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첫 스쿨미투 집회 열려, “페미니즘 학교 만들자”

18일 대구 청소년·학생, ‘스쿨미투’ 집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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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8 23:07 | 최종 업데이트 2018-11-18 23:08

“페미니즘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듣던 혐오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미투 운동을 접하고, 내가 듣던 말이 문제 있었던가 생각해봤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댄스부에 들어갔더니 X감이다 그런 말을 하는데도 문제인지 몰랐어요. 저 같은 사람이 많을 겁니다. 나도 혐오 발언을 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미투 운동이 필요합니다.”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중학생 한유진(가명) 씨 이야기다. 1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스쿨미투 행진 페미니즘 학교를 만들자’ 행사에는 검은색·보라색 옷을 입고 모인 청소년 100여 명이 참석했다.

▲18일 오후 7시 30분부터 진행된 '스쿨미투' 집회

4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학교 내 성폭력·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스쿨미투’ 운동이 벌어졌다. 대구 일부 학교에서도 스쿨미투 대자보와 포스트잇이 붙었고, 제보 창구인 페이스북 페이지 ‘학생인권 대나무숲’도 운영됐다. 운영진에 따르면, 이 페이지에 대구 34개 학교 120여 건의 제보가 올라왔다.

이날 집회를 연 '스쿨미투 청소년연대 in 대구', '아수나로 대구구미지부', '스쿨미투대구대책위' 등은 대구교육청과 학교가 학교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학교 측이 피해자를 색출하고 징계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교직원 대상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학생인권법·사립학교법 개정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제도적인 해결책 마련을 주장했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교사 박소영(38) 씨는 “15년 전 교단에 섰을 때는 체벌이 일상적이었다. 체벌이 금지되자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반발도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체벌 금지도 정착됐다”라며 “미투운동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스쿨미투를 계기로 성희롱과 성차별도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청소년·교사·학부모 등 13명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다”, “우리는 여기서 학교를 바꾼다”, “페미니즘 학교를 만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스쿨미투 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성희롱 격파 퍼포먼스

참가자들은 “수많은 스쿨미투 고발이 있자 학교가 좀 더 평등하게 바뀔 것이라 기대했다”라며 “하지만 학교는 제보자를 색출하고 징계를 줬다. 어떤 학생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는 협박도 받았다. 문제가 크게 알려진 학교에서도 형식적으로만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는 보호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학내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해자가 교사인 경우가 많다. 교육의 부재가 아니라 권력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학교 문제를 밝혔다는 이유로, 대자보를 썼다는 이유로, 포스트잇을 붙였다는 이유로 교칙 위반이 되는 학교에서 시급한 것은 부당한 교칙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 시간 30분가량 집회를 이어가다 오후 9시부터 대구시내 일대를 행진했다.

▲집회 후 진행된 '스쿨미투'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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