부모님의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발달장애인도 꿈이 있습니다. 스스로 돈 관리를 할 수 있고, 탈시설도 할 수 있습니다”며 “강연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 탈시설하는 발달장애인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활동가를 초청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 옹호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2017.5.15

이날 강연회에는 로버트 마틴 위원과 조디 터너(Jodie Turner) 뉴질랜드 피플퍼스트 활동가, 자넷 도티(Janet Doughty) 발달장애인 조력자와 한국피플퍼스트 회원들을 포함해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대구시에서도 권영진 시장이 축사를 보냈고, 정해용 정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강연은 오는 17일(수)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도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피플퍼스트 운동은 1974년 미국에서 시작된 발달장애인 권리운동으로서 ‘우리는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라는 한 발달장애인의 발언을 계기로 시작됐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43개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각국의 발달장애인당사자들이 조직을 직접 운영하며 발달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2016년 10월, 한국피플퍼스트가 출범하여 발달장애인참정권보장, 발달장애인지원제도 확대 등을 주장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활동가가 뉴질랜드 활동가를 초청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 옹호운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강연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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