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생 성정체성 밝히며 비난한 교직원, 한동대 500만 원 배상하라”

징계당한 학생,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일부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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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7 17:48 | 최종 업데이트 2019-05-17 17:48

학생의 성 정체성을 동의 없이 밝히며 비난한 한동대와 교목실장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임영철)는 "학교법인 한동대학교와 교목실장은 공동하여 5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교수 2명에 대해서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고, 동성애,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간 사랑) 등 성적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기독교 대학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이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한동대 학생 석모(28) 씨는 한동대학교와 교수 2명, 교목실장을 상대로 각 1,100만 원씩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동대는 지난 2017년 학내에서 열린 페미니즘 강연을 ‘동성애 조장’ 강연이라고 규정하고, 학칙 위반과 건학 이념 위반 등 이유로 석 씨를 무기정학, 다른 4명을 특별지도 처분했다. 당시 A 교목실장은 700여 명이 듣는 채플 수업 중 '곰팡이', '암세포' 등을 거론하며 석 씨 징계 이유가 성적 정체성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당시 한동대 B 학생처장은 전체 교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강연 내용을 알리며, 석 씨의 성적 정체성을 밝혔다. 또 다른 C 교수는 폴리아모리를 비난하며 국가인권위 현장 조사를 반대하는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전국교수연합' 등의 성명을 학내 게시판에 올렸다.

재판부는 A 교목실장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교목실장은 한동대의 교육 이념을 상기시키는 목적이라고 하나, 개인의 실명을 언급하여 악의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특정 성적 정체성 일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니"라며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B 학생처장에 대해서는 "이메일의 주된 취지가 한동대 학생이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어긋나는 성적 정체성에 빠지게 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으로 원고의 성적 지향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며 "대상이 특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메일 내용은 한동대 구성원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B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C 교수에 대해서도 "해당 성명은 국가인권위를 비판하는 것이고, 원고 개인의 성적 정체성을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을 뿐 주요한 내용은 사실이므로, 위법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3시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대에 판결 결과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사진=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원회 공대위)

이날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동대는 1심 판결을 수용하고,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며 "무기정학 학생에 대한 명예 회복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인권위 권고를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석 씨와 공대위는 학교를 상대로 징계 무효 확인 소송도 낼 예정이다.

한동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학교로서는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도 우리 학생이기 때문에 대립해서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며 "(무기정학 징계에 대해서는) 교칙에 따라 징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대는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징계를 철회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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