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주민, “대통령님, 힘들어도 촛불 믿고 사드 막아주십시오”

원불교 결사대 구성키로···청와대 행정관 소성리 방문

21:48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 임순분(63) 씨는 지난해부터 광화문 촛불집회를 다섯 번 찾았다. 그중 한번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시선이 집중되자 눈물이 솟구쳤다. 수많은 사람이 모두 사드 반대라고, 같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자 힘이 났다. 그 자리에서 임순분 씨는 소성리에도 사람이 있다고, 절규하듯 외쳤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자 소성리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환영했고, 또 기대했다. 전 정부에 비해 상식적이고, 무엇인가 바뀌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투표 혁명으로 촛불혁명을 완성해달라”라고, 당선 이후에는 ‘촛불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29일,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언급하자 임 씨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문 대통령은 사드 보고 누락 사태에 격노하며 환경영향평가도 수행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바뀌는 듯 했다. 당장 지난 4월 26일 야밤에 눈앞으로 사드가 지나가던 그 날이 생각났다.

31일 임순분 씨와 주민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주민들은 청와대에 도착해서도 경찰 안내를 따랐다. 안내받은 곳에 내리니 이미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은 4월 26일에도 주민들을 막았고, 이번에도 막아섰다.

2일,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주민 도금연(81) 씨는 당시 상황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사드가 지금 있는 것도 싫은데, 죽어도 더는 못 들어온다. 우리도 문재인 대통령 뽑았다. 대통령만 되면 다 그러나”

▲31일 청와대를 방문한 도금연 씨 (사진=소성리 종합 상황실)

임순분 씨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드를 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대통령입니다. 지난 광화문 촛불이 사드가 필요 없다고 외쳤던 것을 알 것이고 문 대통령 본인도 사드가 필요 없다는 걸 안다고 믿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생각을 다시 해 주십시오. 미국이 원하는 것 거부하기 어려울 겁니다. 야당도 발목 잡고, 힘든 건 우리가 헤아릴 수도 없을 겁니다. 그래도 국민을 믿어 주십시오. 촛불 시민을 뒷배로 힘을 써 주십시오. 지금 조금 힘든 결정을 하더라도 후세는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오랫동안 박수 보낼 것입니다” (임순분 씨)

2일 오후 2시, 문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배치 언급 이후 첫 소성리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1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 2명이 소성리를 찾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가 마무리 된 후 약 30분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주민 반발에 뚜렷한 답을 가져오지는 않아 “여론을 의식한 형식적 접촉이 아니냐”는 눈총도 받았다.

▲2일 열린 소성리 수요집회에는 150여명이 참석했다.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은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게 “주민 의견을 들으러 온 것이지 입장을 전달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 메모 보도가 알려져 이를 규탄하기도 했다. 또한, 원불교가 100명의 사무여한(死無餘恨)단을 구성하기로 한 사실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