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돋보기] 사립유치원 비리, 국가가 잘못한 게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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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마음이 푹 놓인다. 이제 국공립 유치원 지원에서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믿을만한 사립유치원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녔던 경기도 신도시 지역의 국공립 유치원 경쟁률은 치열했다. 적게는 2~3대 1부터 높은 곳은 12대 1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국공립유치원 경쟁률이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신뢰였다. 지인의 아이가 다니는 경기도 어느 사립유치원은 아이가 입학하는 달 들어간 비용이 100만 원이라고도 했다. 다음 해 3월이 되면 같은 비용이 들어갔다. 다시 입학하는 셈이었다.

같은 시기 우리 아이는 농촌 지역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입학했는데 비용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학습이 무료인 경우도 간혹 있었다. 지원금이 있다는 이유였다. 같은 누리과정을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는 유치원 현장에서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은 비용차가 발생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화가 치민다. 당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겪었던 울분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대부분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공감하고 분노하지만 손댈 수 없었던 영역이었다. 거기다 학부모들은 돈을 내라면 내는 것인 줄 알았지, 국가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지원받고 있다는 정보도 몰랐을 것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정책이 이권에 눈먼 이들에게 맡겨질 때 나타나는 최악의 상황이 사립 유치원의 비리로 나타났다. 그들은 아이들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국고보조금을 얻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교사들에게는 불법과 위법을 교묘히 포장한 행정 처리를 강요했다. 부모를 볼모로 잡아 국회의원들에게도 압력을 행사했다.

비단 사립유치원 원장만의 잘못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 국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양도할 수 있지만, 대신 국가는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에 돈만큼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타당한 계산법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거기는 또 하나의 국가기관인 국회의원도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국민을 대표하기 이전에 사립유치원 원장을 대표하여 이제껏 비리를 키워오는데 일조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사립유치원이 생겨나던 그 때는 국가가 가난하고 힘이 없어 국민들에게 해줄 것이 많이 없던 시절이라 국가의 책무를 민간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10월 17일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이 공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대한민국은 140개 중 15위를 기록했다. 거시경제 안정성에서 지속가능성은 1위였다. 이제는 책무를 온전히 이행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당사국이다. 협약 3조와 4조에는 아동과 관련되는 모든 활동에 있어서 모든 국가기관등은 아동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최선으로 고려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는 보육예산의 확대와 지원,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