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정치는 화장실, 대구경북 시민들의 원활한 용변을 위해 /허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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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2 10:22 | 최종 업데이트 2019-09-05 16:39

사람은 매일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잠을 잔다. 자연스럽게 똥오줌은 생긴다. 똥오줌이 더럽다고 똥오줌을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거나 화장실을 없앨 수는 없다. 살면서 한 번 쯤은 얼굴을 찌푸리며 깨끗하지 못한 화장실을 사용해본 적이 있을 테다.

화장실

낙후된 화장실 문화를 개선하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만들어진지 20년이 됐다. 한국의 공중화장실 청결 문제는 상당히 개선됐다. 좋은 화장실에 대한 고민이 커질수록, 청결에 더해 성평등/장애접근성/안전/생태적 가치까지 고려하게 된다.

쓰레기도 이와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쓰레기는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쓰레기가 더럽다고 쓰레기를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거나 쓰레기통을 줄이면 어떨까? 쓰레기를 숨기는 게 아니라 잘 찾아야 치울 수 있다.

전체주의/일당독재 사회가 아닌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의견 차이와 자유로운 생각을 기본으로 한다. 누구나 의견은 다를 수 있고, 갈등은 생긴다. 갈등은 쓰레기, 똥오줌과 같다. 갈등을 숨기거나 없애려고 할수록 갈등은 커진다. 우리는 싸우지 않는 정치, 싸우지 않는 국회를 바란다. 그런 기대가 클수록 변비에 걸리거나, 분리수거 없는 불법쓰레기 투기가 펼쳐진다. 오히려 제대로, 정확하게 싸워야 싸움이 해결되고 평화가 온다.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의 불만을 잘못 짚을수록 문제가 커지며, 불만을 정확히 알수록 관계가 좋아지는 법이다. 우리 사회에서 억압된 갈등을 제대로 드러내고, 서로의 차이를 평등하게 다루어, 더 나은 문제 해결과 공동체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다. 그래서 좋은 정치의 조건은 우리 사회 갈등이 골고루, 평등하게 다루어지는 것이다. 누가 그런 역할을 하는가?

사회 갈등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권력의 공간에서 골고루 다룰 수 있게 하는 역할이 정당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다. 그래서 일당제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나의 정당만으로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다루기 어려우며, 일당독점은 기득권에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일당제는 현재의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이 계속 집권하는 구조다. 부분적으로 사회 불만을 수렴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의견이 다른 정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체제, 정권 교체가 가능한 체제라고도 본다.

대구경북에서 지방 정권 교체는 생소한 말이다. 대구경북은 하나의 정당이 오랫동안 집권해왔다.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들이 지방 권력을 독점해왔다. 간혹 자유한국당 성향의 무소속, 자유한국당 출신의 무소속이 부분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런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아닌 정당 단체장과 의원들이 대폭 증가했다. 이제 경상북도의회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로만 보긴 어렵다. 여전히 광역/기초 의회 편중은 심하지만, 조금씩 다른 목소리들이 지방의회에서 다루어진다. 한두 명이 무슨 힘이 있냐고 냉소적인 시선도 있고, 민주당도 다를 바가 없다는 실망도 있다.

그럼에도 일당 독점 구조에 균열이 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균열의 강도는 커질 것이다. 이제 대구경북판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필요하다. 지역의 일당독점구조를 개선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다양한 정치세력 활성화가 함께 가야 한다.

현재 대구경북의 지방분권 운동은 화장실 청결 상태는 그대로 둔 채, 화장실 크기만 키우자는 운동이다. 지방 내 분권 고민 없는 지방분권은 지역사회 기득권의 영향력만 키울 수 있다. 현재의 권력부터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권력의 공간에서 나와 비슷한 의견이 조금도 들리지 않는다면, 그 시민의 선택은 냉소와 체념 또는 이탈이다. 대구경북의 일당독점구조는 적지 않은 대구경북 시민들의 시민적 자존감을 저해한다. 우리는 옳고 그름만으로 살지 않는다. 정의를 추구하는 길에서 정서적인 공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싸움을 하는 이들이,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싸우는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자신과 공감하는 동료 시민들의 연대와 존중 때문이다.

나와 너무나도 머나먼 정치와의 거리를 좁혀주고, 비슷한 갈등과 고민을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정당의 역할은 어쩌면 깨끗한 화장실이 아닐까. 화장실이 더러워도 문제고, 화장실 가는 것을 참아도 문제다. 피할 수 없다면 바꿔야 한다. 정치와 정당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을수록 권력은 부드러워진다. 부드러운 권력은 깨끗한 화장실이다. 대구경북 정당들이 화장실 문화 개선에 적극 나서길 응원한다. 대구경북 시민들의 원활한 정치 용변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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