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항쟁 69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차례"

정부 사과와 10월항쟁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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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22:45 | 최종 업데이트 2015-10-01 22:45

누군가는 단단히 굳어진 콘크리트 밑에 깔려 있고 /?누군가는 아직도 돌과 흑 사이에 섞여 있다. /?누군가는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철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 방치되어 있다. / 그들은 /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 어딘가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그런지도 모른채 사람들은 /?멋진 풍경만을 보고 감탄사를 내지르고 /?빨갱이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고 / 폭동을 너무 쉽게 거론한다. / 잊지 않기로 한 사람들이 그들을 공부하고 / 그늘의 넋을 기린다. / 이젠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차례이다./ 군홧발로 짓밣힌 아름다운 꽃들을
-방치, 정해균(대구 고산중 1)-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일 오후 7시, 10월항쟁과 그 희생자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자는 정해균 씨의 자작시가?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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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 씨

1945년 해방 후, 미군정의 통치는 친일 관료를 청산하지 못했고, 잘못된 식량정책으로 민중들을 굶주리게 했다. 1946년 9월,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 주도 하에 노동자들을 총파업으로 항의했고, 그해 10월 1일 대구에서는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10월항쟁을 '10월폭동'으로 규정했고, 참가자들은 '범죄자', '빨갱이'로 낙인 찍혔다. 이들은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대구시 달성군 가창골에서 집단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2.28공원에서는 '10월항쟁 69년, 진실규명 정신계승 문화제'가 열렸다.?10월항쟁유족회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10월항쟁 69년 행사위원회’가 주최했고, 60여명이 모였다.

문화제에 참석한 채영희 10월항쟁유가족회장은 "아버지는 그렇게 끌려가 언제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모르지만, 엄마는 빨갱이의 아낙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자식들을 키우며 살았다. 우리는 엄마의 눈물과 한숨을 보며 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아버지들이 얼마나 국가에 나쁜 죄를 지어서?우리가 이렇게 고통받고 사는가 생각하며 자랐다"며 "(10월항쟁의) 고귀하고 용감한 그 정신을 대대손손 이어가야 한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우리 아버지들의?죽음이 헛되지 않고 기리기리 빛나도록 애써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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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69년 전 10월의 투쟁이 가슴 시리게 와닿는 것은 단순한 감흥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세상의 주인으로 당당히 살아가고자 한 노동자의 이마에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깊이 인장되는 역사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비롯한 수구세력들의 역사 왜곡, 남북대결을 통한 기득권 강화 획책에 맞서 전 민중적 저항을 결의하자. 69년 전 선배들이 꿈꾸던 세상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차근차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10월항쟁은 여전히 '10월폭동', '10월사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해방 이듬해 미군정의 실패한 식량정책에 대한 항의와 토지개혁 요구, 자주국가 수립 요구로 10월항쟁은 솟구쳤다. 그럼에도 현재 10월항쟁은 망각에 놓여있다"며 "69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제주 4.3항쟁이 역사적 재평가를 받고 기념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10월항쟁은 참된 역사성이 회복되기는커녕 아직도 폭동으로 내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군정 하에서) 자발적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했던 민중의 항쟁과 저항의 기억을 망각의 저편에서 건져내야 한다. 10월항쟁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복원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 △국가권력의 불법적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 △10월항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한편, 문화제에 앞서 이날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대구시민회관 옆에서 10월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가 열렸다. 또, 오는 3일 오후 3시 대구시 남구 극장 함세상에서는 '제3회 10월 문학제', 4일 오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는 '10월항쟁 역사길 순례'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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