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폭행’ 예천군의원, 연수 계획 셀프 심의···경찰, 수사 착수

경찰, 폭행치상 혐의 고발장 접수 받고 수사 나서
박 부의장, 사과문 발표 후 자유한국당 탈당
해외연수 비용 반납, 성접대 요구자 확인 후 징계 요구

16:54

경찰이 해외연수를 가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53) 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박종철 부의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해외연수 계획 심사위원장을 맡아 원안대로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박 부의장이 자유한국당을 자진 탈당하면서 당내 징계 절차는 중단됐다.

▲[사진=예천군의회]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박 부의장을 폭행치상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또, 폭행사건에 대한 합의금과 해외연수 중 부적절한 지출이 없었는지 조사해 달라며 군의원 전원도 고발했고, 예천경찰서는 7일 수사에 나섰다.

예천군의회는 군의원 9명, 의회 담당 공무원 5명 등 14명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7박 10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나흘째인 23일 오후 6시께(현지 시각) 박 부의장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식사를 하고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 여행 가이드를 폭행했다. 현지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가이드의 만류로 합의금을 지급하면서 현장 연행은 면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박종철 부의장과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은 지난 4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종철 부의장은 사과문에서 “저의 폭행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은 현지 가이드님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면서 용서를 구한다”며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며 부의장직을 내려놓겠다. 당적 관계는 당에서 조치를 한다고 하니 당 처분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에 따르면 박종철 부의장은 4일 저녁 탈당계를 접수하고, 탈당 절차를 완료했다.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관계자는 “탈당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박 부의장은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연수 계획서에는 미국 볼티모어시청, 캐나다 오타와시청, 몬트리올시청, 뉴욕 선라이즈 양로원 방문을 공식 일정으로 잡았고, 나이아가라 폭포, 퀘벡 세계문화유산 체험 등의 관광지 방문 일정이 나와 있다.

예천군의회는 자유한국당 7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됐다. 7박 10일간의 해외연수 총 경비는 6,188만 원(1인당 442만 원)이 들었다. 2017년에 라오스로 3박 5일간의 해외연수(총 경비 2,212만 원)보다 약 4천만 원 더 썼다.

이형식 예천군의회 의장도 사과문을 통해 “의장으로서 연수단 일행을 통솔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의 성접대 요구 의혹과 징계 추진 여부에 대해 이형식 의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성접대 요구는 없었다. 드릴 말씀이 없다. 15일에 윤리위원회 간담회를 한다. 그때 토의를 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부의장뿐만 아니라 예천군의회 차원의 적극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영주·문경·예천 지역위원회(위원장 황재선)는 7일 성명을 내고 “예천군의회가 해당 의원을 상해죄로 고발하고, 조례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관련자들에 대한 제명 또는 자격 상실을 의결하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주민소환 절차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경북도당(위원장 박창호)도 성명을 내고 “하루빨리 외유성 해외연수 경비 전액을 자진 반납하고 철저한 조사로 폭행 가해자, 성접대 의혹 요구자들을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