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 있는 뉴스민, 학생들도 이해하도록 풀어주면 좋겠어요”

[뉴스민 후원회원을 만나다] (10) 이정연 씨

14:45

당신이 생각하는 뉴스민의 존재 가치는 무엇입니까? 뉴스민은 어떤 언론입니까? 뉴스민 후원회원들께 물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 급등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뉴스민이 이대로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대대적인 후원회원 모집에 나섰습니다. 뉴스민 후원회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지속가능한 뉴스민을 만들고자 합니다. 뉴스민과 함께 따뜻한 연말 보내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뉴스민 정기 후원하기

[뉴스민 후원회원을 만나다] (10) 이정연 씨

뉴스민이 열 번째 만난 후원회원은 대구 강동중학교 국어교사 이정연(42) 씨다. 그리고 시인이다. 정연 씨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얻어, 수업이 마친 직후 교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구 강동중학교에서 만난 후원회원 이정연 씨와 학생들 [사진=정용태 기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부터 선생이 되고 싶었어요. 위인(爲人)이 되고 싶었어요. 나 혼자 인간이 되기보다는 내가 만난 학생들도 다 위인이 된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1년에 2백 명씩 만나면 10년이면 2천 명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웃음)

그리고 우리 마을(수성구 고산동)에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사는데 관심이 많아요. 남편과 저는 시골 이웃집에 살았고, 초등학교 친구였거든요. 아이들에게 행복한 유년을 선물하자고 공동육아를 11년째 해왔죠. 동네에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여러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다음이 10월문학회 활동인데요. 힘들 때 쓰면 위로가 돼서 시를 써오다가 2014년에 세월호 참사 터지고, 10월문학회를 하면서 화나는 일들이 너무 많으니까 분노로 시를 계속 쓰기 시작했어요. 촛불집회 때가 절정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전과 같은 분노가 강하게 들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평화로운 것도 아니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

▲교실에서 만난 이정연 씨 [사진=정용태 기자]
뉴스민은 언제 처음 알게 됐나요?

안 지는 좀 오래되었는데, 박중엽 기자가 쓴 삼평리 기사(관련 기사: 청도송전탑 인터렉티브-삼평리 사람들)가 참 인상 깊었어요. 기사를 봤는데 기사 같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뭉클했어요. 그때 관심을 가지게 됐고, 천용길 기자를 만나면서 <뉴스민>이 무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성주촛불을 보면서 가장 감동했어요. 사람도 몇 없는데 매일매일 한다는 게 힘든 일이잖아요. 저러다가 저 사람들 발을 뺄 수 있을까 걱정했죠.(웃음) 근래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논쟁을 보면서 <뉴스민>이 어떤 생각을 하는 곳인지 알았죠. 지역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취재하고 알린다는 것, 지역에 이런 언론이 있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가요.

교사로서 대구교육에 바라는 게 많을 텐데요.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생긴 고민, 뉴스민이 교육 문제를 어떻게 다뤄줬으면 하나요?

학생들은 자신을 갑갑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교복 입고, 외투 입으라고 하는데 자꾸 떠들어서 바꿔야 해요. 왜 꼭 교복 재킷을 밖에 입으라고 하느냐, 이런 걸 계속 이야기해줘야 해요.

대구교육청은 늘 1등이라고 하는데 진짜 1등이 맞을까요? 학생 행복지수가 덴마크보다 높다고 하는데 말이 될까요? 설문도 다 길들여져 있어요. 사실대로 하면 더 골치 아파지니까요. 인터넷 중독 설문도 사실대로 하면 계속 상담받아야 하니까요.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거죠. 수치로 계산하는 이런 게 아니라 진짜 행복한지 학생들에게 물어야죠. 졸업하고 서울로 간 제자를 만나면 문화적인 차이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교복을 안 입으면 학생 같지 않다’, ‘야자를 안 하면 학생이 아니다’는 고정된 생각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요. 우리는 여기서 계속 사니까 뭐가 불합리고한 문제인지 알기 어려워요.

▲교사이자 시인 이정연 후원회원 [사진=정용태 기자]
뉴스민에 부족한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소재는 가벼워지기 힘들잖아요. 뉴스민은 주로 투쟁의 현장, 억울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낮은 곳에 있잖아요. 내용이 가벼워질 수는 없는데 형식이라도 가벼워지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그 전 이야기를 잘 모르잖아요. 어떤 것들이 쌓여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내용을 쉽게 풀어주면 좋겠어요. 가벼워지려고 애를 쓰고 있잖아요. 학생들이 읽어도 이해가 되면 좋겠어요.

얼마 전 박중엽 기자가 쓴 HIV 감염인 기사(관련 기사: HIV 감염인, 가난의 면역결핍사회 한국을 살다)를 보면서 사람도 몇 없는데 이렇게 몇 주씩 일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들었어요. 기사가 아니더라도 사진이 많이 노출해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흔히 보는 장소나 익숙한 풍경 속에 이야기가 있으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우리 마을에서 마을신문을 만들자고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소식지를 내고 있어요. 이런 마을 이야기도 뉴스민을 통해 나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