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지구를 위한 요가 그레타 툰베리에게 /김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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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20:21 | 최종 업데이트 2019-09-06 20:22

이 시는 열여섯 살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을 응원하고 함께 행동하기 위해 만든 책, 『1.5 :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한재각 엮음, 한티재)에 게재된 시입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조직하고 있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한재각 소장과 한티재의 변홍철 편집장의 기획으로 그레타 툰베리의 실천적 호소에 화답하기 위해 만든 책입니다.

1.5는 탄소 예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탄소 예산이란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씨 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의미합니다. 과학자들의 예견에 따르면 1.5도씨 목표를 지키기 위한 탄소 예산은 10년이 되기도 전에 바닥이 날 것이라고 합니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은밀한 동맹을 맺고 있는 기득권 엘리트들의 ‘기후 침묵 체제’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에서 1.5를 지키려는 노력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구체적 실천과 그것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행동으로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모든 곳으로 번집니다”는 말처럼 우리 시민사회도 기후위기에 응답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오는 9월 23일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의 수백 만 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맞서 거리로 나올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도 9월 21일(토) 오후 3시 대학로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돌입합니다.

요가를 하며 알게 되었다
멀리 뻗으려면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을

빨간 사과 한 알도
힘을 빼야 나무에 잘 매달릴 수 있고
이슬도 힘을 빼야
햇빛이 올 때까지
오래 매달려 있을 수 있다

인간 백 년도 사과처럼 이슬처럼
이 무위의 투명한 바탕 위에 잠시 다녀갈 뿐이다
자연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
땅속 벌레와 숲 속의 동물과 공중의 새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것이다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엔진이 되었지만
자연을 파괴하고 기후를 망쳐놓았다
이제는 근대 이래로 과로를 해온 욕망의 엔진을
좀 쉬게 할 때다
이윤이 있는 곳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저 자본의 힘을 빼야 할 때다

고양이는 높은 담장에서 뛰어내려도
다리를 다치지 않는다
멀리 보고 힘을 빼며 뛰어내리기 때문이다
나뭇잎과 풀잎이 세찬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힘을 빼고 바람에 몸을 맡겼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나무와 사슴과 고래의 호흡에 잇대기 위해서
이제라도 문명의 힘을 빼야 한다
지금 우리의 과학과 기술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도
이 문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알고도 안 하는 것이 더 나쁘다
법과 제도가 있는데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후변화를 막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저항하고
생태의 회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가하겠다는 툰베리의 결심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속도를 숭배하는 모든 힘에 대한 저항이다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툰베리의 눈을 빌려와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돌고래의 푸른 노래와
반짝이는 새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 모른다
이 방임과 무관심이 재앙의 씨앗이 될 것이다

기후를 위해 1인 시위를 해보았는가
기후를 위해 파업을 해보았는가
기후를 위해 동맹휴업을 해보았는가
기후를 위한 법률가 모임이 있는가
기후를 위한 예술가 동맹이 있는가
기후를 위한 마을공동체가 있는가

1.5를 지키려는 툰베리의 행동은
미래를 위해 오늘의 힘을 빼는 행동이다
옛날의 기후변화는 자연이 원인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는 인간이 주범이었다
지금의 삶을 뒤집어야만 우리는 산다

가지 밭엔 가지가
오이 밭에 오이가
고추 밭엔 고추가
뜨거운 햇빛 아래 잘도 자란다
힘을 빼고 자연에 온전히 매달렸기 때문이다

본래부터 나무랄 것 하나 없는
기후라는 무시무종의 생명의 바탕을
우리는 망가뜨리고 있다
기후가 망가지면 다 망가진다
힘을 빼며 커가는 저 생명들에게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

툰베리가 사는 스톡홀름의 하늘과
점점 나빠져 가는 우리의 하늘이
통째 한바탕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받은 것을 반드시 되돌려준다
나쁜 것은 나쁜 것으로 돌려주고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 돌려준다
백 년 후에도 저 숲은 푸르고 나무는 춤출 것인가
사과는 여전히 붉게 자라고 이슬은 영롱할 것인가
낯 두꺼운 저 자본의 힘을 우리가 빼지 않는다면
망해가는 이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지금 당장 행동하고 저항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우리가 잃을 것은 낡은 시스템이고
얻을 것은 맑은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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