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청소년 시민 곁에, 정당이 함께 /허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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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 10:58 | 최종 업데이트 2019-06-03 11:01

[편집자 주=뉴스민 월요칼럼 필진으로 녹색당 조직담당 활동가이자,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허승규 씨가 함께합니다. 기존 이택광, 이라영, 박권일, 김민하 씨와 함께 5주에 1번 칼럼을 연재합니다.]

2019년 6월 1일, 20주년을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사랑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축제에 다양한 단체들이 행사 부스로 참여했다. 어느 정당보다 성소수자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녹색당 부스에는 다양한 시민들이 오갔고, 특히 정당법상 당원이 될 수 없는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 시민들도 함께했다.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 1일 오후 주요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광장을 돌아오는 구간에서 대규모 서울퀴어퍼레이드가 펼처진 가운데,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현행 정당법은 당원의 자격을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로 제한한다. 국회의원 선거권은 만 19세 이상 시민에게 주어진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 개정안은 만 18세다. 녹색당 총선 공약은 만 16세다.) 만 19세 미만의 시민들은 정당 가입을 할 수 없다. 나이 제한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자율적인 정치 조직인 정당의 당원 가입 나이제한을 ‘정당법’으로 국가가 규정한 것도 문제다.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지녔지만,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나치 제국을 등장시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사회통합적인 정치교육, 안정적인 정당정치를 구축하였고, 현재 모범적인 정치선진국으로 불린다.

독일은 한국처럼 분단을 이유로 정치혐오를 조장하고, 정치규제를 강화한 것이 아니다. 나치와 같은 극단적인 정치세력은 정치혐오와 정치규제로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정치혐오가 심할수록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독일은 최소한의 제도적인 규제와 사회갈등을 끌어안을 수 있는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만들어 사회통합의 힘을 키웠다. 독일 통일 이후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회갈등을 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정치의 역할이었다.

청소년 시민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독일의 거대 양당인 기독민주당은 만 16세 이상, 사회민주당은 만 14세 이상이면 당원이 될 수 있다. 정당법이 아닌 정당에서 자율적인 당헌으로 정했다. 청소년 시민은 규제 대상이 아닌 동등한 시민으로써 정치 공간에 함께 하는 것이다.

근대 의회민주주의의 기원을 보여준 영국은 어떨까. 영국 보수당은 나이 제한이 없다. 영국 노동당은 만 15세 이상이다. 정당에서 자율적으로 정했다. 유럽과 한국 상황이 다르다면,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다. 일본 자유민주당, 민주당 모두 만 18세 이상이다. 역시 정당 자체적으로 정했다.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규정이 없고, 만 18세 이상 지지자를 당원으로 본다.

한국 사회 정치개혁의 열정은 최고 권력자, 대통령을 바꾸는 열정으로 표출됐다. 1987년 최고 권력자를 뽑는 방식을 바꾸었고, 1992년 군인 출신이 아닌 문민정부의 탄생을, 1997년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뤘다. 그리고 2016년 우리가 선출한 최고 권력자의 임기 중단을 이끌어냈다. 이제 대통령을 바꾼 열정만큼, 일상 곳곳에서 배제된 시민들의 삶을 담을 수 있는 ‘정치’를 확장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이 시민들의 모든 삶을 바꾸기엔 세상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행정부(관료), 사법부, 재벌과 같은 힘 있는 집단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다. 먹고 살기 바쁜 수많은 시민들과 공동체의 자원을 배분하는 ‘정치’를 연결하는 조직이 바로 ‘정당’이다. ‘정당’이 중심이 되어 거대한 현대 사회 체계가 놓치는 다양한 삶의 애환을, 다룰 수 있는 정치 공간이 ‘국회/입법부’다. ‘정당’이 우리네 일상 구석구석 함께할수록, ‘국회/입법부’라는 공간이 나에게 가까워진다.

선거권도 없고, 정당 가입도 어렵고, 경제적 종속과 입시교육에 둘러싸인 청소년 시민들은 어떠한가. 나이 먹기를 기다려야 하는가. 그들의 권리를 유예시켜서 우리 사회가 얻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왜 그들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투표를 할 수 없는가. 그들이 겪는 고민과 문제들은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섞여있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꾸려서 살고 있는 이상, 청소년 시민과 어르신 시민 모두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는 접근 자체가 차단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것이 정당한가.

녹색당은 2012년 창당 초기부터 한국의 후진 정당법을 거부했다. 전 세계 90여개 나라에 있는 국제정당답게, 보편적인 흐름에 맞추어, 정당법이 아닌 자체적인 당헌으로 규정을 만들었다. 녹색당 가입은 나이 제한이 없다. 청소년 당원도 청소년이 아닌 당원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다. 창당 7년차, 녹색당 당헌을 실정법 위반이라고 정부에서 단속한 적이 없다. 그들도 알고 있다. 지금 정당법 나이 제한 조항이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것을.

녹색당 부스에 왔던 청소년 시민들이 묻는다. 청소년이라서 당원 가입이 어려운 것 아니냐고. 나는 그들에게 녹색당 당헌을 이야기하니 놀라면서 가입을 한다. 본인의 성정체성을 보통의 학교나 가정에서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원 가입서를 쓰다가 계좌번호 부분에서 난감해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본인 이름의 계좌가 없다. 경제적 독립이 어렵다. 부모 계좌를 쓰자니 녹색당 입당 사실을 들키는 것이 난감할 수 있다. 결국 계좌번호를 비워두고 가입한다. 이 난감한 순간을 3년째 부스에서 경험한다. 당원 가입서를 쓰는 짧은 순간에 그들에게 주어진 여러 장벽들. 과연 누구를 위한 장벽인가.

▲2019년 1월 정당-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선거연령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녹색당]

나는 한국의 정당법을 따르지 않는 녹색당의 당헌이 자랑스럽다. 한편으론 규정상 청소년 당원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지만, 실제 녹색당 역량의 한계로 청소년 당원들의 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다. 여하튼 녹색당은 실정법에 맞서서, 조금이라도 청소년 시민 곁에 정치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녹색당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요 정당들이 함께하자. 사람은 어느 순간 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만19세 생일부터 시민이고, 그전에는 비시민인가. 그런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권 연령이 낮아져도, 선거권을 둘러싼 정치 교육과 정당 활동의 장을 만들어가는 역할은 필요하다. 정당이 솔선수범하자. 세계적인 흐름에 부합하지 않은 낡은 정당법을 개정하고, 정당 내부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자. 청소년 시민 곁에, 정당이 함께 하자. 당원 가입해주신 청소년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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