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신청한 장애인에게 “시설에서 왜 나왔느냐”는 연금공단 직원

장애인 13명,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 항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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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4 19:20 | 최종 업데이트 2018-08-14 19:20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약 30년 동안 생활했던 정종삼(64) 씨는 최근 자립생활을 위해 희망원에서 나왔다. 격리된 시설이 아닌 곳에서 자립하고 싶었지만, 활동지원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해 녹록지 않았다. 정 씨는 뇌병변장애인으로 거동이 어렵고, 도움 없이는 식사를 할 수 없다. 정 씨는 한 달 94시간, 하루 3시간꼴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 많게는 300시간 이상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 씨는 활동지원등급 판정에서 2등급을 받았다.

정 씨는 최근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조사를 나온 연금공단 직원이 정 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기 때문이다.

"다리를 만지면서 '근육이 살아있네'라고 말했습니다. '이 정도 근육이면 걸어 다닐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정말 불쾌했습니다. 그래도 활동지원서비스가 꼭 필요해서 조사에 임했습니다."

▲14일 오전 11시,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종삼 씨(왼쪽)

14일 오전 11시,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에서 정 씨를 포함한 탈시설 장애인 13명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후 조사 과정에서 신청인이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더불어 적절한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공단 직원은 30분 정도의 방문조사에서 점수를 산정한다. 사실상 공단 방문조사 30분에 장애인의 삶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발달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중복되는 경우, 또는 오랜 시설 생활로 사회 경험이 낮은 경우에도 단순히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하거나 신체적 기준만으로 등급을 책정해 자립을 가로막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최근에는 직원이 장애인에게 '시설에 있으면 다 해주는데, 왜 나왔냐', '바보는 아니지 않으냐'하는 모욕까지 당했다"라고 덧붙였다.

▲14일 오전 11시,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에서 활동지원 인정조사 과정을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 씨는 "혼자서 옷도 입기 어려운데 하루 세 시간꼴이다. 저녁에는 활동지원사가 없어서 침대에서 내려오다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다"라며 "혼자 지내다 보면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생길까 무섭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1시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영숙 대구지사 지원부장은 공개 사과했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관계자는 "반인권적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인정조사 대상자의 등급에 대한 이의신청도 있었다. 이 부분은 지사에서 구제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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