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중학교, 독서토론 교재 검열 논란···“학교가 교권 침해”

‘10대를 위한 빨간책’···“자아정체성 확립하는 시기에 부작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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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09:07 | 최종 업데이트 2018-07-11 13:35

대구 한 중학교의 독서토론 동아리 교재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동아리 지도 교사가 청소년의 성·민주주의 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학교와 교사의 권위와 청소년의 권리 등이 담긴 교재를 신청했지만, 학교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인 김석현 씨는 지난 3월 학내 독서토론동아리 토론 교재로 ‘10대를 위한 빨간책’(레디앙 출판)을 정하고 학교에 구입을 요청했다. 이 책은 1969년 덴마크에서 출간된 책으로,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 따르지 말고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저항하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학교 측이 해당 책 중 문제가 있다고 꼽은 대목은 "거대한 이해관계의 갈등이 빚어질 땐 파업, 집회, 폭동 같은 다소 과격한 행동이 이 갈등을 해결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 "국회의원, 대통령 등 우리를 대변해 줄 정치인을 뽑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이들은 부자나 권력자의 이해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는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 한다", "건전한 시민이란 기존 사회와 체제, 정부 기관의 충실한 노예란 의미", "성적은 사기다. 교사는 점수를 통해 우정 어린 협력 대신 경쟁하고 라이벌이 되게 하려고 한다", "어른들이 학생에게 참여나 결정의 권한을 준다면, 그 결정에 의해 이루어질 변화가 별 의미 없는 것이기 때문" 등이 있다.

또한 청소년의 성과 관련해서는 "성관계를 하면 퇴학한다는 규칙은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 "콘돔이 유해하다고 분류하는 것은 청소년이 성적 즐거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상한 구분법" 등도 문제 삼았다.

해당 학교장은 이 책이 선정적이고, 건전한 윤리관을 저해하며, 반사회적인 내용이 있다며 교재 변경을 요청했다. 김석현 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구교육청 보통교육고충심사위원회(위원장 이희갑)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이근우)에 학교의 부당한 검열을 주장하며 각각 위원회에 4월 2일, 5월 28일 고충 해소를 청구했으나 모두 각하 판정을 받았다.

학교장은 대구교육청에 보낸 변명서에서 “틀린 내용 및 비교육적 내용을 선별하여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학생에게 결코 수준 낮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라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아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시기이므로 책 내용을 여과 없이 수용했을 경우 학생 인성 발달에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이 학교장은 <뉴스민> 과의 통화에서 “민감한 내용이라서 말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대구교육청 보통교육고충심사위원회는 “이 책과 같이 교재로서의 적합성에 대한 개개인의 의견이 다양할 때 지도교사나 관리자 개인의 판단보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민주적 의사 결정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이 책은 토론에 활용할 수 있는 텍스트를 포함한다. 하지만 동성애, 자위, 성관계 등 성적 편향성이나 교사를 포함한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 견해 등이 토론 과정에서 모두 다루어질 수 없는 경우 비판적 사고능력과 확고한 가치관 정립에 미숙한 중학생이 편향적 시각과 우리 사회 현실 문화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사는 “교사는 학부모나 학생보다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으로부터 교권 침해를 많이 당한다. 학생 감수성을 고려했다는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한 건지 모르겠다”라며 “학생도 원하는 내용에 관해 토론하려는데 일일이 수업 내용을 검열하는 것은 교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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