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철의 멋진 신세계?] 스마트폰을 멀리한 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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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6 14:09 | 최종 업데이트 2019-07-26 14:09

시도 때도 없다. 틈만 나면 쉴 새 없이 들여다본다. 재빠른 손놀림과 능숙한 조작. 자기 몸의 일부라도 이처럼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수업과 수업 사이, 쉼을 위한 그 짧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손바닥만 한 스크린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이라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게임 따위에는 전혀 관심 없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아이들이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게임을 하거나 카톡이나 SNS, 유튜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정보를 찾고, 공부를 하기도 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러니 무턱대고 그만 좀 하라고 말해서도 곤란하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규제나 억압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율과 자치를 중시하는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교육과 문화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조절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최선이라는 사실도 명백하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삶과 시간이 스크린에 점점 더 심하게 결박당해가는 현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도 못 할 짓이다. 뭔가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우리는 왜 스마트폰에 집착하는가?

▲리나라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5%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pixabay.com)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올해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5%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나머지 5%도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결국 설문 대상 전체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것은 50세 이상 노령층도 91%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응답해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간 보유율 격차도 세계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스마트폰 보유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통계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이후 해마다 이루어지는 조사에서 매번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보급률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IT 강국이라는 해묵은 수식어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7년 기준, 이미 90%를 넘어섰다. 각종 통계에서도 18세 이상 50세 이하 성인 인구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래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절대적인 도구가 되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실상 우리의 일생 중 스마트폰 없이 살아온 시간이 우리의 체감보다 아직은 훨씬 길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인 만큼 이로 인한 부작용도 가장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과몰입이나 과의존 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주로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났던 중독 현상이 어린아이들이나 노령 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실로 간단하다.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중독될 수밖에 없는 기기다. 달리 말한다면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기기에 과몰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수십 년 전에는 초고성능 컴퓨터에서나 가능했을 기능이 손바닥만 한 기기에 모두 집적돼 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것에든 연결이 가능한 ‘이동’, ‘연결’, ‘조작’의 자유를 인류에게 선사했다. 스마트폰이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기기라 불리는 것은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인류 역사가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잠들기까지의 전 과정을 스마트폰이 함께 한다. 생활의 편리나 단순한 여가를 즐기는 도구에 멈추지 않고 일과 노동으로 연결돼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업무를 할 수 없는 직업군도 급격히 늘어났다. 기기가 주는 피로와 부작용에 발 담그지 않기 위해 끝까지 버틴 사람들도 결국 스마트폰을 쓸 수밖에 없는 강제적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뜻을 굽히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자의든 타의든 우리들을 스마트폰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극과 거짓이 난무하는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미디어의 획기적인 변화도 스마트폰에 집착하게 만드는 커다란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단연 유튜브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까지 거대 방송사를 능가하는 영상 매체가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거나 관심 있는 영상을 공유할 수 있기에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기기 조작이나 영상 기술에 취약한 어린이들이나 노년층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오히려 텍스트로 이루어진 정보를 꺼려하는 이들 계층에 유튜브는 훨씬 강한 영향을 미친다.

자체 콘텐츠 제작을 하지 않은 영상 유통 플랫폼쯤으로 여기고 그 영향력을 애써 무시했던 거대 방송사들조차 이제는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방송 콘텐츠를 앞다퉈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순식간에 유튜브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영상 플랫폼이 되었다. 국적과 연령과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쉴 틈 없이 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한다. 2016년에 이미 누적 시청 시간이 하루 10억 시간을 초과한 유튜브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미디어가 되었다. 몇백, 몇천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자랑하는 공룡 유튜버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유튜버가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에게는 선망의 직종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단순한 영상 플랫폼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유튜브는 영화나 영상을 유통하는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정보나 뉴스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언론이나 방송, 검색 사이트들이 담당했던 기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노년층이나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영상을 통한 정보 전달 방식은 필연적으로 정보의 맥락을 단순화하고 의미를 형해화한다. 정치적 선전·선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왜곡된 정보를 양산하거나 편향된 관점을 주입하는 데도 용이하다. 검증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들이 난무하지만 이를 걸러내는 장치는 취약하기만 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유튜브는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어 가고 있다.

유튜브는 자극과 관음이 폭력적 방식으로 관철되는 과잉 욕망의 용광로가 되어 가고 있다. 본질적으로 포르노그래피와 다를 바 없는 ‘먹방’, 자기현시와 관음증적 욕망이 뒤섞인 ‘브이로그’와 같은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유튜브를 통해 생겨나고 있다. 영상매체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관객이나 시청자를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로 만드는 데 유튜브는 훨씬 용이하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 수용자의 취향에 맞게 선별 제공되는 콘텐츠는 수용자의 비판적 사고능력을 감퇴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문화적 현상이 가능한 것은 유튜브를 통한 정보 비즈니스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으로써 광고 수익은 크게 증가했다. 초기에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유튜브는 한 마디로 ‘돈’이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구독자 3천만 명을 자랑하는 ‘보람튜브’의 주인공 6살 보람이가 번 돈으로 그의 가족이 강남에 수십억 짜리 빌딩을 샀다는 선정적인 소식이 요 며칠 동안 사라지지 않고 회자되었다. 보람이의 성공 신화에 언론과 대중의 여론이 비정상적으로 들끓었다.

유튜브를 위시한 디지털 미디어나 소셜네트워크(SNS)는 우리를 하루종일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플랫폼이다. 디지털 미디어나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과도한 몰입을 방치한 채 단순히 기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수 없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문제가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페이스북 중독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미디어에 대해서도 비판적 수용의 관점과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에서 잠시 벗어나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도심 끝자락 산기슭에 위치한 어느 한가로운 숙소다. 우리학교 솔숲(고1 과정) 학년 학생들과 2주가 넘는 시간을, 집과 학교를 떠나 이곳에 머물면서 스스로의 갈 길에 대해 묻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길 찾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배움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분명히 이해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번 ‘길 찾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점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길 찾기’ 기간 동안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반달이 넘는 기간 동안 아이들의 일상을 전면적으로 바꾸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에 1~2시간 동안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설정한 배움과 고민 주제를 열심히 탐구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하루 1~2시간으로 제한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한 명도 어기지 않고 잘 지켰다. 어떤 친구는 사용이 허락된 시간임에도 굳이 스크린에 눈을 두려 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던 한 친구도 ‘길 찾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났던 그 아이들인가 싶을 정도다.

스마트폰을 멀리한 시간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과 생활에, 혹은 자기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열중했는지는 잘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온전히 다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이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 외에는 다른 곳에 시선과 관심을 두지 않았던 친구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자신과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라고 생각한다.

‘길 찾기’ 일정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우리 친구들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길 찾기’ 기간에 평소 중독에 가까웠던 한 친구가 보여준 모습처럼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이 없는 삶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친구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면 할수록 사람이 더 가까워진다는 평범한 사실, 그리고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스크린을 몸과 마음으로부터 멀리해 보았던 짧은 경험이 앞으로 두고두고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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