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만 아니면 다른 이슈는 다 괜찮아” 대구YAP 검열 과정 녹취록 공개

조직위, ‘상업영화라 안 된다’, ‘정치·종교적 작품 안 된다는 대전제’ 주장 청년미술프로젝트 보이콧 작가들, 통화-문자 공개하며 거짓해명에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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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2 18:31 | 최종 업데이트 2017-11-02 19:10

김이삭: 그런데 작가님은 다른 작품으로 참여를 하실 의향은 전혀 없으셨던 건가요?
- 박문칠: 저야 주로 다큐멘터리를 했던 사람이고요, 이번 전시의 성격 자체가 제가 이해하는 취지문에 따르면, 예술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을 하거나, 그런 취지로 이해를 하고 있어서 오히려 사드 문제야말로, 가장 적합하고,
- 김이삭: 그쵸. 맞습니다.
- 박문칠: 대구에서 멀지 않은 지역의 이슈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거와 거리가 멀어지는 작품을 전시하면 오히려… 제가 전시를 위한 전시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그게 안 맞지 않을까요?
- 김이삭: 근데 여기 조직위원회에서 양해를 구하는 부분은 사드만 아니면 다른 이슈는 다 괜찮다였거든요. 어떤 거든지.
-작가들이 제공한 김이삭 전시 감독과 박문칠 감독의 통화 녹취록-

대구아트스퀘어 전시를 한 주 앞두고 참여 작가에 대한 작품 검열 사태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지난 31일 작품 주제에 대한 검열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2일 행사 보이콧을 선언한 박문칠 감독, 김태형, 윤동희, 이은영 작가는 조동오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 사무국장, 김이삭 전시 감독 등과 주고받은 통화와 문자 내용을 공개하며 조직위 측 해명을 반박하고 나섰다.

조직위원회는 지난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열 사태에 대해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은 안된다는 대원칙이 있었다는 점 ▲검열 사태에 대구시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해명 ▲순수 예술이 아닌 작품을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병구 대구미술협회 회장(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이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은 배제한다는 대원칙이 있었다'라고 주장하지만, 그 원칙은 한 번도 공지된 적 없다"라며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는 데 있어 가이드로 삼는 것은 전시감독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기획의도다.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이 안 된다는 대원칙은 그것 자체가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작가들이 받은 김이삭 감독의 작가노트에는 "사회적 예술을 통해 세계가 당면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에서 나타나는 물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삶을 위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대해 주목해 본다"라고 나와 있다.

검열 과정에 대구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작가들은 "박문칠 감독의 작품에 대한 문제제기는 대구시의 공무원에 의해 시작됐다"라고 반박했다. 검열 사태 이후 사퇴한 큐레이터 A 씨와 조동오 대구미협 사무국장이 10월 12일 두 차례 한 통화 내용 중에는 "최초 대구시 공무원이, 이후 몇 명의 운영위원으로부터 박문칠 감독의 작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므로 회의에서 공론화하기 위해 해당 영상 작품을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박문칠 감독의 작품이 정치적 이유가 아닌, "상업적 영화"여서 형식적으로 문제가 됐다는 김이삭 감독의 설명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작가들은 "박문칠 감독과 주최 측이 접촉했던 8~9월 이미 작품이 영화라는 것을 주최 측이 알고 있었다. 상업영화라 안 된다는 논리라면 당시에 진작 걸렀어야 한다. 이는 정치검열을 위해 애써 찾아낸 구실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들은 13일 조직위원회 회의 자료도 '상업적 영화'라서 배제됐다는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품 내용 검토 후 권고"라고 나와 있다.

▲제공: 대구미협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작품이나 세월호를 다룬 작품도 사실상 검열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들은 "작가들의 작품을 조직위에서 '순화, 유화'하라고 '권고'하면 그 작품은 뜯겨나가고 고쳐지면서 결국 만신창이가 된다. 이처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검열은 쉽게 자행되고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는 손쉽게 억압되고, 자기검열의 모순에 빠지게 된다"라며 "그들은 청년작가들이 제기한 사전검열문제에 대해 대책회의 한번 열지 않을 정도로 신경 쓰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정희나 세월호 관련 작품의 경우, 공식석상이 아니라 실무진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진 회의에서 다루었든, 조직위 회의에서 다루었든, 이야기가 높은 자리에서 맴돌던 낮은 자리에서 내리꽂히든 검열은 검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작가들은 대구시의 책임을 강조했다. 작가들은 "사전검열 문제를 제기하자 대구시는 조직위에, 조직위는 미협에, 미협은 전시감독에게, 전시감독은 협력큐레이터에게 하나같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공무원이 처음으로 사드에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고, '권고검열'이 논의된 조직위회의에는 대구시, 미협, 화랑협회이 참석, 전시감독, 큐레이터가 참관했다"라며 "'검열실행'과 그 방법을 논의했던 실무회의에는 대구시, 미협, 전시감독, 협력큐레이터가 논의를 하며 각자 구체적 의견을 개진했다. 그런데, 왜 문제가 생기자 모두 책임자가 아닌 것으로 되어버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직위는 보이콧 작가들을 제외하고 오는 11월 7일 오후 5시 대구엑스코에서 대구아트스퀘어 개막식을 갖고 8일부터 12일까지 전시한다.

청년미술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매년 열린 전시회로, 작품 판매를 위한 ‘대구아트페어’ 행사와 함께 ‘대구아트스퀘어’ 행사 중 일부다.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는 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회(6명), 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회(6명), 조직위원장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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