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인 3색 대구 학교도서관 사서가 말하는 사서의 역할

초등학교-중학교-특수학교 사서들의 이야기
스마트폰 시대, 책과 멀어지는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독서 불모지, 특수학교 “장애 학생일수록 도서관 찾아야

17:21

[편집자 주=지난해 기준, 대구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450개 모두가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사서 교사 또는 사서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는 곳은 301곳, 약 66.9%에 그친다. 나머지 149곳은 사서 없이 담당 교사가 짬을 내 운영하거나, 자원봉사자들로 채운다. 사서가 있는 학교 도서관과 사서가 없는 학교 도서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학교 도서관 사서로 오래 근무한 사서 직원 3명 그리고 학생 1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기준, 대구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450개 모두가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사서 교사 또는 사서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는 곳은 301곳, 약 66.9%에 그친다. (뉴스민 자료사진)

“책을 읽고 나면 느끼는 점이 있으니까, 그걸 글로 쓰고 싶어져요.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 있는 책을 읽으면 저도 그 주제로 소설을 쓰고 싶어져요” _ 이효정

“언젠가는 얘 이름으로 소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_ 하민정

사이 좋은 사제라고 해야 할까. 대구 D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하민정(45) 씨와 제자 이효정(16) 씨는 학교 도서관에서 인연을 맺었다. 성장소설 읽는 게 좋았다는 효정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사서 민정 씨는 효정 씨에게 좋은 멘토였다. 단순히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 관계 이상으로 그들은 교감했다.

“애들이 이야기할 만한 공간이 없나 봐요. 도서관은 그나마 느린 공간이잖아요? 뭔가 여기선 느긋하게 할 수 있으니까. 매일 바쁘다가 어느 날 도서관에 왔는데 다른 애들이 없으면 저한테 이야길 해온단 말이에요. 그럼 자기 속 이야길 하면서 이건 어떻고, 저건 어때요. 이야길 나누게 되는 거죠”

효정 씨도 그랬다. 책을 보다가도 미주알고주알 민정 씨와 이야길 나눴다. 학교생활에서 생긴 고민, 엄마랑 싸운 이야기를 민정 씨에게 털어놓고 이야길 나눴다. 민정 씨는 누구보다 효정 씨 이야길 잘 들어줬다. 효정 씨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조언을 하고 추천을 해줬다. 효정 씨가 3년 전에 졸업한 초등학교를 지금도 찾아가 민정 씨를 만나는 이유다.

“그냥 책만 보러 가는 건 아니거든요. 선생님이랑 대화도 하고 싶고, 공간이 편해서 가는 거니까. 그런데 선생님이 안 계시면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안 생겨요” 누구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효정 씨도 민정 씨가 없었다면 자주 도서관을 찾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도록 하는 건 사서의 첫 번째 역할이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도록 하는 건 사서의 첫 번째 역할이다. (뉴스민 자료사진)

B 중학교에서 12년째 사서로 일하고 있는 이미정(56) 씨도 학생들을 도서관으로 데리고 오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미정 씨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눈에 띄게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줄었다면서, 사서가 없으면 정말 도서관 찾는 학생은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은 학생들 명단 정리해서 담임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책 읽도록 협조해달라고 하고, 그럼 몇 장이라도 읽게 되잖아요. 그나마 사서가 있으면 어떻게든 1년에 평균 18권 정도는 읽게 하거든요. ‘독서 마라톤’ 행사도 하고, 다섯 권 읽으면 경품 추첨해서 학용품도 주고, 책의 날 기념해서 책갈피 만들어서 선물해주고, 다달이 행사를 꾸준히 하면서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거죠”

미정 씨는 학생들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과 동시에 도서관이 학생들의 안식처가 되길 바랐다. 미정 씨는 도서관을 자주 찾아와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학생 중 다수가 중학교에 올라와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 못 하는 학생들 이었다면서, “얘네들은 교실에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인 것 같았어요. 저 같은 경우엔 교실에서 애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모르니까 편견 없이 만나서 이야길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그 친구들한테 도서관이 안식처 역할도 해줘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특수학교에서 6년째 사서로 일하는 조임순(55) 씨에겐 도서관이 좀 더 특별하다. 특수학교에서 독서와 도서관은 불모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처럼 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고, 설령 생각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전문적으로 맡아 할 사람을 고용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가 안 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특수는 안 된다’ 이런 마인드가 꽉 차 있는 상태여서 학생들 수준에 맞는 독서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았을 뿐이거든요. 실제론 일반 학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어요. 오히려 책을 통해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임순 씨는 매년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해 함께 읽고 있다. 주로 그림책을 활용하고, 한 권을 다 읽지 못하면 한 페이지라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독서활동도 병행하고, 학생들이 책을 매개로 외부 활동도 하면서 비장애인 학생들과 대면할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교육부와 대구교육청이 함께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한 ‘2016 책 그리고 인문학 전국 학생 축제’에도 참여해 부스 하나를 운영했다. 2015년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 장애인 서비스 우수사례에 공모해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6 책 그리고 인문학 전국 학생 축제’가 대구에서 열렸다. (사진=대구교육청)

임순 씨는 “학부모들한테도 공공도서관에 애들 데리고 가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피해 주면 어떡하냐’고들 하세요. 그럼 피해 아니다. 장애인 애들도 온다는 걸 계속 보여야 시설도 만들어지고 공간도 만들어진다. 안 오니까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 가서 보여줘야 한다. 방해된다고 생각되면 특별히 공간도 마련해줄 것 아니냐고 말해요”라고 장애 학생일수록 적극적으로 도서관을 찾아 이용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