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만 간단치 않은 도전기, ‘효니, 전세기를 띄우다’

[기고] 김상목 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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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17:10 | 최종 업데이트 2018-09-11 17:11

Ⅰ. 들어가며: 작품을 보기 전 잡설

2017년 5월 30일, 발달장애인 가족 200여 명이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로 김포국제공항에서 제주도로 날아오른다. 2박 3일간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6월 1일 오후에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온다. ‘효니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기획은 최초 제안자 가족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서동일 감독은 200여 명의 장애인 가족 일원이었고, 여정에 함께하는 김에 장기를 살려 영상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효니, 전세기를 띄우다>는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본 작품은 영화제나 극장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장애인부모회 내부 기록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감독의 예술적 비전이나 사회적 반향에 대한 고려보다는 충실한 자료로서 가치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독립다큐’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작품을 보게 될 이들에게는 심심하거나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다큐멘터리 경향도 과거의 제도권 언론에 대안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사회운동과 결합되었던 “독립다큐”로만 한정할 수 있는 시기는 애초에 한참 지나왔다. 과거 독립다큐의 액티비즘 전통을 잇는 흐름 외에도 케이블과 IPTV, 넷플릭스까지 포함해 대폭 확장된 TV 방영용 다큐를 제작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이른바 ‘독립PD’들의 TV다큐, 타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다 표현영역의 확장차원에서 영상작업으로 진입한 작가들의 실험적인 다큐, 사적인 영상일기와 작가적 혹은 사회적 발언의 경계에 서 있는 ‘사적다큐(셀프다큐)’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각자도생을 모색해온 게 2000년대 초반부터 쭉 이어지고 있다.

굳이 <효니, 전세기를 띄우다>를 경향성으로 분류한다면 TV다큐의 형식에 보다 가까운 시도라 하겠다. (물론 이 작품은 최초 탄생부터 무작위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회원 회람용 기록영상이 가장 어울리는 명칭일 수도 있다) 관객은 이 작품을 관람할 때 그 점을 미리 염두에 두면 좋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작품을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영화로 완성하기 때문에 과도한 선입견으로 작품을 재단하거나 스스로 편집하는 것도 문제지만, 조금만 알면 온전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사전 정보를 배제해버릴 때 오독 때문에 온전한 관람에 이르지 못할 위험도 꽤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효니, 전세기를 띄우다>는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일순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기보다 지인들이 함께 연말결산으로 경험과 추억을 나누기 위한 영상기록에 가깝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바이다.

Ⅱ. 관객이 함께 따라가는 2박 3일 여정의 순간

작품이 시작된다. “효니 프로젝트”의 취지와 개요가 어두운 화면에 글자로 설명된다. 한 컷으로 요약된 설명 후에 곧바로 부산하게 여행을 앞둔 장애인과 가족들의 인터뷰와 공항수속 장면이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가족 인터뷰와 여행 풍경 영상이 교차가 반복하면서 40분이 훌쩍 지나가지만 이미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작업한 내공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장면들이 초반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발달장애인 자녀와 가족들을 지켜보는 공항 속 여러 비장애인들의 시선은 단지 며칠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다녀오는 행위가 이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결단과 도전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신기한 눈으로 전세기로 향하는 일행을 바라보는 공항 내 대기자들, 공항과 항공사 직원들의 성실하지만 살짝 곤혹스러워하는 태도들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물론, 우리가 익숙하게 행하고 겪는 일상에서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 관련 경험에 대한 기억들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등장한다. 함께 사진을 찍고 손을 흔들고 발달장애인 아이의 수발을 어색하게 들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의 큰 지원자이기도 하고, 박 시장의 적극적인 태도가 기업 후원을 이끌어내는 촉매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높으신 분들’의 사진촬영과 차이나지 않는 몇몇 컷들에 불편함을 느낄 관객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참여가 없었다면 아예 비행기 이륙 자체를 못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현실에서 이 부분은 단지 불편함을 넘어서 성찰로 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속 과정은 소란스럽고 산만하다. 기나긴 좁은 탑승 통로를 향하는 것도 비장애인의 눈으로 보기엔 느리고 어수선하다. 손을 잡은 가족과 장애인의 클로즈업이 두 번 등장한다. 두 번째 등장할 때는 식상하고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는 것 같았다. 감독의 역량을 믿기에 의아해하는 순간…

컷은 점프하며 왜 그렇게 손을 꼭 쥐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족 인터뷰로 바로 전환된다. 그리고 여행, 특히 원거리 이동을 위한 교통편 사용 과정에서 이들이 겪었던 여러 일화와 어려움이 줄줄 나온다. 서동일 감독은 감성적인 컷을 짧지만, 효과적인 일화로 작품의 의도를 극대화하는 인상적인 연출컷을 남긴다.

50분 남짓한 짧은 비행시간, 영화 속에서 10분 안 되게 등장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가족들은 노심초사하고 장애인 아이들은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남들에겐 그저 잠깐 졸기에도 모자란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에겐 대륙횡단에 다름아님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보여준다.

제주도에 도착한다. 여전히 가족과 진행팀은 진땀을 흘리며 만 2일에 불과한 시간 동안 최대한 다양한 공간으로 이들을 안내한다. 발달장애인들에겐 모든 게 신기하고 또한 두렵다.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증상들이 살짝살짝 보이고, 가족 입장에 이입해보면 얼마나 일상이 피곤할까 무게가 느껴진다.

공연과 해수욕, 식사가 이어지고 작품은 계속 단순한 여정 속에서 찰나를 포착해 보여주면서 배경을 설명하는 인터뷰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이제 여행에 익숙해질 쯤, 귀환길이 펼쳐진다. 처음 타보는 게 아니지만, 여전히 귀로에서도 장애인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불안과 낯섦을 표출하고, 가족들은 지쳐 잠에 빠져든다.

한 아이가 앞좌석을 툭툭 친다. 건장한 남성이 졸고 있다가 뒤를 돌아보고 별것 아니라는 듯 다시 잠을 청한다. 전세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보통 항공편이었다면 동행한 가족은 주위의 눈총을 받으며 연신 사과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무심코 지나가는 컷에도 감독은 관객이 생각해볼 것들을 제시하느라 바쁘다.

Ⅲ. 생각해봅시다 시간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내린다. 여행이 끝나고, 짧은 소감 몇 마디들로 작품은 40분 채 안 되는 러닝타임을 채운다. 뒤를 이어 후원자와 참여자들 이름이 어두운 화면에 펼쳐진다.

지자체장과 기업체들의 후원이 적잖다. 전세기를 띄우려면 당연한 것이다. 참여한 가족들 이름이 올라오고, 장애인부모회 서울지부와 감독이 속한 두물머리 픽쳐스 공동 작업임이 확인된다. 이 중편 작업을 위해, 혹은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을 소개하기 위해 그 짧은 다큐멘터리에 이렇게 많은 인명이 기록된다는 점도 마치 웅변처럼 마무리를 장식한다.

단지 2박 3일 짧은 여행 기록일 뿐인데, 그것도 남들 다 가 봤다는, 그냥 주말에 훌쩍 떠나면 될 정도의 간단한 과정일 뿐인데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겐 기록하고 기념해야 할 ‘싸움’이자 ‘출정’이었던 것이다.

일회성 전세기 여행코스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효니 프로젝트’는 그렇게 기록으로 남겨졌다. 유사한 기획이 드문드문 이어질지 모르지만, 아직 생소한 시도일 뿐이다. 그러나 지자체와 기업이 조금만 선심 쓰듯 지원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첫 경험이자 미지의 세계로 진입이 가능함을 결과물로 남겼다. 전면적인 확대는 힘들지만 조금만 신경 쓴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2018년 대한민국처럼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치닫는, 그래서 내가 제일 불행하고 나 먹고살기도 힘겨운 현실에서 환경과 제도가 받쳐주지 못하면 오히려 소수자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더 희미해지기 쉬운 상황에서 그나마 여력이 있는 관과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비록 아니꼽고 치사하고 속 터지는 과정의 연속일지언정) 필수 불가결하다.

Ⅳ. 마무리: 분리/통합에 대한 생각들

전세기 여행이라 눈치 볼 것 없어서 너무 좋다는 인터뷰도 나오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보다 비장애인들의 눈총이 더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인터뷰도 여럿 나온다. 장애인들이 마음 편하게 눈치 안 보고 독자적인 교통수단 분리를 보장받는 게 더 좋을지, 비장애인들의 각박한 인심과 반발, 외면을 감수하고 더불어 이용할 권리를 주창하는 게 맞을지도 작품을 보고 난 관객들은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40분짜리 <효니, 전세기를 띄우다>는 도드라져 보이는 요소는 없지만 TV다큐처럼 포장한 내막에는 여러 쟁점을 무심코 늘어놓듯 툭 던져놓은 작품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미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6.13 지방선거 때부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대구시청 앞 420장애인연대 농성 과정에서 겪고 있는 대구시와 입장 차이와 갈등을 주시하는 이들에게는 <효니, 전세기를 띄우다> 엔딩크레딧의 박원순 시장, 원희룡 지사의 이름이 식상해보이다가도 부러워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가능한 작은 변화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P.S 이 작품 최대 단점은 박원순 시장이 4번 등장하는 동안 고양이는 단 1번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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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정보>

▣ 일시 : 2018년 9월 12일(수) 20:00
▣ 장소 :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 주최 :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조직위원회
▣ 부대행사 :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GV)
▣ 관람료 : 관람 전후 자율후원
▣ 관람 인원 : 50명(사전신청 선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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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정보>

“효니, 전세기를 띄우다”
■ 제작|2017년
■ 장르|다큐멘터리
■ 상영시간|40분
* 타 영화제 상영 및 극장개봉 없었음
■ 감독|서동일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 2016
*명령불복종 교사, 2014
*두물머리, 2013
*작은 여자 큰 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에피소드2, 2007
*핑크 팰리스, 2005

※ 관람신청 및 문의 : 김상목 프로그래머
☞ 손전화 : 010-8598-1324, 가급적 문자로~
☞ 전자메일 : spanishbomb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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