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A 씨로부터 성폭력” 대구문화계 미투(Me_too) 폭로

고발자 B 씨, "예술가 일탈이나 기행으로 넘기지 말길"
성폭력 알리자 A 씨, "왜 바로 말하지 않았느냐"
"만취 상태로 기억나지 않아...사과할 의사 있어"

0
2018-04-29 11:25 | 최종 업데이트 2018-04-29 17:31

대구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A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Me_too, 나도 고발한다) 폭로가 나왔다. 고발자 B 씨는 <뉴스민>을 통해 “저의 미투 제보가 대구문화예술계에 드러나지 않지만 만연하게 자행되는 성폭력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017년 6월 12일 타 지역에 있는 B 씨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B 씨는 평소 선배 작가인 A 씨의 작품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대구에서 동료 작가들과 만나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A 씨의 방문 소식에 동시대 작가로서 건강하게 교류하고 싶었던 B 씨는 동료 작가 1명과 함께 자신의 작업실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동료 작가의 귀가 후 B 씨는 만취 상태인 A 씨를 택시에 태워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연로한 만취자가 낯선 지방에서 안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호텔에 도착해 엘리베이터까지 안내하려 했으나, 당시 A 씨가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정도의 만취 상태였기 때문에 B 씨가 직접 문을 열어 A 씨를 방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B 씨는 “조금 전까지 만취 상태로 대화가 불가능해 보였던 A 씨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술 마시기를 강권했고, 혹시 모를 사건 발생을 감지하며 서둘러 나오려고 했다. 그러자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완력을 행사하며 성추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30분가량 몸싸움을 벌인 후에야 B 씨는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A 씨는 다음 날인 13일 오전 B 씨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왔다. B 씨는 받을 수 없었다. B 씨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심하게 느꼈다. 최우선으로 제 몸과 마음을 보호하고 싶었다”고 했다.

며칠 후인 6월 16일 저녁, 만취한 A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A 씨 목소리에 며칠 전 성폭력 사건에 대한 괴로움이 떠오른 B 씨는 여성긴급전화 1366에 성폭력 신고 상담을 진행했다. 이후에도 A 씨로부터 몇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B 씨에 따르면 A 씨는 늘 만취 상태였고, 2017년 6월 12일 사건을 이야기해도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럴 때마다 B 씨는 당시 상황이 떠올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시간이 흘러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자, 10개월이 지난 2018년 4월 22일 B 씨는 A 씨에게 사건을 설명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당신이 상처받았다면 사과합니다. 시간이 많이 흐르기 전 빨리 이 사태를 말하지 않았나, 다음날이라도 말하지 그랬냐”며 “예술가는 이런 혼란을 빨리 넘기고 순조로운 작업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B 씨는 밝혔다. 그러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던 B 씨는 통화 직후 오히려 마음의 고통이 커졌다.

23일 밤 A 씨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받지 않았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임에도 십여 년이 넘는 선배 작가라는 생각 때문에 끝까지 A 씨를 향해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였고, “왜 빨리 말하지 않았느냐”며 다그치던 A 씨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또, 자신과 알고 지내는 다른 작가들은 A 씨와 SNS를 통해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았다.

B 씨는 “일탈과 성폭력이 자유와 개성의 분출이라는 착각을 가진 예술계의 젠더의식을 조금이라도 바꿔야겠다”며 미투 제보 창구를 열었던 <뉴스민>에 메일을 보내왔다.

24일 오전 처음 B 씨와 통화하면서 치유를 위한 상담 창구를 연결해줬다. 그리고 A 씨를 직접 만나 취재할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B 씨도 동의했다.

기자와 통화를 하면서 B 씨는 “전화를 받아야 하나요? 22일 통화하고 나니 그때 상황이 떠올라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요...그런데 전화를 안 받은 제 책임이라고 하니 받아야만 할 것 같고...”라고 말했다.

기자는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B 씨는 “기자님이 A 씨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가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일 A 씨에게 취재를 요청했고, 당일 저녁 A 씨 작업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A 씨를 작업실에서 만났다. A 씨도 2017년 6월 12일 B 씨의 작업실에서 술을 마셨고, 만취한 자신을 B 씨가 숙소에 바래다준 것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폭력 사실은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A 씨는 “그 사실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다음 날 아침 수십 번 전화해도 연락이 안 돼서 대구로 내려왔다”며 “10개월이 지나서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만나서 사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기억이 안 나더라도 사과할 마음은 있지만, 진심 어린 사과는 할 수 없지 않으냐. 왜 다음날 전화를 못 받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았느냐. 그리고 22일 이후 전화를 한 번 하고는 문자로만 이야기하겠다고 하더라. 왜 이야기할 기회를 안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12일 이후에도 몇 차례 B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때 B 씨가 당시 일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전혀 몰랐느냐는 물음에 A 씨는 “전화를 한 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기자와 만나 A 씨는 “다음날 전화했을 때 왜 받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고, 기자는 성폭력 이후 고발자가 가해자를 접촉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이제 연락이 닿지 않는데 진심어린 사과를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말했고, 기자는 “우선 B 씨에게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연락을 안 하는 게 맞다. 사과의 방식은 B 씨가 마음을 추스른 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가량 취재를 마친 기자는 B 씨에게 A 씨와의 취재 과정을 전했고, 이틀이 지난 26일 입장문을 보내왔다.

B 씨는 “A 씨에게 2017년 저지른 행위가 명백한 성폭력 가해라는 사실을 고지했다. 사건 발생 후에도 A 씨에게 수차례 사실을 알렸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자인 저에게 밤늦은 전화 통화 시도, sns 계정 친구요청,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현재에도 이어가고 있다”며 “A 씨는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에도 언제나 만취 상태로 원치 않는 연락을 수차례 해 왔다. 저는 지속적으로 가해자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A 씨의 이러한 행동을 존경받아야 할 예술가의 일탈이고 개성이고 기행으로 웃음으로 넘겨야 하나요. A 씨를 아끼고 사랑하는 대구경북의 동료선후배 작가들은 이번 사건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시어 무엇이 진정, A 씨를 위하는 길인지 사료 깊은 판단 바란다”며 “저의 뉴스민 미투 제보가 대구문화예술계에 드러나지 않지만 만연하게 자행되는 성폭력을 근절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 씨는 ▲매뉴얼에 따른 인터넷 공개 사과문(A 씨 페이스북) ▲성폭력 가해 인정 및 성폭력 의식 개념을 숙지하여 내면의 반성과 자숙의 시간, 개인적 연락 및 접근 시도 금지 (지인을 통한 만남 통제)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예술가 역시 대중과 소통하는 직업이므로, 성폭력 가해자의 모든 공식적 대외 활동(전시회 등), SNS 활동 중단 1년 ▲현재부터 치유될 때까지 심리치료상담을 포함한 정신적인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4월 23일 <뉴스민>은 B 씨로부터 미투 제보를 받았다. B 씨가 작성한 제보 문서에는 피해 사실과 A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던 과정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제보 이후 <뉴스민>은 B 씨와 수차례 통화를 진행했고, A 씨를 포함한 가해 상황과 관련한 취재를 진행했다.

<뉴스민>은 “미투 운동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향한 공격성을 넘어서서 한국사회 양성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시대의 삶이 되길 희망한다”는 B 씨의 용기와 바람이 대구지역 문화예술계에 전해지길 바라며 미투 폭로를 보도하기로 했다. A 씨는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꾸준히 열어온 대구지역의 원로 작가이다. 다만 A 씨가 현재 미술계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거나 하지 않은 점에 따라 실명 보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