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청소노동자 퇴직해도 충원 없어…“감원 철회” 천막농성

본부, "예산 부족 구성원 전반적으로 감내 중...업무량 협의해 조정할 것"

19:48

대구대학교 본관(성산홀) 청소를 담당하는 A씨는 해가 지날수록 업무량이 많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2013년 경산지역 4개 대학(경일대, 대구한의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청소노동자 파업 때만 해도 17층짜리 본관 건물을 5명이 나눠서 했는데, 해가 지나며 정년을 채운 청소노동자가 퇴직하는데도 인원충원이 되지 않았다. 2017년, 본관 건물은 청소노동자 3명이 맡았다.

인원이 줄면서 업무 조정도 됐고, 본관 직원 사무실 청소는 업무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A씨가 느끼기에 업무는 더욱 버거워졌다. 17층 로비에서 행사만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로비 청소를 해야 하는데, 이전에는 나눠서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정년퇴직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고, 어디까지 일이 늘어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A씨가 청소 도중 받은 문자

본관의 사례처럼, 노조(대구일반노조 대구대청소환경지회)는 청소노동자 업무 강도가 정원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대 경산캠퍼스 청소노동자는 2015년부터 13명이 정년퇴직해, 2017년 현재 경산캠퍼스 전체를 청소노동자 105명이 관리한다. 2018년 정년퇴임을 맞는 청소노동자는 7명이다. 대학은 청소노동자 미충원 방침을 유지하고, 인원이 줄어드는만큼 청소 면적도 줄일 계획이다.

노조는 업무 강도 증가와 더불어 대구대가 청소노동자 미충원 방침을 유지한다면 경산지역 다른 대학 청소노동자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는 18일 낮 12시 대구대 본관 앞에서 ‘대구대 청소미화원 대량감원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천막농성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노동자 150여 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침에 국립대 비정규직은 희망을 꿈꾸지만, 사립대에서는 인원감축이라는 상황에 놓였다”라며 “대구대는 2015년부터 청소노동자 13명을 감원했고 2018년 7명 감축도 앞뒀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대학재정이 어렵다고 청소노동자가 감원 1순위에 올랐다. 일방적 인원감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정아 대구일반노조 사무처장은 “본부 측은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아니다. 있는 예산을 아끼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대학 비정규직은 2015년부터 곧바로 감원에 들어갔다. 가장 약한 구성원이 1순위로 압박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대구대학교 적립금은 1,380억 원으로 전국 사립대학 중 상위 16위다.

한편 대학 본부는 대학 정원 감소 추세가 이어지며 대학 수입도 줄었고, 예산 문제에 직면하며 대학 전반적으로 예산을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2011년 4,553명이던 입학정원이 2017년에는 4,059명으로 줄었고, 2018년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도 부담되는 상황이다.

강진구 대구대학교 안전·그린캠퍼스팀 과장은 “인원 미충원으로 업무가 비는 부분이 생기면 근로장학생이나 학교 직원에게도 업무를 분담했다”라며 “업무 분담이나 청소 면적 조정도 노조와 협의해서 진행해왔다. 면적이 늘어나면 대신 식비나 휴가비 등 부가적 지원을 늘리는 방법도 협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도 정년퇴임이 있지만, 본부는 청소 업무가 늘어나지 않도록 조정하고 협의할 것이다. 장학금, 연구비, 교수충원율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도 각종 수당을 줄여가며 구성원 모두가 예산 문제를 감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20일 이상기 대구대학교 부총장과의 면담에서 감원 관련 협의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