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 안 한다” 420장애인연대와 합의

420장애인연대, 신규 거주시설 설립 반대 기자회견
구청장 및 구청 관계자와 약 5시간 장시간 면담 끝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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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16:35 | 최종 업데이트 2018-07-18 15:58

대구 북구(청장 배광식)가 앞으로 관내에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북구는 21일 오전부터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와 오후 3시 30분까지 장시간 면담 끝에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 금지 등에 합의했다.

이날 오전 420장애인연대는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구 구암동에 새로 설립을 추진 중인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을 마친 후 오전 11시부터 배광식 북구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오후 1시까지 이어진 1차 면담에선 구청과 420장애인연대 모두 입장차만 확인했지만, 이후 오후 2시 55분경 다시 시작된 면담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2차 면담에는 구청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밝힌 오대흥 북구 복지국장이 대표로 나섰다. 오 국장은 2015년 불거진 S재활원 ‘노예노동’ 사태 이후 (관련기사=대구 S재활원, 20년간 장애인 ‘노예 노동’ 드러나(‘15.12.22)) 420장애인연대와 신규 거주시설 건립 억제 등을 합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오 국장 사과 후 양측은 ▲현재 추진 중인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이 중단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대구시가 해당 시설의 보조금을 집행하려 할 경우 북구는 대구시에 제고를 요청하며 ▲북구가 추가로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을 설립하진 않겠다는 점에 합의했다. 또 추후 북구 관내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 생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420장애인연대와 정기 협의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애인복지시설 설립 등에 대해 규정한 사회복지사업법은 6조에서 지자체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회복지시설의 설치를 지연시키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북구청이 합의에 따라 행정을 추진할 경우 이에 따른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전근배 420장애인연대 정책국장은 “대구시가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자치법규도 만들었고, 시장 공약이나 내부 방침으로 충분히 근거도 만들어뒀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게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 국장은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될 때부터 법에 가장 많은 이해관계자를 가진 집단은 시설운영자들이었다. 그러다보니 법도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한 내용보다 시설 운영에 대한 것에 국한됐다”며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 법이어서 거주시설을 지자체에서 설립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나 탈시설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배광식 북구청장과 면담이 지리하게 진행되면서 420장애인연대 회원 약 60명은 북구청장실 앞에서 연좌하며 수용시설 신규 설립을 반대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날 회견에는 거주시설 생활을 하다가 탈시설 한 장애인 당사자들도 참석해 시설 생활의 폐해를 증언했다.

시설에서 17년 동안 생활했던 김수한 씨는 “(시설에서) 힘들었던 점은 수도 없이 많았고 이야기를 다 하려면 몇 날 며칠이 걸릴 것”이라면서 “제가 시설에서 나오게 된 이유는 당시에 나를 괴롭히던 교사가 있어서 죽어도 못 살겠다. 죽어도 밖에서 죽자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시설에서 생활한 최관용 씨도 “처음 시설에 들어갈 때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시설 안에는 선생님들이 외출, 외박 같은 것을 나가지 말고 안에만 있으라고 했다”며 “제가 밖에 허락 없이 나가면 선생님들이 잡아갔다”고 시설 생활의 비인권적인 현실을 증언했다.

▲420장애인연대는 21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자립전환 ▲발달장애인 지원대책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등을 골자로 한 지역 장애계의 장애인권리보장 정책 요구를 수용해 정책 협약을 맺었다.

권 시장은 지난 2015년에는 ‘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자립 지원 추진 계획’도 세웠다. 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대규모 거주시설은 점진적으로 소규모화하고, 30인 이하 시설이라도 신규 설치는 억제한다고 명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구시립희망원에서 각종 인권유린을 포함한 비리 문제가 불거진 후에는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탈시설 지원 현황 관리 등 장애인 자립 업무를 전담하는 탈시설자립지원팀(장애인복지과)도 신설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와 정책협약을 맺었다. (사진=비마이너)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해 4월 사회복지법인 해인복지재단이 최대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 설립을 신청하자 보건복지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다. 복지부와 대구시로부터 설립 허가가 떨어지자 북구는 지난 2일 해당 시설 건축허가도 내준 상태다.

420장애인연대는 지난해 희망원 사태로 한창 시설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구시가 시민사회계와 탈시설 정책을 논의하는 와중에 새로운 시설 설립을 허가한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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