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대책위, 범어성당서 합의 이행 요구···성당 휠체어 접근로 막아 충돌

희망원대책위, “조환길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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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18:53 | 최종 업데이트 2017-05-20 19:21

“너희 못 걸으니까, 이것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엘리베이터 멈추고, 오르막길 막아놓은 거 아닙니까. 이게 장애인 차별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하느님을 믿는 성직자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기도만 하면 죄가 사해지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쥐새끼처럼 숨어서 기도만 하면 되는 겁니까” _ 박명애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지난달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희망원대책위)와 맺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희망원대책위는 20일 오후 5시, 수성구 범어성당을 찾아 항의 기자회견을 얼었다. 애초 범어성당 앞에서 진행하려 했던 기자회견은 성당 측에서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오르막길이나 엘리베이터 사용을 막으면서 성당 주차장 앞에서 열렸다. 이 과정에서 주차장 출입을 두고 일부 신자와 대책위 관계자들이 충돌을 빚었다.

▲범어성당 측은 이날 희망원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예정하면서 오르막길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전근배 희망원대책위 집행위원은 “1년 전부터 희망원 문제로 조환길 대주교님께 수차례 면담을 신청했다. 교구청도 찾아갔고, 계산성당도 찾아갔고, 범어성당도 찾아갔다. 대구시도 갔고, 서울에도 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 집행위원은 “4월 15일에 범어성당을 찾아왔다. 주임신부님께 호소드렸고, 만날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한 달 동안 연락이 없으셨다. 그래서 왔는데, 오르막길은 자물쇠로 잠가놨고, 엘리베이터는 꺼뒀다. 저희가 어딜 더 갈 수 있겠나”며 “신자, 시민분들께 죄송하지만, 저희에게 언성을 높이는 만큼 범어성당에 한 번 이야기를 해주시라. 오르막길 열어달라, 엘리베이터 켜라. 들어오게는 해서 이야길 들어야지 않겠냐고 이야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장병배 범어성당 주임신부는 오후 6시쯤 기자회견장으로 나와 대책위 대표단과 잠시 의견을 나눴다. 장 신부는 “15일에 만나서 주선을 해보겠다고 했고, 사무처장 신부님이랑 여러 차례 만난 걸로 알고 있다”며 “대주교님은 1년 단위로 일정을 짜놓고 움직이는 분이다. 시간을 좀 두고 만날 날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 신부는 또 “이렇게 볼모를 잡고 아픔이 또 다른 아픔을 낳는 방식은 아니지 않느냐”며 “신자들과 갈등이 커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희망원대책위는 조환길 대주교가 면담을 하라 오거나, 면직 처리 하지 않은 희망원 간부 11명을 면직 처리할 때까지 현재 자리를 지키며 있겠다고 밝혀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29일 자정을 조금 넘겨 희망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에 책임 있는 간부 직원 23명이 낸 사표를 5월 12일까지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이종건 천주교대구대교구 사무처장 신부가 서명했고, 조환길 대교구장도 합의 당사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교구는 합의 시한 12일을 하루 넘긴 13일, 대책위에 보낸 ‘상호합의서 이행결과 및 면담요청에 대한 회신’ 문서를 통해 23명 중 12명의 사직 처리를 완료했지만 11명은 반발이 커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원대책위는 지난 18일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불이행을 규탄했다. 대교구는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조치는 부당해고라는 법률해석에 따라 본인 의사에 반한 해고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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