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어린이집에서도 생수 가져오래’ 찝찝한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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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6 09:32 | 최종 업데이트 2018-07-06 09:33

가뭄도 장마도 아닌데 뜬금없는 물난리로 대구가 난리가 났다. 수돗물에 발암물질이 섞여 있다는 논란이었다. 과불화화합물? 과불화옥탄술폰산? 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무섭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정수기로도 안 걸러지고 끓이면 농도가 더 짙어진다고 한다. 아,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인가.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제 우리도 영화처럼 깨끗한 물을 찾아온 가족이 정말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건 당일, 어수선한 통에 둘째 아이 어린이집 갔다 한 아이 엄마를 만났다. 그 엄마가 물었다. “물 사러 안 가세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저희는 원래 생수 사 먹어요.” 걱정이 가득한 말투로 다시 말한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저희 집은 애는 생수 먹이고 어른은 보리차 끓여 먹었거든요. 근데 지금 물 사러 가야겠어요.” 한참 수다를 떨며 위로를 하고, 또 위안을 삼으며 생수를 사 먹었던 우리 집은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또 며칠 전에 물을 잔뜩 사다 놓아서 한동안은 안심이었다. 아이를 찾아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놀고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물을 사다 나르고 있었다. 뭔가 분주하고 불안해 보였다.

아내에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마트에 줄지어 물을 사는 사진을 보내며 우리 집에는 물이 많다고 자랑하는 문자를 보냈다. 무슨 선견지명이라도 있었다는 듯 말이다. 그런데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어린이집에서도 이제 생수 가져오래.’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아, 맞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어린이집에서는 물을 끓여먹었다. 결국 집에서는 생수를 사서 먹였어도 아무 소용 없다는 말이다. 순간 크게 배신을 당한 기분.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시는 물은 생수지만 국을 끓일 때, 쌀을 씻을 때 썼던 물은 결국 수돗물이었다. 목욕은 또 괜찮을까? 수돗물로 했던 모든 것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으려고 그 날 저녁밥 밥물을 생수로 맞췄다.

큰 아이 같은 반 엄마들 단체 채팅방에서도 난리가 났다. 엄마들은 학교에서 왜 대책을 세우지 않는지, 아이들 급식은 또 어떻게 하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학교와 교육청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성토했다. 급기야 대화는 Non-GMO 급식과 안전한 먹거리까지 확대되었다. 다들 막연하게 불안했던 일이 현실로 닥치니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었다. 엄마들은 불안해하면서도 뿔이 났다.

이 난리 통에도 행정당국의 어떤 해명도 대책도 없으니 불안감은 커지고 불신은 점점 깊어졌다. ‘깡수돗물드링킹쇼’는 그야말로 ‘쌩쑈’로 보인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대구시장의 뒤늦은 해명과 사과가 나왔다. 벌써 한 달 전부터 이 문제를 알았다는데 선거통에 감추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된다. 괜찮다, 잘하겠다 하는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취수원을 옮기겠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르겠다.

대구의 식수원 낙동강에는 각종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산업단지가 있다. 이번 수돗물 사태의 원인이다. 약수터 옆에 축사가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의 페놀 사태, 발암물질 수돗물 사태는 당연한 결과다. 또 앞으로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마당에 4대강 공사를 하면서 흐르는 강물을 막아 호수로 만들어 버렸다. 분명 학교 다닐 때 ‘자연정화’ 모두 배웠을 텐데 답답한 노릇이다. 해마다 녹조가 창궐해서 썩어 가는 ‘녹조라떼’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데 과연 안심할 수 있을까? 믿을 수 있을까? 말 돌리지 말고, 허무맹랑한 이야기 말고 이제는 산업단지와 4대강 사업, 그 원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가 왔다. 그래도 비가 오니 수질이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아이들의 수난은 계속되었다. 아침 등굣길 비바람에 옷이 홀딱 젖은 딸아이는 울면서 전화가 왔다. 하굣길 소나기가 쏟아지면 발을 동동 구르며 엄마아빠를 찾기도 했다. 계속 비가 오니 바깥놀이도 한동안 못해 방콕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빨래해도 섬유유연제 냄새는 온데간데없고 퀴퀴한 냄새로 뒤덮었다. 방바닥은 미끈거린다. 후덥지근한 통에 집안일을 조금만 해도 땀이 비오듯 흐른다. 불쾌하고 짜증이 난다. 장마도, 수돗물도.수돗물은 찝찝하고 장마는 꿉꿉하다. 둘 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래도 꿉꿉한 것은 에어컨을 틀면 한결 낫지만 찝찝한 것은 어떤 설명과 대책을 들어도 가시지 않는다. 기준치 이하, 이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불안하다는 것이 문제다. 일단 그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지우기 위해 일단 낑낑대며 또 생수를 사다 날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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