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고] ① 대구 감독들의 신작 영화 3편을 본 후 / 김상목

고향에서 환영받는 예언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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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11:56 | 최종 업데이트 2019-02-22 11:57

[편집자주]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최근 끝난 대구 독립영화관 오오극장 개관 4주년 기획전에서 관람한 대구 감독들의 신작 영화를 본 소감을 보내왔다. 지역 영화계에 대한 총론을 시작으로 각 영화에 대한 리뷰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대구에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이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천하삼분지계 속에 외로운 섬처럼 55석의 소극장이 시내 어딘가에 존재한다.(하지만 대구시민의 1%도 이 극장의 존재나 위치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 극장이 한국독립영화와 다양한 기획전을 중심으로 개관 4주년 기념 기획전을 2/14(목) ~ 17(일)까지 진행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3인의 감독들의 신작 프로토 타입(PROTO-TYPE)의 최초 공개였다.(굳이 '프로토 타입'이라 지칭하는 것은 이 작품들이 아직 미완성본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3편의 신작은 각각 “할머니의 외출”(장병기 감독), “이방인”(김현정 감독), “혜영, 혜영씨”(김용삼 감독)이다.

▲왼쪽부터 김용삼, 김현정, 장병기 감독

필자는 세 감독의 직전 단편들을 보았고, 3편의 신작은 장편이거나 장편에 가까운 중편으로 만들어졌다. 지역 영화 제작에 무관심에 가까운 수준인 대구·경북 풍토에서 영화인들이 자력갱생 지경의 노력으로 단편영화까지는 어찌어찌 완성해서 주목받는 경우가 생긴다. 장편영화에 들어가야 할 자원과 인력을 해결하는 건 로또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대구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거의 알지 못한다.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만들어지지도 못하며, 정작 만들어진 영화는 묻히거나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오히려 더 알려지는 '웃픈'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사회의 기본역량은 영화를 포함한 문화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에 크게 관심은 없는 이들이라도 들어본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지역이 조금 예외적인 환경일 뿐이다. 한국사회의 부정적 법칙은 그대로 영화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고 신진감독이나 배우들은 영화제작 지원을 받거나 인맥을 쌓아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을 떠나 서울이나 부산으로 향한다.

우리는 이창동 감독을 안다. 하지만 정작 이창동 감독이 고향 대구에서 영화를 만들거나 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가 뭘 했는지 들어본 바가 없다. 거장이라 칭송받는 감독조차 이런 대접인데, 가능성을 믿고 자원을 투자해야 할 신인들에 대해선 찬밥은커녕, 사료라도 좀 꾸준히 뿌려줬으면 할 지경이다. 이런 조건에서 지역 출신 영화인들이 자리를 잡을 방법은 오직 하나, ‘역수입’되는 것이다. 지역을 포기하고 ‘중원’으로 진출해 온갖 고생을 하고 성공해서(상업영화 감독으로 실적을 내거나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고) ‘금의환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성공의 경험에 따라 지역에 돌아오지 않는다.

몇몇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일군의 영화인들이 어떻게든 지역에서 살아남아 보려 버티며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 오오극장 로비에 가면 그런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서로 품앗이해가며 촬영과 제작, 소품과 장비를 나누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젊은이들이다. 그리고 타지에서 영화 관련 일에 종사하지만 지역에 관심을 놓지 않던 영화인들도 이들과 교류하며 협업을 고민하고 조금씩 일구어가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현재 유지되는 행사 중 올해 20주년을 맞는 대구단편영화제가 ‘애플시네마’라는 이름으로 지역 기반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오오극장이나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들이 미약하더라도 관심을 놓지 않으면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지속된다. 2017-2018년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본선에 오르거나 수상하는 지역 기반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대구영화의 르네상스’가 오기라도 할 것처럼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약간의 지원 확대나 관심은 분명 유의미하지만 큰 틀에서 여전히 자원은 부족하고 지원은 겨우 숨을 헐떡거릴 정도로만 제한적이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건 그래서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다. 요행이 계속 이어질 줄 알고 오히려 방치하는 결과로 드러나기 십상이니···.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소개할 3편의 신작은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트릴 실낱같은 희망의 파랑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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