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연속기고] ③ 연동형 비례대표제, 뉴질랜드 삶의 질을 높이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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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14:09 | 최종 업데이트 2018-12-04 14:17

[편집자 주=23일부터 10회로 “정치(선거법)제도 개혁을 위한 대구 제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기고를 연재합니다. 연석회의는 ‘촛불혁명의 완성은 정치 개혁이며, 정치를 바꾸는 시작은 선거제도 개혁이라 생각한다. 민심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대구 정치, 나아가 한국정치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이다’고 밝히고 있다.]

①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물줄기 –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준비위원: 장우영
② 반쪽짜리 청년주권, 선거권·피선거권 낮춰야 – 우리미래 대구시당 대표 정민권
③ 연동형 비례대표제, 뉴질랜드 삶의 질을 바꿨다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장태수

지금의 선거제도, 왜 바꿔야 하나?

선거는 자신의 대표자를 뽑는 과정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대표자가 뽑힐 수 있어야 투표에 참여한다. 자신의 표(지지)가 결과(당선)로 나타나야 한다. 자신의 대표자가 뽑히지 않거나, 뽑힐 가능성이 부당하게 낮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투표 참여를 꺼릴 것이다. 혹은 될 만한 사람에게만 표를 던지는, 이른바 사표 심리에 갇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을 보자. 당시 투표 참여자는 2,436만 명 정도이다. 이 중 당선자가 받은 표는 1,176만 표정도이다. 반면 낙선자가 받은 표는 50만 표가량 많은 1,226만 표에 이른다. 투표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대표자를 뽑는데 실패했다. 이게 공정한 제도인가? 당선자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대표성을 지녔는가? 이 결과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던지지 못하고, 자신이 덜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한 이른바 사표 심리에 갇혀 선택을 강요당한 사람들의 표도 적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비례대표 의석은 국회 300석 중 16%인 47석에 불과하다. 84%가 가진 불공정을 1/5 수준인 16%가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역시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당시 새누리당은 정당득표율 33%로 국회의석 40%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5% 정당득표율로 무려 41%의 의석을 챙겼다. 지역구 의석이 너무 많아서 지금의 비례대표제로는 사실상 보완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시험에서 25점 받은 사람이 실제 성적은 41점으로 기록되고, 33점 받아야 할 사람 성적표에 40점으로 기록되는 건 성적 조작이다. 돈 많은 부모도 능력이라는 정유라의 학사비리에 “이게 나라냐”면서 저항했듯이 잘못된 제도도 민주주의라며 성적조작을 즐긴다면 “이게 민주주의냐”를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

대표성과 비례성을 콕 집어 살펴본 것은 이 두 요소가 지금 당장 우리 선거제도를 한 단계 더 민주적으로 만드는데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공감하고, 시민사회가 합의하고 있다는 점이 그걸 반증한다.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가 이미 검토해온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구체적인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그렇다.

선거제도 개혁을 이야기할 때 누구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제 거대양당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민주주의와 시민행복을 위해 결단해야만 할 시점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삶을 바꾸는가?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본다. 계급 간 불평등 구조는 훨씬 빠른 속도로 심화되어 왔으며, 과거 교육과 근면을 통해 가능했던 사회이동의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최장집 교수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고, 이를 증명하는 여러 통계는 쉽사리 찾을 수 있고, 그 증거들은 우리의 삶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급의 세습이 아니라 땀의 대가가 제대로 존중받는 민주적인 사회는 선거제도의 변화로 가능할까? 하나의 제도가 완벽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 또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마침표는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결과로서 사회경제적 평등을 한 걸음 더 진전시켜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지금 한국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사례에서 선거제도가 한 사회의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경제적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데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는지 읽어보자.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2015년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발표 자료. [사진=EIU 발표 자료 갈무리]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 경제 분석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2015년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민주주의 지수 상위 10개 국가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로 채택하는 나라가 8개이고, 캐나다와 호주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호주는 소선거구 선호투표제를 시행하고 있어 한국의 단순다수대표제와는 다르다. 상대다수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지금의 선거제도가 캐나다의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하튼 세계에서 민주주의 지수가 가장 높은 8개 나라는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른다는 점을 주목하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8개 나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뉴질랜드, 덴마크,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등은 흔히들 복지국가라 불리는 나라들이다. 2016년에 발표된 UN세계행복보고서에서 가장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상위 5개 국가도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다. 반면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도 56위(2017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51위(2017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은 소득수준보다 행복도가 크게 떨어지는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민주주의 지수가 높고, 행복도가 높은 이들 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의 2015년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세계 최고 나라들로 확인되었다. 또 이들 나라는 2013년 세계에서 가장 태어나기 좋은 곳 상위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물론 이 실증적인 자료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 환경, 노동조합 조직과 단체협약 적용 비율의 영향을 받는 사회경제적 힘의 균형,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및 역사적 경험들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교육 등 여러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 다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 국가가 예외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실제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꾼 후 삶의 모습이 달라진 뉴질랜드의 사례만 더 들여다보자. 뉴질랜드는 다른 영국연방 국가들처럼 소선거구제로 대표자를 뽑는 나라였다. 국민당과 노동당 양당체제가 강력했고, 투표자 지지율과 의석점유율 차이가 커서 민심이 왜곡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93년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었다. 새로운 선거제도인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른 1996년 총선 이후 뉴질랜드는 최저임금 인상, 고소득층 증세, 민영화된 산재보험의 국유화, 공공주택임대사업 개선, 노동조합 강화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후 축적된 변화의 과정은 앞서 거론한 것처럼 부패인식지수, 민주주의 지수, 행복도 등에서 살기 좋은 나라로 나아가고 있다.

▲1996년 선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뉴질랜드는 의회 내 여성 비율이 높아졌다. 또, 뉴질랜드 인구의 11%를 차지하는 마오리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전에는 의석수 비율이 한 자리에 불과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 상당히 늘어났다. [사진=www.sightline.org]

거듭 말하지만, 하나의 제도가 완벽한 사회변화의 마침표를 찍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한국정치가 새로운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새로운 선거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결심하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행복은 그만큼 빨리, 그리고 제대로 다가올 것이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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