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강연 징계 추진 논란 한동대 학생들, 국가인권위 진정

한동대 학생들, "인권, 사상과 표현의 자유 침해" 인권위 진정
"대학이 맞습니까" 성명서에 2천여 명 연서명해 '지지'
지역 시민단체, "혐오와 차별 조장하는 한동대 규탄" 기자회견
교회 신자들, 오전 9시부터 모여 기도회..."동성애는 인권 아냐"

18:43

학교 정체성과 다른 강연을 주최했다는 이유로 징계 시도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포항을 포함한 대구경북지역 시민단체도 한동대를 규탄했고, 부당한 징계 시도를 반대하는 연서명에 2천여 명이 참여했다.

11일 재학생 석지민(27) 씨는 한동대학교(총장 장순흥)와 조원철 학생처장을 상대로 인권 침해와 차별을 구제해달라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한동대 조원철 학생처장은 지난해 12월 8일 학생학술모임 ‘들꽃’이 주최한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강연 후, 전 교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해당 강연은 “동성애 내용 가득한 모임”으로 규정해 비난했다. 앞서 강연 당일, 강연 불허를 통보한 대학은 학생들이 강연을 강행하자 경위서와 진정서 제출을 요구하며 징계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의 성적 지향이 전 교직원에게 알려졌고, 다른 학생은 SNS에 게시한 댓글을 문제 삼아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기사 : 한동대, 페미니즘 강연 두고 “영적 지진”…학생·교수 징계 등 인권 침해)

▲석지민(27) 씨

석지민 씨는 한동대의 ▲학생 인권 침해 ▲표현의 자유 침해 ▲사상의 자유 침해 등 사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그는 “(학교의 주장은) 사실 뇌피셜(‘뇌’와 ‘오피셜(Official, 공식 입장)’의 합성어)이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그동안 학내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젠더, 성정체성, 성지향성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다음 주 내로 사건 진술서 작성을 요구받은 당사자 4명도 추가로 진정을 제출할 계획이다.

또, 석 씨가 지난 8일 발표한 “한동대는 대학이 맞습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서에는 현재 2천여 명, 50여 단체가 연서명에 참여했다.

석 씨를 포함해 진술서를 제출한 학생 5명은 진술서 제출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한동대 측은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묻는 취재진에게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한동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현재 학생지도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고, 학생들의 소명도 필요하면 받고 있다”며 학생지도위원회 사실관계 확인 후 진행 절차에 대해서는 “모른다. 죄송하다”만 반복했다.

지역 시민단체, “혐오와 차별 조장하는 한동대 규탄” 기자회견
일부 교회 신자들, 오전 9시부터 모여 기도회…”동성애는 인권 아냐”

‘들꽃’과 포항여성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32개 지역 시민단체도 10일 오전 10시 한동대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녀사냥식 인권 탄압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차별과 혐오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들꽃’ 구성원인 재학생 박동주(23) 씨는 “함께 공부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던 이들을 학교 정체성과 어긋난다고 끊어낸다면 제 이름도 지워 달라. 아무리 기도해봐도 내가 만난 예수는 그들을 외면하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서로를 향한 끝없는 혐오와 배제의 언어를 중단하고 손잡자. 예수는 고아와 과부와 창녀, 병든 자의 친구셨다. 이제는 사랑을 살아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경희 포항여성회장은 “특정한 주제로 강연을 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하는 것은 학술활동 자유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작금의 한동대학교의 행위는 국가의 기본 질서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인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반인권적인 학생 징계와 교수 재임용 탈락 즉각 철회 ▲마녀사냥식 인권 탄압 중단 ▲특정 성별 및 계층,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발언 중단과 공개 사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 제한하는 행위 즉각 중단 ▲성평등 교육 즉각 실시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예고되자 일부 교회 신자들은 한동대 채플실에서 오전 9시부터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나가던 한 신자는 기자회견장을 향해 “동성애는 인권이 아닙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