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라이온킹', 디즈니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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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09:58 | 최종 업데이트 2019-07-23 09:58

[‘영화선우(映畫選祐)’는 손선우 전 영남일보 기자가 읽은 영화 속 세상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보다는 영화 속 이야기를 뽑아내서 독자들의 영화 감상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라이온 킹>은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영화를 포함해 공연까지 가장 많은 표를 팔았다.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은 역대 전체관람가 영화 가운데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익은 1조 1,387억원으로 집계됐다. 뮤지컬은 1997년 11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출발해 22년 동안 세계 주요 도시에서 9천 회 이상 공연했다. 관객 수는 1억 명을 웃돌고, 수익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조 원을 넘었다.

▲영화 <라이온킹> 스틸이미지

디즈니 역사상 가장 흥행한 애니메이션이 25년 만에 실사형 애니메이션 영화로 돌아왔다. 실제 동물은 없다. 각 동물의 생김새는 물론 행동까지 모두 CGI(computer-generated imagery)다. 털이나 눈 등 매우 섬세하게 동물의 모습을 구현해 실제 동물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홍빛 노을과 별이 흐르는 밤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고고한 바위, 동물들이 움직일 때마다 흩날리는 흙과 모래 등 아프리카 사바나의 대자연도 실제 같다. 제작진이 아프리카에서 직접 관찰한 자연풍광과 동물들의 생김새, 움직임을 첨단 기술로 사실처럼 재현해냈다고 알려졌다.

실사에 치중한 것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사자가 한데 엉켜 장난치거나, 지축을 울리는 소 떼가 초원을 달리는 모습이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다. 덕분에 긴장감을 크게 높이지만 현실감을 극대화한 탓에 여러 웃음 요소가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 코뿔새 자주와 미어캣 티몬, 멧돼지 품바 등 풍부한 표정 변화로 극의 재미를 살린 캐릭터들이 제대로 살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정 전달이 옅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줄거리는 원작과 차이가 없다. 어린 사자 심바는 삼촌 스카의 음모로 프라이드 랜드의 왕 아버지 무파사를 잃고 왕국을 쫓기듯 떠난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멧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후 옛 단짝친구 암사자 날라를 만난 심바는 프라이드 랜드를 되살리기 위해 귀향하고 혈투 끝에 왕좌를 되찾는다.

배신-죽음-성장-부활 등 생명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했다. 제작·감독을 맡은 존 파브로는 “원작의 계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절대로 망치면 안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변주·재해석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다. 왕위를 둘러싼 사자 가문의 다툼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영화는 장면 곳곳에서 왕위의 찬탈과 왕자의 귀환보다는 자연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삶은 무의미한 직선이 아니라 태양이 뜨고 지듯 영원히 순환하는 원형”이라는 자연의 섭리는 시대의 변화마저 관통하는 묵직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라이온 킹>은 흥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도입부에서 아프리카 줄루어로 부르는 OST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은 원작 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동물들의 생동감과 멋진 아프리카 초원의 풍경은 관객에 감동을 선사한다. 아이와 함께 볼 가족영화로도 제격이라는 점도 흥행 요소로 꼽힌다. 원작을 아는 부모 세대가 아이 세대와 함께 이야기할 거리를 하나 더 만들기 때문이다. 실사화를 통해 과거 팬들과 그들의 자녀까지 새로운 팬으로 끌어들인다. 게다가 <라이온 킹>은 살육 장면이 없다. 심바는 곤충을 즐겨 먹고 초원의 왕 무파사는 살육을 꺼린다.

최근 잇따르는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저작권, 상표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으로 보인다. 전략의 핵심은 기계, 기술적 리메이크가 아닌 시대 흐름에 따라 원작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성차별과 인종차별 등으로 비판 받아온 디즈니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은 변화와 다양성의 포용이 흥행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직설적인 변화는 비록 일부의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였다는 응원도 얻는다. 분명한 것은 디즈니는 후자를 선택해 얻는 이득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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